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2

by 한천군작가

마지막인걸 알면서도

그 손 잡아주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는데

그것이 병이 될 줄 몰랐습니다.


여전히 곁에서 재잘거리고

대답 대신 웃어도 좋아하던

그럼 알 줄 알았는데

그것이 병이 되었습니다.


아프지 말아야지

슬퍼도 하지 말아야지

울지도 말아야지 했는데

늘 차례대로 반복을 하였습니다.


있잖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알아

웃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그것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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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어지고 꿈을 꾸는 듯하다.

첫사랑을 만나면 환상이 깨질 거라는 말에 나도 그럴 것이라는 말-아니라고 반박하는-미소가 나온다.

그것은 아마도 그때가 아니라서 좀 더 늙어가고 있고, 좀 더 성격이 걸걸해져 가고, 모습도 변해가기 때문이 아니다.

사랑은...

환상으로 시작해서 유치해지고 마지막엔 체념을 하게 된다. 체념을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나는 늙지 않아 보이는 거울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그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젊고 싱싱하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은 자꾸만 늙어 가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체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어리석게도 그 거울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거울을 버리고 다시 역주행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다시 유치의 세계로 두 번째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왜냐고?

그건 체념해 버리는 내 슬픈 모습을 보기 싫어서, 또 미안해서다.

백발이 되어도 여전히 유치한 세상에서 손 잡고 황혼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치한 세상에 다시 온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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