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음악 감상'
학창 시절엔 취미와 특기를 집요하게 질문받았다.
그 빈칸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망설이고 고민했던가. 학교는 또 우리의 취미와 특기를 왜 그리 궁금해했을까? 우리의 대답으로 학교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에 달라지는 건 전혀 없었던 것 같은데 ㅎㅎ.
아무튼 그 질문들에 대한 답 찾기는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특기에 대한 답을 찾기가 더 힘들다. 특기라는 것은 스스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고, 아주 상대적인 것이 아닌가. 내가 뭔가를 적은걸 다른 친구가 보기라도 하면, "너 그거 잘해?", "진짜?" 이런 질문과 함께 우리는 피곤한 상황에 빠질까를 또 잠시 두려워한다.
나이가 많이 들었음에도 특기는 여전히 찾고 있고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취미는 확실하게 결정했다. "음악 감상"
음악 듣기는 나만의 취미는 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음악 듣기를 즐긴다. 10대, 20대 일 때 특히 그렇다. 예전부터 취미를 묻는 질문에 '독서'와 함께 '음악 감상'은 단골로 나오는 대답이다.
학생 때는 경제적, 시간적 제약으로 달리 할 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에 음악만큼 만족을 주는 것은 없다. 그리고 아무래도 젊을 때, 한창 파릇파릇 더 어릴 때, 연애도 하고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음악을 더 좋아한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산업의 가장 큰 고객층은 언제나 10대가 아니던가.
삶의 무게가 커지면 음악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일상의 곳곳이 나의 책임이 되어갈수록 음악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랑 Bon Jovi, Metallica, New Kids on the Block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요즘 중고생들은 우리 때보다 더 많은 연예인, 아이돌, 걸그룹, 보이밴드 얘기를 하겠지. BTS가 빌보드 1위도 하고, 한류의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탄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으니 제공받는 화젯거리도 엄청나게 더 많을 것이다.
나이 들어 친구를 만나면 음악 얘기는 없다. 직장 얘기, 아픈 얘기, 아이들 얘기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음악 얘기를 하면 “넌 아직도 음악 듣냐?”는 얘길 듣게 된다. 어른들은 음악을 잘 듣지 않으니 자신들이 감수성이 예민할 때 많이 들었던 그 시절의 노래가 좋았다고 다들 생각하고, 각자 자신만의 '추억의 노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Don McLean의 ‘American Pie’ 도입부 가사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다."
"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 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
(오래오래 전에, 그 음악이 얼마나 나를 미소 짓게 하곤 했는지 나는 아직 기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오래전에 좋아하던 음악을 요즘도 가끔씩 듣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음악이 취미가 되고 ‘음악을 계속 듣는다는 것'은 ‘요즘 나온 새 노래를 계속 들어주느냐의 문제인 것’으로 나는 인식한다. 위기(?)는 있었던 것도 같지만 나는 아직도 음악을 계속 듣는 사람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계속 같은 자리에 묶어두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내가 계속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 남는데 가장 큰 조력자는 언제나 라디오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언제든 내 앞에 취미를 적는 빈칸이 주어지면 "음악 감상"이라고 적을 것이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