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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r 02. 2018

그해 겨울

That winter i loved, and i was sad.

그 길을 걸어도 기대어 앉을 불빛이 없다.

얼었던 마음이 녹아 눈물이 되어버린 날

고집 같은 미련이 나를 달래려 해도 난

그 가로등 아래 떠벅이가 아니다.

바람에 돌아보길 반복하는 몸부림이

노란 오월 같았던 미소로 만지고 지나가

환영인 줄 알면서도 만지려 하는 그래서

허전하게 살아도 허전함을 몰랐다.

슬픈 날에도 슬픈지를 몰랐다.

누군가의 계절이 되어버린 몸뚱이는

다시 찬바람이 불어도

다시 원망을 한다 해도

다시 지우지 못할 것을 알기에

주저앉은 미련이 쌓이는 것을 보고만 있다.

 



오랜 빈자리는 빈자리가 아니었다. 늘 빈 그 자리는 아련함이 앉아버려 더 이상 빈자리가 아니었다.

가로등 아래 기다란 밴치가 빈자리가 아닌 이유는 가로등 불빛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앉아야만 채워진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엔 불빛이 앉아 쉬기도, 바람이 앉아 쉬기도, 때론 갈낙엽이 앉아서 기다리기도 한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서야 알았으니 얼마나 고집인 쌘 것인가.

함께 걸었던 골목길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함께 걸었던 학교 운동장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여전히 혼자라는 생각을 한 이유는 여전히 내겐 고집 쌘 계집애를 닮은 미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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