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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21. 2017

너는 내게

너는 내게 바람이었다.

너는 내게 훈풍이었다.

항상 나를 감싸 안은

그런 바람이었다.


너는 내게 꽃비였다.

너는 내게 화사함이었다.

항상 나를 바라보는

너는 꽃비였다.


봄처럼 다가왔고

가을처럼 물들었던

너는 내게 사랑이었다

그런 계절이었다.


너는 내게 우산이었다.

너는 내게 초록 우산이었다.

비에 반쪽 어깨를 적시게

허락하는 우산이었다.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향기가 날까 눈을 감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마치 처음 가는 길처럼 그렇게 온전하지 않은 기억으로 눈을 감는다.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비에 젖어도 좋으니 꽃비가 내리는 길을 걷고 싶다.

그 길에서도 역시 나는 눈을 감고 서 있을 것이다. 

꽃비가 내리려면 바람이 불어야 하기에 그 속에서 향기가 날까 그렇게 서 있을 것이다.

그러다 비가 오면 비릿한 내음을 풍기는 그 속에서도 나는 서 있을 것이다.

바람으로 혹은 꽃비로, 다 적셔버리는 간지러운 여름 비가 내리더라도 나는 서 있을 것이다.

그 속에 분명 향기가 있고 나는 그 향기를 찾고 있으니까.

그렇게 봄이 오고, 여름이 가면 나는 단풍이 물들듯 그렇게 물들어 가던 때를 떠 올리며 또 서 있을 것이다.

여전히 그렇게 눈을 감고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눈 감은 내 앞에서 향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소망하는 단 하나이다.


https://youtu.be/ue-nMw3KU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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