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처럼

by 한천군작가

흰서리 맞은 단풍은

다한 가을처럼 붉어

매화 부럽지 않으나

이도 질 것이기에

소나무에 등을 데고 선다.

변함없음이 지루할지라도

결코 지는 법 없으니...



이른 아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푸른 잎을 하얗게 덮고 있는 서리를 보며 이제 시작이구나 라는 말을 하였다.

겨울을 시작으로 보느냐고 말을 할지 모르지만 나의 계절은 그렇게 시작이 된다. 설렘으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차디찬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봄의 대견함을 위해서 나는 겨울을 시작점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달력의 시작인 1월을 보라 가장 앞에 나오는 것이 겨울이 아니던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던 것이 아마도 내 나이 7살 때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매년 아버지께 물었던 기억이 있다.

"분명 겨울이 먼저지만 왜 봄을 시작으로 할까요?"

"그건 새로운 생명들이 가장 많이 세상에 오기 때문이란다. 겨울에는 그 생명들이 하얀 눈을 덮고 잠을 자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생명들이 깨어나길 기다리지. 그리고 그 생명들이 푸른 새싹이 되고 나무는 꽃을 피우고 꽃이 있어야 그다음에 열매를 맺잖아.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니 당연히 봄이 처음이지."

"그래도 1월은 겨울인데요!"

"그럼 우리 집 달력엔 1월에 꽃이 피는 사진으로 바꿀까? 눈 속에서 피는 꽃들도 많으니까"

그렇게 허허허 하고 웃으셨던 젊은 날의 아버지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를 그렇게 이해시키려는 모습에 "그래 계절의 시작은 봄이야. 하지만 분명 처음 시작은 겨울이야"라고 고집을 피운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겨울은 시작을 위한 모든 생명들의 준비 기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홀로 고고한 척하는 소나무를 보면 안기고 싶어 진다. 때로는 하얀 눈을 소복하게 덮고 서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소나무도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 그리고 봄이 오면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 당연히 굵게 여문 솔방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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羞莊紅紫競春容(수장홍자경춘용)
獨保靑蔥傲衆茸(독보청총오중용)
暮雀欲投飜却去(모작욕투번각거)
凍枝其奈雪霜封(동지기나설상봉)

봄철의 예쁜 꽃과 다툼이 부끄러운 듯,
초목 사이 거만 떨듯 짙푸러 외로이 서있네.
앉으려다 몸 뒤집혀 날아가는 저녁 참새는,
차가운 가지에 눈서리 엉길까 맘 조리려 하네.

澤堂 李植(택당 이식)의 孤松(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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