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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Oct 02. 2023

05. 당신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2)

초등학생의 첫 기억은 무엇일까?

'당신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섯 번째 밥상>

당신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2)

: 초등학생의 첫 기억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프로필은 본인들이 직접 그린 작품으로 대신한다.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다.  
(학생들은 선생이네 반 아이들로 초등학교 5학년이다.)



윤지 #반장 #FM #안정추구 #긍정소녀    

첫 기억: 할머니 품에 안겨있었던 기억. 따뜻한 안정. 
첫 기억2: 뭔가 직책을 맡아서 부담됐던 경험

-기본적인 감정: 안정감, 부담스러움, 책임감
-인식하는 세상: 세상은 안정적이고 따뜻한 곳이다. 


우리는 윤지의 세상을 '잔잔한 호수'로 추측했다. 

던진 돌 같은 갑작스러운 파동은 윤지의 세상에서 안정을 잃게 하며, 

같은 파동이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여러가지 감정 중에서 책임감을 특히나 많이 느끼고 

이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 때 책임감이 그 동기가 되는 때가 많다. 


실제로도 윤지는 반장으로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과 규칙대로 하려고 애썼다. 그것이 안정을 지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윤지는 정말 FM이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상우 #부반장 #다재다능 #긍정소년   

첫 기억: 놀이공원에서 재밌는 기구들이 휙휙 움직이는 장면. 

-기본적인 감정: 긍정. 호기심
-인식하는 세상: 뭔가 할 것이 많은 곳, 흥미로운 곳, 탐험하고 도전하는 곳. 


상우는 군기반장 윤지와는 달리, 자유롭고 긍정적인 영혼의 소유자다. 

어디 내놔도 빼지 않는 호탕한 성격 덕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게다가 운동이면 운동, 드럼 연주에 랩까지 섭렵한 만능 엔터테이너다.  

아니나 다를까 상우의 세상은 탐험하고 도전하는 곳이며 흥미로운 곳인 놀이공원 그 자체였다. 



호준 #ADHD #슬로우러너    

첫 기억: 캄캄하고 끈끈하고 불편하지만 편안한(?) 곳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밝은 빛이 비춰지며 밖으로 나왔다. 불안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기본적인 감정: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
-느껴지는 세상: 새로운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곳, 낯선 곳, 불편한 곳

(놀랍게도 엄마 뱃속에서의 기억이 남아있는데, 어린이들의 경우 실제로 기억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호준이는 친구들도 알고 있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다. 

본인의 산만함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 알아서 노력하는 편이지만, 

뭔가를 하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첫 기억을 보니, 호준이에게 세상은 낯설고 불편한 곳이었다.

우리는 호준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추측했고,

호준이 본인도 지금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 익숙해지는 데 오래 걸렸다며 동의했다.


우리는 호준이가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남들보다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며 

마치 심리학의 대가가 된 것처럼 분석했다.      



예담 #탐구가 #열정 #진지    

첫 기억: 놀이공원에서 기구들을 열심히 관찰했던 경험. ‘저걸 다 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기본적인 감정: 호기심, 완벽주의
-느껴지는 세상: 탐구할만한 곳, 이뤄내고 성취해야 할 곳.  


예담이는 반장, 부반장 못지 않게 친구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학생이다. 

책도 많이 읽어 아는 것도 많고, 열정이 가득해 뭐든 열심이다. 


최선을 다하지만 가끔 실패하는 때도 있어, (예를 들면 반장 선거...) 

모두의 짠함을 자아낼 때도 있지만, 꿋꿋이 도전한다.


짠할 정도로 열심인 예담이의 세상은 이뤄내고 성취해야할 곳, 호기심을 채워주는 곳이었다. 

될지 안 될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 알 수 있다. 

예담이가 남들보다 많은 실패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도전을 했음을 의미했다.


\

자신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푹 빠졌다. 

정확성 여부를 떠나 서로의 기본적인 감정과 느껴지는 세상에 대해 추측해보고,

친구와 기억을 나누는 것 자체를 즐겼다.

자신의 얘기와 친구의 얘기가 곧 수업이 되니, 수업이 너무나 재밌다고 했다.


여러분도 친구들과 MBTI 유형별 특징에 공감하며 웃을 때를 떠올려 보라.

'이거 봐, 얘랑 진짜 똑같아ㅋㅋㅋㅋ'

'이거 진짜 난데?' 

'이건 완전 ㅇㅇㅇ임.'


스멀스멀 광대가 올라오다가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지 않는가.

아이로 돌아가지 않는가.

아이들도 딱 그런 모습이었다.


이렇게 서로를 알게 된 후 아이들은, 

윤지가 줄의 대형을 정렬하는 것에 긴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호준이가 무엇인가를 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려도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으며, 

정우의 다재다능함을 질투하지 않았다.

예담이의 완벽하고자 하는 열정을 알아주었다.

 

‘맞아. 얘는 원래 그런 애지.’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예민하지 않게 됐다. 덤덤해졌다. 무던해졌다. 


무던함은 굉장한 여유를 내포한다. 

아이들은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는 설명이 되고 이해가 되면 더 이상 반문이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배경을 이해하고 있고, 나에게 설명을 해줬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그 집단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변화, 설명되지 않은 방법, 다짜고짜 시작되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의문스러움이 생기고, 당황스럽고 황당하기도 하고 짜증이 올라온다. 


심지어는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자신이 뭔가를 설명해줄 만큼 존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는 소중한 존재야’라고 아무리 말해주어도, 

실제로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혼란만 가중된다. 


느껴져야 한다. 

인식하거나 언어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체감한다.

행동도 그 느낌대로, 직관을 따를 때가 많다. 


