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절정이라 하여도
나 홀로 바라보니
고개 돌려진다.
매몰찬 내 모습에
날을 새운 바람이
어깨를 치고 달아나고
낙엽은 그래도 붉어
어제와 다르지 않게 맑아
다시 산허리를 보게 한다.
내가 담으니 따뜻하여
그대에게 전해주려
조금만 멈추면 안 되겠니.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정작 누군가에게는 그것들이 지나가는 바람 같을지라도 그 바람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리하지 못함에 아쉽기만 하다.
고향집 앞마당까지 내려온 가을이 이내 차박차박 걸어서 산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이제 이 가을은 가 버리고 다음 가을을 기다려야 한다.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지나야 이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으니 더욱 아쉽기만 하다.
산은 저리도 붉게 물들었는데, 하늘은 또 저리도 푸른데 하며 먼 하늘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마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가 아닐까.
桐風驚心壯士苦(동풍 경심 장사고) 오동잎에 바람이니 壯士의 마음 괴로운데
衰燈絡緯啼寒素(쇠등락위제한소) 희미한 등불 아래 풀벌레 차가운 달빛 비단 위에서 운다
誰看靑簡一編書(수간청간일편서) 그 뉠까 나의 글을 읽으며
不遣花蟲粉空蠹 (불견화충분공두) 책벌레가 좀먹지 않게 할 사람은
思牽今夜腸應直(사견금야장응직) 온갖 생각에 오늘 밤 창자가 곧추서고
雨冷香魂吊書客(우랭향혼적서객) 비 내려 차가운 이곳, 여자 귀신이 나를 위로하네
秋墳鬼唱鮑家詩(추분귀창포가시) 가을 무덤 속에서 내 넋은 포조의 시를 읊으리니
恨血千年土中碧(한혈천년토중벽) 한스러운 내 피는 무덤 속에서 천년을 푸르리라
이하(李賀)의 秋來(추래)
이하(李賀)는 중국 당대의 시인이다.
말을 타고 가면서 시구를 1줄씩 종이에 끄적거려 수놓은 자루에 넣었다가, 밤에 이것들을 모아 불멸의 명시를 지은 귀재로 전해지고 있으며 26세에 요절한 아까운 인제 이기도하다. 그리고 이백(李百), 이상은(李商隱)과 함께 삼이(三李)로 불리는 낭만주의 시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