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만년필 Oct 16. 2020

달콤한 사랑과 아픈 이별

만남은 언젠가는 이별을 부른다

 다들 그렇게 10대에 시작한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녀)는 재능과 매력이 넘치고, 나의 눈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녀)의 매력은 나에게도 강하게 어필한다.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고작 한 명일 뿐임을, 나도 너무 잘 알지만,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은 각별하며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스스로 굳게 믿는다. 그러다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우리는 이 과정을 천연덕스레 반복한다. 어차피 사랑은 변한다는 걸 또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사랑하는 그들이 대개 언니, 오빠, 누나, 형이다. 그리고 비슷한 그런 사랑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언니, 오빠, 누나 형들은 시나브로 동생들로 모두 바뀌어있음을 새삼 깨닫는 날이 온다.


 그중 유독 강한 사랑이 사그라들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면 그들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보게 된다. 좋은 시간도 함께 하지만 실망스러운 때도 피할 수 없다. 그러다 그런 시기마저 지나면 가끔씩 이별이 오기 시작한다. 이별을 맞는 시간의 간격은 갈수록 좁아지고 횟수는 많아진다. 그간 제법 많은 이들과 이별했다. 사랑이 짙을수록 이별은 그만큼 더 아프다.


 내게 거의 처음이라 더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사건은 커트 코베인(Curt Kobain)의 자살 소식이었다. 훈련소에 있던 나는 친구가 보내준 편지에서 그의 부음을 처음 접했다. 힘든 군사 훈련을 받던 중임에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자꾸 생각이 나곤 했다. ‘아~ 커트 코베인이 그렇게 죽다니 ㅠㅠ’ 믿고 싶지 않았다.

1993년 'MTV Unplugged in New York' 공연 중

많지 않은 나이여서 더 안타까운,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아티스트'와의 이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2009년 6월 25일),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2012년 2월 11일),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2016년 1월 10일),

프린스(Prince, 2016년 4월 21일),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공교롭게도 2016년 크리스마스에 유명을 달리한지도 벌써 몇 해가 지났다.


 얼마 전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2020년 7월 6일), 지난주엔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 2020년 10월 6일)의 부고도 들었다. 일요일이 아닌 주중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같은 뮤지션의 음악을 연속해서 2곡 이상 틀어준다면 바로 그런 날이다. 내가 중년의 나이라 이런 시기가 된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내가 팝 음악을 좋아하고 외국 아티스트들의 죽음을 많이 애도했지만, 솔직히는 그 일들이 김광석, 신해철의 그것만큼 슬프지는 않았다. 김광석의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군 복무 중이었다. 새해가 되고 병장이 된 지 6일째 되던 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형님이었고 꽤 오래 왕성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훨씬 나이 든 내가 되돌아보니 그때 그 형이 고작 31살 꽃다운 어린 나이였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힘들고,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미지 출처 : 부산일보

 그의 사망 불과 2~3개월 전,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를 직접 보았다. 단 한 번이었고 짧았지만 그의 면모를 제대로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군 복무 중이었고 휴가를 나와 있었다. 학교 축제에 그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걸음에 달려갔다. 학교 축제에 초대되면 의례 첨부터 계획되어 있던 듯 2~3곡을 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던 이전에 본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그는 그에게 주어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10곡이 넘는 노래를 불렀다.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청중들을 향해 “무슨 노래할까요?”라고 묻고는, 여기저기서 관객들이 외치는 여러 곡명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할게요.” 하고 바로 노래를 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진 스산한 가을 교정을 쩌렁쩌렁 울리던 그의 목소리는 대단했다. 공연 중에 기타 줄이 하나 끊어지자 갖고 있던 새 줄로 재빨리 교환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공연을 이어갔다. 비록 대학 축제 초청 공연이었고 나는 멀찌감치 광장의 한 귀퉁이에 서서 보았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공연보다 좋은 공연으로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너무 빨랐던 그와의 이별이 두고두고 안타깝다. 다시 한번 김광석 형님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해철 형님... 그가 뮤지션으로서 가졌던 탁월함과 천재성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약자에 대한 남다른 공감능력과 늘 용기 있게 그들을 대변하던 그의 빈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음을 항상 느끼며 산다. 다가오는 2020년 10월 27일 그의 6주기를 미리 추모한다.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전 05화 누구나 가진 '음악의 추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