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미 이 썩을 놈 여거가 그 난리가 난 곳이 참말이여?"
"네... 에 그렇다니까요"
"아따 지랄하고 자빠졌어냐 이것이 뭐가 그라고 좋은 뽀인터라고 이라고 날씨도 염병헐..."
군대 선배인 김 용식 씨 낚시가 잘 안 된다고 자꾸만 구시렁 거리고 있다. 그렇다고 악의가 있어 저렇게 욕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저런 용식 씨가 상민은 좋았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 하며 천진난만한 모습이나 그리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욕들이 그냥 좋았다. 나이 차이라고는 한 살 차이인데도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질 않나 그리고 군대 선임이라고 언제까지나 자기가 병장인 줄 알고 있으니 그런 저런 모습이 모두 상민에게는 다 좋아 보였다. 바람이 싸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가을 날씨가 다 그렇지 하며 찌를 바라보고 있는데 노조사 한 분이 다가와 상민에게 정중하게 뭔가를 말하려 한다. 상민은 그 노조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젊은이 여기서 낚시를 할 건데 자네들에게 걸리지 않겠나?"
상민은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좋다고 말을 하고는 그다지 밝은 얼굴이 아닌 영감님을 다시 바라보았다. 익숙한 솜씨로 낚싯대를 펼치기 시작하더니 이네 채비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상민은 오랜 경험에서 오는 신속함이라 생각을 하고는 자신의 찌를 바라보았다.
"으..미 추운거 여거 뭐 먹을거시 있다고 이렇코롬 고생을 해야 허는 것인지 참말로 알다가도 모르겄어야. 뭐허냐 커피나 한 잔 타가꼬 돌려야 헐것이 아니여"
"하하하 네... 에 안 그래도 쌀쌀해서 커피 생각이 간절했는데 그렇게 하지요"
그러면서 상민은 코펠에 물을 붓고 커피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는 가을을 느끼려 하는 순간 용식 씨의 찌가 쑤욱 올라왔다.
"하하하 요놈이 나를 완전히 가지고 놀라고 그라네 워미 이 잡것을 확 ,,"
그러면서 7치급 붕어를 낚아냈다. 벼가 익어가고 가을바람은 산들산들 붕어는 그 바람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찾아왔다.
"자 커피요"
"허허허 고맙네 젊은이"
"하하 뭘요 많이 낚으세요"
"응 자네도 "
"자 커피 마시세요"
"호로록......으미 구수한거 나가 이맛에 커피를 마신당께 안그냐...이"
"하하하"
입심이 보통이 아니었다. 언제나 주위를 웃음으로 물들게 만드는 사람이라 항상 유쾌했다.
그때 바로 옆에 있던 영감님의 낚싯대에 입질이 왔다.
"어.... 어.... 영감님 왔어요"
노조 사는 챔질을 하고 이리저리 살려고 물살을 헤치는 이쁜 붕어를 낚아냈다.
"허허 그놈 씨알이 아주 좋군 젊은이 고마우이"
그렇게 말을 하더니 바로 낚은 붕어를 조용히 놓아주는 것이 아닌가. 이를 그냥 보고 넘어갈 위인이 아닌 용식 씨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 나무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염병 저라고 놔 줄거시면 뭣헐라고 낚시를 헌데 우리라도 주면 인심 좋다고 좋은 소리라도 들을거신디 염병헐...."
그렇게 구시렁 거리더니 굵은 나무 하나를 안고 소변을 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조용히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상민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 하며 한마디를 던졌다.
"시원하시겠습니다. 하하하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나무에다 볼일을 봅니까"
"뭐시여 그려 나 숯놈이라 그라고 소피를 봤어야 그라는 너는 앉아서 오줌을 누냐 염병헐 놈아"
"하하하 누가 앉아서 눈답니까"
옆에 있던 영감님도 웃음을 보였다. 순간 그 숯놈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그런데 상민이 느끼기에 영감님은 웃고는 있지만 어딘지 어두운 면이 깊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찌를 보는 것보다는 자꾸만 영감님의 얼굴에서 시선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저 나이에 상민도 저런 얼굴로 낚시터를 찾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상민은 왜 그럼 저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하다 보니 많은 것이 떠올랐다. 가족 문제일까? 아니면 돈 문제일까? 많은 생각을 하다 그만 자신의 찌가 솟은 것을 보질 못했다.
