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떠나보내며 내가 남겼던 글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 1년이었다.
아이들과의 마지막 날, 연습장 종이를 찢어 휘갈겨 적었다.
한 명 한 명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어, 복사해서 주었다.
25장의 마음이 만들어졌다.
사람은 사랑하는 것에 이름을 붙인다.
연인에게, 친구에게, 아끼는 물건에게 애칭을 붙인다.
'함성오사'는 함께 성장하는 5학년 4반, 작년 반 아이들에게 내가 붙인 이름이다.
-나의 감정을 알고 나를 사랑하는 어린이
-타인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는 어린이
-배움의 맛을 알고 즐기는 어린이
나는 글 한자 덜 가르친 것이 있더라도 한 점 부끄러움 없으며,
위 세 가지 나의 목표에 우리 함성오사가 어느 하나 누구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1년 동안 배운 것이 이것이라면, 부족한 선생보다 더 훌륭한 학생이 되어
더 넓고 멋진 세상에서 이 부족한 선생의 몫을 여러분들이 채워줄 것임을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끔은 모진 말도 하고 듣기 싫은 잔소리도 하였으나,
1년 간 같이 키운다는 마음으로 너희들을 '잘 돌보겠느라' 부모님들과 약속한 것이 있어 그랬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나의 자랑스러운 함성오사들아.
'용서'와 '이해'와 '책임'을 우리반의 미덕으로 뿐아준 학생들은 여러분들이 처음이었단다.
앞으로로 이 세가지 미덕에 부끄럼 없이 살길 바란다.
여러분은 이미 그렇게 살아왔고,
잠시 힘든 일 있어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1년 동안 많이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체 톡방 문제가 있었을 때도,
단열이 잘 되는 집을 만들다가도,
수학을 모르겠는 때에도,
발표가 만족스럽지 않았어도,
하다못해 놀이를 하다가 싸웠을 때에도,
우리는 해결책을 찾았단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기댔고,
잘 못한 게 있으면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란다.
인생에서도 늘 마찬가지다.
지나고보면 어찌됐든 잊혀진단다. 좋은 것도 , 나쁜 것도.
그러니 고마울 땐 고맙다고, 힘들 땐 힘들다고 그때 그때 표현하고 스스로를 알아주길 바란다.
‘지난 것’들이 되도록, 꼭 살아내보길 바란다.
아무리 힘들다고 느껴지더라도 말이야.
'지난 것'이 되었는데도 영 힘들어 내가 원망스러운 일 있거든, 나를 찾아오렴.
개인 상담할 때 처럼, 나는 들어줄 것이며, 함께 방법을 찾을 것이란다.
맛있는 밥과, 원한다면 그때는 어쩌면 술을 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면 또 다시 알게될지 모르지,
문제는 그 문제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 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에 있단다.
내가 1년 동안 가르친 것은 이것이 다다.
너무나 부족한 이 선생은 여러분들 덕에 1년을 버텼다.
개인적인 목표로 인해서, 건강 관리 소홀로 인해서 등등 변명은 많았으나,
그때마다 항상 여러분들은 나의 곁에 있어주었어. 정말 고맙다.
여러분에게 많이 배웠다. 그리고 또 고맙다. 부족해서 미안하다.
부디 선생의 부족했던 나날들을 여러분의 멋진 모습으로 잘 채워주길 바란다.
함성오사, 사랑한다.
- 2022년 12월 27일 선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