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래서 그리워

별이 되어버린 내 작은 신부 Marianne

by 한천군작가

가로등 한 줄 빛이

길을 막고서 묻더군

그 사람 잘 있느냐고.

그 빛을 피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

내 모습에서 알았을까?


항상 다니던 길을

언제부터인지 다른 길을 선택한

나는

피하려는 마음이 아닌

마주치면 시리기에 그런다고.


지울 수 없는 사진도 많은데

보내지 못한 편지도 많은데

생각하지 않으려고도 하는데

그럴수록

무너지는 건 가슴이라는 걸.


가슴은 몰랐으면

머리도 몰랐으면

두 눈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랬으면

그리운... 그래서 그리워하진 않겠지.


혼자가 얼마나 편한지 모를걸...이라고 말을 하는데 왜 가슴이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는...

곧 알게 되었다. 가슴 한쪽을 내줬었는데 그 자리가 비워졌다는 것을, 그 자리가 북풍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쓸쓸한 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바보처럼 모든 것을 다 주었고,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나를 합리화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다. 다 주었는데 뭔가 빠진 것 같아 다시 주었는데 정작 텅 빈 마음이 왜 아린 것인지 모를 일이다. 비워버리면 다시 채우면 그만인데 왜 말처럼 그리도 쉽지가 않은 것인지...

살아가며 많은 이별을 한다. 그중 가장 가슴 아픈 것이 무엇일까를 떠 올리니 그제야 이건 그냥 감기구나 하며 털어버릴 수 있었다. 20대의 내가 그랬다. 세상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은 풋사랑이 아닌 정말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리면 안 되는 존재의 이유들이었다. 그 후로 내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부모님, 그리고 내 아이... 그때는 몰랐던 것이 나이를 먹으니 진정 슬픈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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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이기에 바보를 사랑했고
난 현명치 못한 바보이기에
현명한 바보를 사랑했다.

나 때문에 왜 우냐고 현명치 못한
질문은 않고,
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꼭 안아줄 수 있는

바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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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떠 올려보는 옛 기억들이 이제는 쓸쓸하게 멈춰서있는 그네가 아니었다. 미소를 주는 아련함이었다. 그네를 보고 있으면 작은 신부 마리안이 떠 오른다. 일곱 살 철부지 어린 눈이 유난히 푸른 소녀가.

"미스터 한 난 다 낳으면 당신에게 청혼할 거예요."라고 말을 하던 일곱 살 마리안은 별이 되었지만 내게는 여전이 작은 신부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이렇게 그네를 보면 내 신부가 그리워지는 걸 보니 내 가슴에 별이 되었나 보다. 마흔 번째 생일날 어떻게 알았는지 작은 케이크를 손수 만들었다고 자랑하며 소원으로 "마리안의 청혼을 받아주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강요하던 아주 작은 캐나다 소녀가 보고프다. 저기 멈춰진 그네를 보면...

마치 정말 바보처럼 난 그렇게 기도를 하였다. "저 아이를 살려만 주신다면 저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하였다. 물론 마리안이 지금 살아있다면 지금도 나에게 청혼을 한다고 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살아 있었으면 할 때가 간혹 있다. 내 작은 신부 마리안이 오늘은 정말 그립다.

"마리안 그리운... 그래서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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