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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Sep 10. 2018

'가족'이란 이름으로

왠지 가족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 6

스무 살. 나와 살면서부터 '가족'의 의미를 조금은 깨달았던 것 같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서울 하늘 아래 믿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나보다 세 살 위인 오빠뿐이었다. 어렸을 땐 그렇게 투닥투닥하며 다퉜는데, 크고 나니 그렇게 의지가 되더라. 이런 게 가족인가 싶었다. 


한편으로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도 있다. 적당히 친하게 지냈던 대학 선배가 오갈 데 없는 나에게 같이 살자고 말을 해준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 선배와 나는 친자매와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고, 나에게는 또 다른 형제가 생긴 셈이었다. 마치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도 있지만, 이 세상에는 핏줄이 아닌 관계로 맺어진 가족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피보다 더 진한 유대감으로 평범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뭔가 모를 가슴 찌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 가족.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Edited by Movie S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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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를 큐레이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가 바로 '어느 가족'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감독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칸 영화제 수상 소식과 함께 개봉관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영화 다 제쳐두고 보러 갔던 영화였다. 


시작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함께 살고는 있는데 무언가 가족 같지 않은 냄새가 났다. 아니, 그러니깐 '혈연'관계가 아닌 것만 같았다. 

아빠처럼 보이는 사람은 아들에게 도둑질을 시키고, 엄마도 그다지 엄마 같아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우연히 지나친 아파트 베란다에서 혼자 있는 아이를 데려오기까지 한다. 



선택한 가족 한 더 강한 것 같아요. 관계라던가 유대감 같은 게


영화 '어느 가족'에서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각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알게 된다.

가족이 필연이 아닌 '선택' 했기에 더 강한 연대 의식이 생성되기도 하고, 낳기만 한다고 다 엄마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로 이어지지 않아 서로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핏줄이 아니라 '엄마'나 '아빠'로 부르는 게 쉽지 만은 않은 것을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엄마, 아빠라는 호칭으로 불러야만 비로소 가족이 완성이 되는 걸까. 어느 가족은, 꼭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가족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2. 허삼관 (Chronicle of a Blood Merchant, 2014)


동네에서 제일가는 미녀, 그리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 셋.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허삼관'은 첫째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첫째와 다른 두 아들 간에 차별을 두기 시작하는 허삼관. 

심지어 첫째 아들을 원래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보내려기까지 하는데, 살아온 정이 피보다 더 진한 터인지 쉽게 보내질 못한다. 심지어 병을 앓게 된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하는 진짜 아버지 '허삼관'. 

처음에는 허세와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사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도 아빠였다는 걸 영화를 보며 깨닫게 된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허삼관 매혈기'로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혈액을 모으기 위해 피를 팔러 다니는 허삼관의 이야기다. '매혈'이란 소재로 독특하게 풀어낸 영화로, 한국에서 만든 가족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억지 감동이나 슬픔 없이 흘러간다. (한국 휴먼 드라마는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라도, '허삼관'은 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 하정우의 두 번째 감독작으로 그가 출연해왔던 영화보다 스케일도 작고, 한 개인 (어쩌면 가족)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라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이야기가 다소 복잡하게 흘러가는데도 집중이 잘 되는 영화이기도 했다. 마지막엔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었고.... 영화가 끝난 후엔 만두가 먹고 싶어 진다. 그러니 만두와 함께 영화를 보자. 하정우 하면, 역시 만두 먹방이니깐.



3.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Ce qui nous lie, Back to Burgundy, 2017)


와인, 프랑스 남부, 인생. 

세 가지 키워드가 뭉쳐 있는 제목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였다. 아, 팩 와인이라도 사가야 하나 고민이 들게 했던 영화. 


영화 내내 잘 숙성된 포도와 빛깔 좋은 와인이 흘러 보기만 하는데도 왠지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에서 포도에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 속에는 삼 남매의 인생이 담겨 있다. 


자유를 찾아 떠난 첫째 형, 어떻게든 가업을 이어 가고자 하는 둘째 누나, 그리고 가족을 떠나 연락이 없다 엄마의 부고 소식에 돌아온 형이 못마땅한 막내 남동생. 

이들은 유산을 가지고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양조장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도밭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삶의 기쁨을 맛본다. 잘 익은 포도 한 알에 행복을 느끼고 때맞춰 꺼낸 와인의 맛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큰 감동을 느낀다. 


