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바람이었다.
너는 내게 훈풍이었다.
항상 나를 감싸 안은
그런 바람이었다.
너는 내게 꽃비였다.
너는 내게 화사함이었다.
항상 나를 바라보는
너는 꽃비였다.
봄처럼 다가왔고
가을처럼 물들었던
너는 내게 사랑이었다
그런 계절이었다.
너는 내게 우산이었다.
너는 내게 초록 우산이었다.
비에 반쪽 어깨를 적시게
허락하는 우산이었다.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향기가 날까 눈을 감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마치 처음 가는 길처럼 그렇게 온전하지 않은 기억으로 눈을 감는다.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비에 젖어도 좋으니 꽃비가 내리는 길을 걷고 싶다.
그 길에서도 역시 나는 눈을 감고 서 있을 것이다.
꽃비가 내리려면 바람이 불어야 하기에 그 속에서 향기가 날까 그렇게 서 있을 것이다.
그러다 비가 오면 비릿한 내음을 풍기는 그 속에서도 나는 서 있을 것이다.
바람으로 혹은 꽃비로, 다 적셔버리는 간지러운 여름 비가 내리더라도 나는 서 있을 것이다.
그 속에 분명 향기가 있고 나는 그 향기를 찾고 있으니까.
그렇게 봄이 오고, 여름이 가면 나는 단풍이 물들듯 그렇게 물들어 가던 때를 떠 올리며 또 서 있을 것이다.
여전히 그렇게 눈을 감고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눈 감은 내 앞에서 향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소망하는 단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