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꽃 선물 - 44 - 일상, 영화, 그리고 생각을 쓰다
눈이라면 믿었을 것이나
홍조가 가득하여
반가움에 너를 안으려 든다.
자기 하나에 다소곳하게
바람을 등지려고 돌아 앉았나
뭇 사내의 시선에
부끄러워 돌아 앉았나
정월달에 피어난 너는
어찌 봄이라 말할 수 있으며
어찌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네가 그곳에 있는데.
눈이라면 믿었을 것이나
눈 내리지 않았으니
너의 붉은 얼굴이
바람에 젖어 향기롭기만 하다.
홍매는 5월에 잎과 같이 피며 적색으로 만 첩을 이루는 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매화와는 다른 시기에 피는 꽃이다. 하얀색의 매화는 4월에 잎보다 먼저 연한 홍색이 도는 흰빛으로 가지에 1~2개씩 달려 피는데 꽃자루는 없고 향기가 강한 꽃이다. 이 매화가 피고 나면 뒤를 이어 피는 꽃이 홍매인 것이다.
그런데 부산에는 너무도 이른 시기에 홍매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쩌면 이상기온이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소식이 아닐까.
하지만 그 소식과 함께 강한 한파가 닥쳐왔으니 얼지나 않았을까 걱정이다.
매화가 피는 시기에는 꽃을 보기 위해 이른 봄을 만나러 가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3월이면 광양으로 매화를 보러 다녔다. 산들이 눈이 쌓인 듯 하얗게 꽃무덤을 이루는 것이 너무 좋고 또 그 향이 멀리까지 가니 황홀하기까지 한 것이 너무 좋아 해마다 다녔다.
올해도 그렇게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가져 본다.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담 모퉁이에 매화 몇 가지
추위 이기고 홀로 피었네.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네.
은은한 향기 풍겨오는걸.
송나라의 개혁 정치가였던 왕안석(王安石)의 시
짧은 시간에 많은 글을 선물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
"우리 가족 이야기, 마음을 움직이는 글, 글쓰기 코치, 한 줄 한글, 삶을 살다, 직장인 이야기, 영화 리뷰, 역사 이야기 등 총 8개의 메거진을 집필 중이신 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난 이야기 그리고 삶의 향기가 가득한 우리 가족 이야기 중 히든카드 - 비상금이란 글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꼈고, 곧 다른 글들을 빠르게 읽어 들어갔다.
다음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글도 아주 좋아한다.
해는 서편으로 돌려보내고
비는 개울로 돌려보내고
그대가 보낸 노래는
다시 그대에게 돌려보낸다
꽃은 꽃에게로 돌려보내고
바람은 불어온 창 밖으로 돌려보내고
그대는 그대에게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어이하리
이 그리움, 이 슬픔은
돌려보낼 곳이 없구나.
거울에다 쓴 편지
간결하게 마음을 보여주는 글이 참 좋다.
어쩌면 나와도 같은 동질감 같은 것을 느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가져 보았다.
병아리 팀장님의 글 중 유독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총 93편의 글이 올라와 있으며 글 하나하나가 애착이 간다.
시를 쓰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다음으로 글쓰기 코치라는 메거진이다.
이 메거진에는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주제를 짧은 글로 쉽게 풀어주었다.
그것이 병아리 작가님만의 마력이 아닐까 한다.
글을 쓰면 그 순간의 생각을 소유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남들이 미처 정의하지 못한 무언가를 내가 이름 붙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그냥 물처럼 들어왔다 나가는 것이더라.
단지 머리에 든 것을 써 보는 것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일 뿐이더라.
영감을 느끼고 글을 쓰는 그 과정 자체가 전부인 것이더라.
그렇더라
생각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그랬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쓸수록 깨우쳐 가고 있다.
지금 아니면 그 생각들은 나를 버리고 달아나 버리기 때문에 글 쓰기는 지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를 내려 주시는 병아리 팀장님의 글들이 400편이 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44번째 글꽃 선물은 너무도 반가운 홍매의 소식처럼 늘 반가운 병아리 팀장님께 드리고자 한다.
받아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