이 남매와 완전히 같은 구성원을 지닌 이유일까. 아래 위로 남자 형제 사이에서 둘째로, 그리고 유일한 여자 형제로 자라온 나에겐 세명이 함께 있는 것만 봐도 깊은 공감이 됐다. 


가족의 기대로부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첫째. 고집 세고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만 하는 둘째. 그리고 정 많은 셋째까지. 

당신이 삼 남매라면, 이 영화에서 당신의 인생을 맛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잘 익은 와인의 맛은 덤이다.



4. 데드풀 2 (Deadpool 2, 2018)


'진짜 가족 영화'

개봉 전부터 패밀리 무비라며 가족과 함께 봐야 하는 영화라고 홍보를 해온 데드풀 2. 그리고 본 사람은 모두가 '맞아, 이거 가족 영화야'라고 인정을 했다. 


전편만큼이나 큰 호평은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굉장히 만족하며 본 영화였다.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게 한 감동 드라마로 그래 가족이 뭐 별거야, 그냥 같이 고생하고 같이 위기를 극복하는 게 가족이지!!! 라며 외치게 만든 영화. 


"Family is not the F word (가족은 가'좆'이 아니야)"라는 엄청난 명언을 남기며 가족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5. 고령화 가족 (Boomerang Family, 2013)

흔히 말하는 '콩가루 집안'의 표본이 바로 이 가족이 아닐까. 

자식들은 하나같이 말 안 듣고 인생 망해서... 엄마 집에 붙어 있다. 

하는 것 없이 빈둥대기만 하는 백수 첫째부터, 천재 소리 좀 들은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는) 영화감독 둘째, 결혼만 세 번째인 막내 그리고 그런 삼촌들과 엄마 밑에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까지. 

아니 어쩜 하나 같이 이렇게 변변치 못할까 싶은데, 벌리는 일들은 또 어떠한가. '두통약은 내 필수품'이 될 것만 같은 가족의 이야기다. 


심지어 한 여자를 두고 첫째와 둘째는 경쟁을 하고, 조카는 가출을 한다. 알고 보니 가족은 가족이 아니고(??)

그야말로 엉망진창,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 뭐 이런 가족이 다 있어 싶다가도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딘가 하나쯤은 우리 집 이야기 같기도 하다. 맞아, 그런 일도 생길 법도 하지... 싶은. 


그래도 가족으로 살아왔던 그간의 '정' 때문일까. 이들은 화를 내면서도 결국 함께 한다. 형이니깐. 엄마니깐. 조카니깐. 그런 게 '가족' 이니깐. 



6. 나홀로 집에 2- 뉴욕을 헤매다 (Home Alone 2: Lost In New York, 1992)


보통 시리즈 물에서는 1편이 가장 좋다고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아니다. 영화 '나홀로 집에' 시리즈 중에서는 나는 2편이 가장 좋다. 


뉴욕의 유명 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호화롭게 지내는 케빈을 보는 것도 재밌고,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걸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겨울의 뉴욕 곳곳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가장 좋다. 록펠러 센터의 대형 트리 앞에서 케빈은 소원을 빈다. 선물이 아닌 가족을 만나게 해 달라고. 


선물은 원하지 않아요. 대신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세요. 가족들이 안된다면 엄마라도요.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래요. 난 모두를 사랑해요. 버즈 형도 요.


우연히 뉴욕에 혼자 떨어져서, 1편에서처럼, 엄마 아빠 없이 자유를 만끽하며 카드도 마구 긁어대는 생활을 즐기지만, 심지어 도둑도 잡아내지만 가족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정말이지 산타가 소원을 들어준 것 마냥 트리 앞에서 케빈은 엄마를 만나게 된다. 케빈은 역시, 굿보이다. 심성이 곧고 착한. 


영화를 보고 나면 "HOME SWEET HOME"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는 영화. 제목은 '나 홀로 집에' 지만, 결국은 '가족과 함께 집으로' 가게 되는 가슴 따듯해지는 영화다.





가족이 뭔 대수냐.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이 살고 같이 밥 먹고 또 슬플 땐 같이 울고 기쁠 땐 같이 웃는 거. 그게 가족인 거지.


영화 '고령화 가족'의 엄마(윤여정)는 가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지금이 젤 행복하다고. 아마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었을까.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가족'. 우리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위 영화들을 보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영화 '어느 가족' 리뷰는 여기서!


잔망 미 넘치는 가족영화, '데드풀 2' 상세 리뷰는 여기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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