"으...미 썩을 놈 입질도 못보고 뭔 헛지랄이여?"
"아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으니 입질이 오네요 하하하"
"염병허고 자빠졌네 썩을 놈 그려 숨겨둔 니 샥시 생각혔냐 이 드런 놈아 날씨도 지랄이라 바람도 지랄이라 거거다가 입질도 없는디 어쩌다 한번 오는 입질도 못 봐야 그려 밥상을 차려 주먼 뭐허냐 떠서 입에다 쑤셔 박아야 먹응께..."
상민이 아무런 말 없이 다시 채비를 던졌다. 그런데 이게 왼 일인가 입질을 놓쳤다고 다른 데의 찌가 쑤욱 올랐다 상민은 웃으며 챔질을 하였는데 잔챙이 6치 붕어가 올라왔다. 살림망에 넣고는 다시 시선을 영감님에게 고정을 시켰다. 그런데 입질이 오는데도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
"영감님 또 왔어요 왔다니까요"
"허허 그냥 두게나"
아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아니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린가 말이다. 저러고도 낚시를 한다고 볼 수가 있는가 이 말이다 하며 영감님을 바라보는데 용식 씨가 한마디 던진다.
"흐미 두 사람이 딱 붙어 앉더만 아예 세트로 붕어를 무시허고 있네"
"입질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네 그저 찌 올리는 모습만 봐도 좋으니 그러는 것이네 허허허"
그랬다 상민도 언젠가 마음이 아픈 날에 낚시를 왔을 때 지금의 영감님처럼 저러고 앉아 찌 올리는 모습에 멍하니 바라만 보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상민은 조금은 이해를 하였다.
"영감님 쐬주 한잔 허실라요?"
아니 뭔 소주란 말인가? 낚시가 안되니까 별 것을 다 하려고 그러네 하며 상민이 용식 씨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영감님께서 용식 씨를 바라보며 미안한 눈빛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허허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난 술을 끊었는데... 내가 한잔 따라주지"
영감님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용식 씨에게 다가가고 소주를 한잔 따라주고는 미소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용식 씨는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상민에게도 한잔을 권했다. 하지만 상민은 운전을 해야 하기에 사양을 했다. 당연히 용식 씨가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아그야 싸게 한잔 받으랑께 째깐한 잔잉께 한잔 하랑께"
"아시잖아요 저 나중에 운전해야 한다는 거"
"으미 이 잡것이 먹으라면 먹을 것이지 뭔 잡소리가 그라고 많으까이... 찌깝시러븐 놈 이거 먹는다고 운전 못허냐 그도 아님시롱 그라고 한잔혀도 나중에 다 깨고 갈건디 뭐가 어뗘서 저라까이..."
그렇게 말이 많은 용식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이던 영감님이 잔을 받으며 말을 하였다.
"그래 젊은이 이거 한잔 먹는다고 어떻게 되겠나 나 한잔 주게"
용식 씨는 다시 멋쩍은 듯 긁적거리며 잔을 채웠다.
"자아 젊은이도 한잔만 받으시게 그러고 우리 건배 한번 하자고"
얼떨결에 상민도 잔을 받았고 건배까지 하였다 모두 잔을 비웠고 물안개가 나지막하게 앉고 있었다. 또 한잔을 마시고 나더니 영감님은 독백처럼 혼자 말을 하고 있었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성호야 이놈아 아비는 낚시한다 너는 지금 뭐하냐 거긴 있을만하냐? 허허 고놈 이 아비에게 붕어만 보내지 말고 말을 좀 해봐 이놈아"
그렇게 말을 하더니 다시 한잔의 소주를 마시셨다. 그렇게 말이 많았던 용식 씨도 아무런 말이 없고 잔만 비울뿐 이였다. 상민도 처음과는 다르게 잔을 비우고 있었다. 청옥을 깎아 그 가루를 뿌려 놓은 듯 물빛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흐린 하늘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지고 나오고 있었다. 상민은 파라솔이라도 펼칠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낚시가방을 뒤졌고 확... 하고 파라솔이 펼쳐졌다. 그리고 다시 영감님을 한 번보고 찌를 한번 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 상민의 찌가 살짝 올라왔다. 그런데 너무 잔 씨알의 붕어가 올라왔고 상민은 다시 물가로 돌려보내고 채비를 던졌다.
