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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Sep 10. 2016

그리운 꽃의 書 -71- 과꽃

글꽃 선물 -35- 끼니때마다 배부른 글 한 그릇...

과꽃이 피는 곳에

하늘은 멈춘 시간처럼

멍이 들었지만

구름 모아둔 곳에

하늘 한쪽이 걸려있다.


바람에게 쓴 편지가

채 마르기도 전에

꽃이 되어

숨어 울던 기억이

다른 한쪽 하늘에 걸린다.


낙엽이 자리잡기 전에

낙엽이 앉기 전에

누군가의 눈물처럼

너도 조금만 울어

그 자리를 지킨다.


꽃말 : 믿음직한 사랑, 추억, (흰색) 믿는 마음

매일 아침 산책은 내 몸이 너무도 좋아한다. 그것을 머리가 느끼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머리보다 빠른 것이 있구나 한다. 언제가 산책이 꿈이었던 때를 떠 올리며 이 행복을 매일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산책을 하다 보면 가는 길에 뉘 집 화단에는 아직도 봉숭아가 피어있어 봉숭아 물을 들이지 않는구나 하고, 뉘 집 담장에는 아직도 능소화가 긴 허리를 늘어트리고 꽃을 달고 있구나 한다. 이렇게 오가며 만나는 꽃들이 좋고 햇살이 막 나와 그림자를 만들어 주는 시간이라 좋다. 

돌아오는 길에 뉘 집 작은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동요를 흥얼거리고 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내 손끝이 과꽃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동요에는 유독 꽃을 노래하는 노래가 많음을 알았다. 태어나 처음 말을 배우고 나서 옹알이식으로 개나리를 부르기 시작하며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를 동무들과 뛰며 부르고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하며 놀았으니...

하지만 요사이 어린아이들은 우리와 다르다. 이런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것 역시 서글픈 일이 아닐까...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지 온 삼 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생각나요

권길상 님의 동요 과꽃

고 권길상 님께서 작곡하신 과꽃의 가사다. 어릴 적 참 많이도 불렀는데 하는 생각을 하니 이 꽃 역시 우리에게는 추억이구나 한다.

추금, 당국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과꽃은 우리나라 북부지방이 원산지이며 유럽에서 계량되어 세게로 퍼져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꽃이기도 합니다.



나 다움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보세요.

잊고 있던 나를
잃어버렸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답니다.

친구에게서 나를 만나보세요.

카피적 인생 - 친구

살아가며 가끔은 잃어버리는 것이 하나 둘 늘어남을 느낀다. 그런 속에서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정말 카피적인 인생 글을 만날 때면 마치 잃어버린 우산을 찾았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전화기가 띵동 거리면 환하게 웃으며 뭘까 하는 마음으로 님의 글을 만나면 우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화선지에 떨어진 먹물이 서서히 번져 나가듯이 내 입가에도 미소가 아주 진하게 그리고 서서히 옅게 번져 나가 결국 얼굴 전체에 웃음끼가 담긴다. 아주 짧은 글이지만 그것에는 분명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좋다.

사람이 키우고
사람이 피우는
가장 행복한 꽃이다.

점심 글 - 꽃피는 계절

하루 세 번 혹은 그 이상의 끼니를 챙겨주시는 글이 좋다.

삼시세글!

마치 끼니를 챙겨주는 어머니의 마음 같은 글이라 좋다.

이 글 역시 짧은 글이지만 때로는 배가 부르고 때로는 꾸지람을 들으며 투정을 부리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한결같은 님께 이제야 글꽃을 드리는 것이 어쩌면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혼자 즐기며 혼자 좋아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죄송스럽다.

아침 산책을 하고 들어오며 뉘 집 화단인지 모르지만 그곳에 피어 있는 과꽃을 마주하다 님을 떠 올리며 꽃말처럼 믿음직한 사랑을 늘 우리에게 주시기에 이 꽃을 드려야지 하며 분주하게 쓴 글입니다.

받아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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