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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不成(몽불성)

꿈에서 조차 못 이루는데...

by 한천군작가

달빛이 바람을 물수제비 뜨는 밤

담장 아래 내려앉은 별이

꽃으로 피어날 때

물결은 일렁이다 멈추길 여러 번

향기마저 달빛이 되어버렸다.


묵향에 젖어버린 밤에

긴 생각에 떨어진 먹 한 방울이

스며들어 번져버린 것이

내 그리움이 스며든 것처럼

향기로 꽃이 되어버렸다.


달빛 한 줌 집어다가 방을 밝히니

피워둔 촛불이 애처롭고

묵향에 흔들리는 마음이

피워둔 촛불이 슬퍼 나 대신

새벽까지 눈물 흘리나 보다.


떠나는 계절이 누구의 마음을 아는지 애잔하게 비가 내렸습니다. 촉촉하게 잎새를 적시니 더욱 가을에 더 다가서는 듯 기온은 낮아지고 긴팔 옷을 이리저리 찾다 멍하니 앉아 버렸습니다.

"내 00 어디 있지?"

"그건 옷걸이에 걸렸어요"

"아... 고마워"

"당신은 나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거예요"

그런데 나는 여태껏 잘 살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그럭저럭 살아지게 되더라.

가을이 오면 눈이 호강을 하지만 마음은 울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살아가며 가장 행복한 햇살을 만난 것이 가을이기에 내 가슴은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월이면 더욱 그렇다. 그해 시원은 참 따사로운 햇살이 많았는데...

"그거 알아?

난 늘 그해 가을에 멈춰 있다는 걸..."

수많은 기억들이 존재를 하고 마치 고장 난 영사기가 덜컥거리듯이 그 장면에서 멈춰 있는 느낌.

내 기억의 영상에는 여전히 고속버스에서 햇빛을 가리며 환하게 웃으며 내리는 누구의 모습이 그대로 멈춰 있다는 것을...

아마도 시간을 돌린다면 그 장면을 만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다.

그랬다면 아직도 캐나다에 있든 아님...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버릇이 생겼다. 촛불을 켜 두는 버릇이 생겼다. 남들에게는 "이거 아로마야 홀아비 냄새나지 말라고 그래서 구석구석에 피워두는 거야"라고 말을 하지만 촛불의 포근함이 좋아서다. 아니 어쩌면 포근함을 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 버릇은 거실 불을 켜 두고 출근을 한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데 불이 꺼져있으면 들어가기 싫어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구나 하며 켜 두고 다니던 것이 이젠 두부 때문에 불을 켜 두고 나온다. 그 녀석 혼자 있는데 불까지 꺼져 있음 녀석도 더 외로울 것이니까. 세 번째 버릇은 혼잣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물론 두부가 오기 전부터였는데 이젠 두부와 대화를 하고 있으니 이건 혼잣말이 아닐 수도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버릇 중 촛불은 퇴근 후에만 켜 둔다. 혹 두부가 다칠까 봐 잠들기 전에 꼭 끄고 잔다. 사고뭉치 두부 때문에...

이렇게 이젠 누구를 걱정하지 않고 두부를 걱정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무한 사랑을 주는 이 녀석으로 잊고 있었던 웃음을 찾았으니 참 다행이다. 퇴근 후 청소하기 전 이 녀석과 놀아주고 늦은 시간에서야 청소를 한다. 하루 동안 두부가 사고 친 것들을 제 자리에 가져다 두는 것이 내 하루의 마감이니 녀석 조금만 사고를 치면 안 될까 한다.

오늘은 종일 함께하니 녀석이 곁에 오질 않고 제 자리에서 갸웃거린다.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나 보다.

갸우뚱거리는 모습에 또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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