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게 사이로
살며시 물러섰구나
하얀 서리 홀로 맞으며
누굴 그리 기다리나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가을 나무 아래서
찬 바람을 피하는가
그리워 고개 숙이는가
넓은 들을 걸어가나
온다는 약속도 없는데
너는 작은 향기로
작은 꽃이 되었다
바람 부는 산모롱이 돌아
디딘 발 걸을 하나하나에
추억 하나 두고
다시 디딘 발자국
보내는 마음으로
돌아오라는 마음으로
너는 그곳에서
작은 향기가 되었다.
꽃말: 굳은 절개, 진실
한 때 꽃이 좋아 카메라를 들고 온 산을 누비던 때가 떠오른다.
가까운 꽃 시장에 가면 꽃이 지천인데 왜 사서 고생이냐던 지인들의 말도 떠 오른다.
하지만 산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은 시장에는 없다.
보여주기 위한 것과 숨어 홀로 인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작은 바위 이끼를 제 등짝 인양 비스듬히 누운 꽃,
나무 그늘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피하는 꽃,
걷다가 무심코 밟을 뻔한 작은 꽃,
그렇게 모두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어찌 꽃시장의 줄 맞춰 앉은 꽃과 비교가 될까.
우리 사는 것도 그렇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제각각의 동선에 맞춰서 살아가지 않는가.
그래서 가끔 일탈 아닌 일탈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렇게 짜인 틀에 맞춰서 살아가니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뭔가를 갈구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