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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25. 2018

地錦(지금)

땅위의 비단이 되어버린 봄꽃

하얀 꽃으로 왔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담고 싶은 것만 담아

함께 걸어갈 것을

안개가 되었었다.

구름이라도 되려 하였을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는 듯

꽃처럼 흩날렸다.

그렇게 너는 내게 꽃이 되었다.

눈처럼 쌓이다.

눈처럼 날리다.

다시 쌓인다.

지금

내가 걸어가기 전에

네가 걸어가길 바라는 것은

그 봄이 온전히 너이길 바래서이다.

쌓이다 날리다 다시 날리면

이 봄이

지금이다.


살아가며 네가 없다면 난 참 슬플 것 같다.

허전해서 못 살 것 같다.

슬프게 말해도, 가슴 아프게 말해도 여전히 너의 손 잡을 거리에 서 있을 나를 본다.

오롯이 날리기 위해 핀 것 같은 벚꽃이 지고 초록으로 다시 피었어도 여전히 그 하얀 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 듯이 내 삶에 심어진 너는 여전히 스무 살 그 하얀 꽃이다.

가슴 아파도 너이기에 긴 시간을 견디며 살았으니까.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용해원 님의 벚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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