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Jul 16. 2016

그리운 꽃의 書 -47-여귀 꽃

글꽃 선물 -11- 만리장성같이 거대한 성벽을 이으라는 뜻

달빛이  저어 가는 자락에

남겨진 노을이 울고 있고

꽃은 함께 붉어가는데

여울은 여전히 파리하다.


혼자 외로울까 토끼풀 함께 

아침이슬에  감는데

누가 볼까 갸웃거리는 너는

여명처럼 붉어간다.


긴 목만큼이나 기다림이 길까

누굴  올리기에 너는

그리고 얼굴 붉히는 것이냐

아주 작은   꽃이여.


살아오면서 내게 가장 큰 위안을 주며 나를 위로하는 것이 낚시였다. 지금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바다로 그리고 강으로 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강이나 저수지를 찾아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면 낚시의자 곁에서 바람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작은 꽃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들 때가 많은데 오늘 선물할 꽃은 바로 그런 곳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다. 마치 자수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한 꽃인데 왜 그냥 지나칠까. 들여다보면 이리도 아름다운데...

너무 가녀린 꽃이라 바람 불면 마치 뭐가 그리도 궁금한지 나를 보고 혹은 저수지에 피오 오른 물안개를 보며 연신 고개를 가로지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오늘 글꽃 선물은 밤사이 내린 빗방울만큼 많은 고민을 하다 결국 꺼내 온 꽃이다.

님의 글 속에서 만리장성 같이 거대한 성벽을 이으라는 뜻의 이름이라는 말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었다.

여귀 꽃은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정겨운 꽃이다. 그리고 그 꽃의 군락을 만나면 마치 만리장성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 이 꽃이야 했다. 그리고 이 꽃은 많은 옛 시인들이 글 속에서 꽃을 피웠던 오래된 글꽃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에게 "詩經(시경)"이라면 아... 하는 바로 시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유명한 책에서도 이 꽃은 글꽃의 소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 그림으로 많이 표현을 한 꽃이기도 하다. 고려청자에도 여귀 문양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궁금증도 가지게 만드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이다.

신사임당의 그림에도 정선의 그림에서도 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까 한다.

물가 어딜 가도 볼 수 있지만 눈여겨보지 못 한 꽃, 세상 어딜 가도 있어 아름다운 꽃을 jina쑝 작가님께 선물합니다.

부모님의 말씀처럼 온 세상에 피는 꽃이길 간절히 바라며 글꽃 선물을 합니다.

17세기 초 허준(?~1615)이 편찬한 <동의보감>이나 중국에서도 16세기 말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도 자주 나오는데 줄기는 해열제, 이뇨제, 해독제로 쓰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서 풀의 성분을 알고 자연의 소중함도 몸에 익혀간 것이다. 요즘 아이들처럼, 자연보호를 해야 한다고 관념적으로 강요해서 익힌 것이 아니었다. 그뿐 아니었다. 우리 조상들은 여귀로 누룩을 빚기도 했으며, 오늘날에서도 일본에서는 조미료로 사용하고, 꽃이 늦가을까지 남는지라 양봉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풀이니 이제라도 여귀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름을 불러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꽃의 書 -46- 자두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