\

다음의 예시를 생각해보자. 


연휴를 맞아, 자주 가던 카페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약속도 없고 온종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집에서 머리도 감지 않고 드러누워 쉴 수도 있지만, 창밖의 비와 여유를 즐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세수도 하고,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안꾸’ 외출복도 입어줬다. 


가서 마실 시원한 카페 라떼의 원두의 산미와 고소한 우유를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우산을 펴고 빗소리를 들으며 룰루랄라 카페로 걸어왔다.


‘휴무’

... 응? 쓰고 있던 우산을 던져버릴 뻔했다. 눈을 감고 한숨을 푹 쉰다. '휴'


‘갑자기? 오늘 원래 휴무인가?’ 지도를 검색한다.

‘휴무 아닌데? 왜 갑자기 휴무지? 아, 어디 가지? 집에 가야 되나? 기껏 나왔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왔던 길을 돌아갈 생각을 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바짓단에 튀겨지는 빗방울은 올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너무나 잘 느껴지기 시작한다. 

옷이 젖는 것도 싫고, 옆에 있는 카페는 왠지 그만한 맛을 못 낼 것 같고, 다른 곳을 가자니 너무 멀다.

문득 불 꺼진 컴컴한 유리창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꾸안꾸'룩이 아니라 '후줄근'룩인 것만 같다. 더 화가 난다.      


그러나, 이런 문구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올해 첫 휴가를 가게 되어 11일까지 쉽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을 감고 한숨을 쉰다. ‘휴’ 여기까진 같다.

     

‘올해 첫 휴가 가셨다고? 사장님 피곤해보이던데 결국 쉬시는구나. 

아, 나는 어디 가지? 집에 가야 되나? 기껏 나왔는데.. 

11일에 다시 열면.. 다음 주에는 올 수 있겠군. 그때 다시 와야겠네.. 

오늘은 그럼 새로 생긴 옆에 집을 가볼까..’      


왜 여기서부터는 다를까?


이미 이 카페의 휴무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었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신경을 써주는 것이 느껴진다.

신경을 쓴다는 것은 내가 적어도 그만큼은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 카페의 휴무에 앞에서처럼 열폭하며 매몰되지 않고, 

자연스레 다음 스텝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나와의, 타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한당연하지만 몰랐던 정보들을 알게 되면나를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도, 그리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감정이 중요한 사람이구나, 처음 보는 것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구나. 

그럼 나는 시작하는 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그게 당연하구나.

나는 남들과 다른 사람이니까. 그게 나니까.      


나를 받아들이면점점 남도 이해하게 된다

쟤는 나와 어떻게 다른 사람이지?, 쟤는 무엇이 당연한 사람일까?, 얘는 이게 예민하구나,

난 이게 좋은데 얜 이게 싫구나, 나랑 이 부분은 안 맞는구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성인 군자적 깨달음이 아니다. 

내가 이 사람과 어떤 부분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고, 

내가 이 사람과 어느 부분까지 함께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나와 서로를 알게 됨으로써 관계에서 속박돼있던 자기 의사 결정권을 해방 시키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나와 타인의 관계라는 삶의 대목에서, 치킨 스톡 뿌리듯 '교육 스톡'을 살짝 뿌려본다.


우리는 ‘나’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내게 느껴지는 감정이 언제 어느 때, 얼마큼인지를 들여다보는 교육이 있었는가?

또는 학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미성숙하거나 모자란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자기를 변명할 기회를 앗아간 적은 없는지.

아이들의 말을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혹은 과거의 내가 그 변명조차 할 수 없었던, 한 명의 학생이지는 않았는지.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했던, 아니면 지금까지도 그런 학생인 것은 아닐지. 


...


당신의 수저를 기다리며, 교육 밥상의 메뉴판을 내본다.

오늘도 즐겁고 맛있게 교육 밥상에서 대화하기를 바란다.




<메뉴판>

당신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그 기억을 보니 당신이 특히 중요하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은 무엇이고, 
세상을 어떻게 인식한다고 생각하나요? 

친구나 가족, 주변 사람들과도 한번 이야기 나눠보세요.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교실이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서로의 생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존중해주는 곳에서 공부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그런 곳에서 공부해본 적이 있나요? 지금 학교는 그러한 곳이라고 생각하나요?     



<곁들이는 반찬>

팩트 체크

-선생이는 대화에서 인생의 ‘첫 기억’이라는 말로 표현했으나 상담에서의 공식 명칭은 ‘초기 기억’이라고 한다. 


초기 기억

초기 기억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현재의 사고, 감정, 욕구, 인간관계, 행동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그 시절에 대한 기억들을 말하도록 하는 상담기법입니다.

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초기 기억에는 한 개인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삶에 대해 어떻게 지각하는지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삶에서 무엇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하는지에 대한 틀을 제시해 준다고 했습니다.


<내용 출처: 상담 사례 각색, '네이버 지식백과,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을 둔 초기 회생'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http://www.opencenter.kr/bbs/board.php?bo_table=e03&wr_id=61           


<후식>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아들러 심리학 중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 소개>

작가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번역 전경아

출간 2014.11.17.   


심리학 제3의 거장 ‘아들러’, 용기의 심리학을 이야기하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어두워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지, 그는 오늘도 고민이다. 이런 그의 고민에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알프레드 아들러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일본의 1인자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의 저서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화체’로 쉽고 맛깔나게 정리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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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의 미움받을 용기후기

https://blog.naver.com/guboogi5/222411843868 


내게 믿음이 있다면, 나를 믿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내가 준 만큼 받지 못하더라도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과제를 분리하고 먼저 사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맘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 사람이 뭘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난 그저 표현하고 존경하고 신뢰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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