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의 비단이 되어버린 봄꽃
하얀 꽃으로 왔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담고 싶은 것만 담아
함께 걸어갈 것을
안개가 되었었다.
구름이라도 되려 하였을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는 듯
꽃처럼 흩날렸다.
그렇게 너는 내게 꽃이 되었다.
눈처럼 쌓이다.
눈처럼 날리다.
다시 쌓인다.
지금
내가 걸어가기 전에
네가 걸어가길 바라는 것은
그 봄이 온전히 너이길 바래서이다.
쌓이다 날리다 다시 날리면
이 봄이
지금이다.
살아가며 네가 없다면 난 참 슬플 것 같다.
허전해서 못 살 것 같다.
슬프게 말해도, 가슴 아프게 말해도 여전히 너의 손 잡을 거리에 서 있을 나를 본다.
오롯이 날리기 위해 핀 것 같은 벚꽃이 지고 초록으로 다시 피었어도 여전히 그 하얀 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 듯이 내 삶에 심어진 너는 여전히 스무 살 그 하얀 꽃이다.
가슴 아파도 너이기에 긴 시간을 견디며 살았으니까.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용해원 님의 벚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