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드는 아이리시카밤 레시피까지
누군가 나에게 빨리 훅 가고 싶을 때 강력 추천하는 술을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아이리시카밤 Irish carbomb을 마셔라.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아이리시카밤은 아일랜드 '특화' 술을 섞어서 마시는 폭탄주다. 이 아일랜드 폭탄주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흑맥주 "기네스"와 아이리쉬 위스키 "제임슨",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개발한 세계 매출 1위 리큐르 "베일리스"를 섞어서 만든다.
처음 아이리시카밤을 맛 본건 '더블린'에서였다. 아일랜드의 수도가 더블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역시 현지에서 마시는 현지 술이 맛있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서 말하는 '더블린'은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유명한 아이리쉬펍이다.
실제로 아일랜드로 여행을 갔을 때, 더블린의 기네스 공장에 방문하여 기네스 생맥주를 마셔본 적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마시는 기네스 생맥주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만약 현지에서 마시는 기네스 술맛이 궁금해서 더블린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그냥 강남역으로 노선을 바꾸어도 괜찮다. (광고는 아닙니다.)
아이리시카밤을 주문하면 베일리스와 제임슨 위스키가 두 층으로 예쁘게 담겨있는 한 잔과 크리미한 거품이 폭신하게 덮고 있는 기네스 생맥주 한 잔이 서빙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리시카밤을 만들어서 내 위장으로 털어버리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한 번 그려본다. 폭탄주를 제조해서 원샷하는 것까지 실수 없이 한 큐에 해내야만 하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이리시카밤 마시는 법>
1. 아이리시카밤을 주문한다.
2. 베일리스와 제임슨이 담겨있는 잔을 기네스 생맥주에 퐁당 담근다.
3. (중요) 주저하지 말고 원샷한다.
주의사항
1. 샷잔을 맥주잔에 담근 후에 바로 마시지 않고 지체하게 되면 베일리스와 맥주가 만나 침전물이 생긴다. 이 침전물은 몽글몽글한 갈색 덩어리인데, 입맛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 꼭! 바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2. 원샷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리시카밤은 쓴 맛 뒤에 선물이 찾아오는 '아일랜드판 고진감래주'이기 때문에 꼭! 원샷을 하기를 권장한다.
한국의 고진감래주는 맥주와 소주를 섞어서 마시다가 마지막에 달달한 콜라를 마시게 되는, 말 그대로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술'이다. 아이리시카밤은 아일랜드판 고진감래주라 할 수 있는데, 맥주 속에 담겨 있는 씁쓸한 위스키를 마시다가 마지막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베일리스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 달콤한 매력의 술이다.
아이리시카밤을 한잔씩 원샷하고, 바로 두 번째 아이리시카밤을 주문하면 친절한 사장님의 걱정(?)은 서비스로 따라온다. 두 번째 잔을 받으며 사장님의 조심히 마시라는 걱정을 듣고 나면 이제 꽐라가 될 준비는 끝났다. 그렇게 두 번째 잔까지 원샷하고 나면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흐릿해지는 짜릿한 꽐라 열차에 탑승하게 된다!
주변에 기네스 생맥주나 아이리시카밤을 마실 수 있는 괜찮은 펍이 없다면, 집에서 직접 제조해서 즐기는 것도 좋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그중 최적의 방법으로 최상의 맛을 창출해 낼 수 있는 홈메이드 아이리시카밤 레시피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준비물 (동영상 참고)
샷잔
샷잔이 바닥까지 잠길 수 있는 맥주잔
작은 스푼
작은 비커나 플라스크
(다른 대체 품목으로 대체하면 안 되는) 준비물
기네스 맥주
(다른 흑맥주로 만들어봤는데 정말 맛없다.)
제임슨 위스키
(다른 위스키로 대체해봤는데 그 맛이 안 난다.)
베일리스 리큐르
(커피 리큐르인 깔루아로 대체해봤는데 최악이다.)
<만드는 법>
1. 맥주잔에 기네스 맥주를 따른다.
이때, 맥주를 너무 많이 따르면 배가 부르고, 원샷도 어려워지니 샷잔을 떨어트렸을 때 샷잔이 잠길 정도로만 맥주를 따르는 것이 좋다.
2. 샷잔에 베일리스를 반 정도 따른다.
3. (중요! 동영상 참고) 베일리스가 반 정도 차있는 샷잔에 제임슨 위스키를 살포시 흘려서 담아준다.
이때, 베일리스와 제임슨이 섞이면 FAIL!
베일리스의 층을 유지시켜 주면서 그 위에 제임슨을 얹는 것이 포인트다.
제임슨 병을 들고 그대로 따르게 되면 한 번에 너무 많은 술이 나오게 되어 베일리스의 층을 뚫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임슨을 작은 비커나 플라스크에 약간 따라두고, 작은 스푼을 뒤집어서 샷잔 벽에 댄 후에 그 스푼 위로 제임슨을 살살 흘려서 베일리스 위에 쌓아주면 층을 유지하기 쉽다.
4. 꽐라 열차 탑승 준비 완료!
5. 이제 샷잔을 맥주잔에 퐁당 담그고 바로 원샷을 때려서 아이리시카밤을 즐긴다.
6. 집이니까 편안-하게 꽐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