"아지 왜 갑자기 씨알이 잘아지지..."하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상민은 고개를 돌리는데 이게 뭔가 영감님께서 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상민은 옷을 입은 그 모습 그대로 물로 뛰어들었다. 정신을 잃은 영감님을 업고 나온 상민을 용식 씨 미리 준비해 둔 모닥불 옆으로 안내를 하였다.
"엄...마 뭔 일이단가 참말로 요상한 늙은이여 참말로"
상민이 그 늙은이라는 단어에 눈을 흘기며 용식 씨를 바라보았다. 그때 정신이 조금 드는지
기침을 하며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상민은 반가움에 눈가를 적시며 외쳤다.
"영감님"
그렇게 정신을 차린 영감님과 상민은 모닥불 옆에서 서로의 옷을 말리고 있었다. 영감님은 아무런 말이 없이 저수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상민은 무슨 일일까 하며 영감님을 바라보고 있는데 영감님이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윽고 영감님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상민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젊은이 난 자네처럼 그런 용기가 없어 하나뿐인 아들을 여기다 두고 아니 남기고 이렇게 슬퍼하고 있다네"
상민은 자신이 한 행동이 잘 한 것인지 잘 못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물에 빠진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하여간 한숨만 쉬고 있었다.
"젊은이 우리 성호가 살아 있다면 아마도 자네 또래 일거야."
상민은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였고 영감님의 독백 같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 해가 성호 여섯 살 되던 해였지 변함없이 주말 낚시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 당연 우리 성호도 함께 왔었지...."
그래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아들에 대한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상민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영감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이 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영감님은 회상을 하듯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모습이 조금은 애처롭게 보였다. 이때만큼은 용식 씨도 말이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가을날에 들판은 가을 향에 익어가고 가을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한가로이 젖어 가는 물결에 성호가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고 옆에서는 그런 모습이 예쁘게만 보여 미소를 지어 보이던 경철이 낚싯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왜?"
"여기 고기가 많아요 이리 와 보세요"
여섯 살배기 성호의 눈에는 무엇이든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신기한 것이 많았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리고 경철의 눈에는 그런 성호가 새로워 보이고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그때 찌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경철은 수면 위에 누워버린 찌를 보며 챔질을 하였다. 그리고 낚아낸 붕어는 월척에는 조금 못 미치는 씨알 좋은 붕어였다.
"허허 고놈 참 탐스럽게 생겼네"
그리고 곧바로 다음 대에도 어신이 왔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챔질을 하였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렇게 신기한 것이 많아 뛰어다니던 성호가 보이질 않았다. 경철은 이상하다는 생각에 성호를 찾아 나섰다.
"성호야..... 성호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호가 서 있던 곳 고기가 있다고 하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가 들쑥날쑥하는 것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성호였다.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 그것은 말로는 표현이 되질 않는 것 이였다. 순간 경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몸이 얼어버린 듯하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곧이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것일까 경철은 무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성호를 안고 나왔지만 그때는 이미 성호의 몸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후였다. 경철의 눈은 눈물로 앞을 가렸고 이네 충혈되었다.
"성호야...."
통곡하는 경철에게 성호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렇게 경철의 품에서 더욱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목이 실정도로 울며 그렇게 앉아만 있었다.
"젊은이 낚시는 말일세 세월을 낚는 것이 아니네 세월을 잊는 것이라네"
상민은 영감님의 말씀에 고개를 숙이며 쓴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용식 씨도 말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소주잔을 비울뿐 이였다. 비워지는 소주잔처럼 그렇게 모두의 마음은 텅 비어갔다. 해가 넘어가는 서녘 하늘을 바라보고 세 사람의 눈은 뭔지 모를 허허로움이 감돌고 소주잔이 취해 가는 시간 가을바람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