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Jul 06. 2016

그리운 꽃의 書 -39- 박태기꽃

글꽃 선물 - 셋 -

잎사귀는 어디에 숨겼을까

새색시 볼처럼 바알 간 꽃

혼자는 외로울까

둘은 싸울까

그래서 너도 그렇게 피었느냐

첫사랑 같은 설렘이냐

실핏줄 살짝 보이며

수줍어 고개 숙이고

바람에게 향기 묻히고

첫 손 맞춤의 아련함으로

비라도 올까

고개 들지 못하는 너는

천상 꽃이로구나.

너는

홀로서도 추억이 되는구나.



퇴근길에 오늘은 좀 많이 돌아서 걸었다. 혹 그곳에 가면 이 꽃을 만날까 해서... 결국 그곳까지 가지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작은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뭐라고 적혀 있던 꽃. 여지 것 나는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몇 줄의 글로만 숨겨두고 있었다. 이것도 고마운 일이다. 내가 숨겨둔 꽃을 피우게 만들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느 공원 한적한 길을 걷다 만나는 꽃. 처음 이 꽃을 봤을 때는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을 보는 듯한 착각을 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극 중 장국영의 화장한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 내 객관적인 느낌이었다.

왜 그렇게 보였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그를 닮았다는 것이 나만의 착각일지라도 좋다. 내 눈에 너는 분명 그와 닮아 있으니 말이다.

영화를 좋아했던 젊은 날에는 매일 두서너 편의 영화를 꼭 보고 잠이 들었는데 나 역시 개을러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 보다 더 좋은 취미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영화 속에 나오는 그의 눈빛이 너를 닮았다는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꽃이 스크린에서 막 튀어나온 그의 눈빛을 닮았다는 것이다.

오늘은 벗으로 인해 그의 영화를 찾아서 한편 꼭 보고 잠을 청해야지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꽃의 書 -38- 개쉬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