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생이 Oct 22. 2023

07.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한 번쯤 들어본 질문에 대하여.

프롤로그

5명의 인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운양동 동네 술집에서.

우리는 어디서나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무 데서나 대화할 수는 없다. 

대화에 있어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을 고르는 것은 중요하다. 

여러분과도 좋은 공간에서 만나고 싶다.      



선생이여기 앉을까요?  

   

다현이오빠 밥 안 먹었지. 빨리 시켜요.     


경준이저는 뭐 아무거나 괜찮아요~    

 

선생이다현이님 치킨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거랑 골뱅이 소면이랑 이렇게 할까요?(츄릅)  

   

경준이ㅋㅋㅋ그래요. 아 선생님은 어떻게?     


왕식여러분이 좋은 걸로 해주세요.     


(시끌 시끌)     

자료 사진. 출처: 이투 뉴스(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257)

왕식저렇게 크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처음 만난 30대, 60대 남성과 30대, 20대 여성은 필연적 어색함을 갖는다. 

거기에 시끌벅적한 술집의 사운드가 더해져 왕식은 예민해졌다.      


왕식자리를 옮겼으면 좋겠는데.     


선생이아 저기로 옮길까요? 아예 안쪽으로?   

   

다현이그래요. 저기로 가요.   

  

경준이(이미 물컵 들고 이동 중)



왕식확실히 잘 들리네. 훨씬 지금 안정이 됐네요. 조명도 좋고요.     


일동그러네요!     


왕식이 자리가 너무나 행복합니다. 가슴 설렙니다.      


밥상머리를 밝고 조용한 곳으로 선도한 왕식이었다. 

(왕식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선도자, ENFJ였다.)       


  

왕식의 MBTI.





내일 당장 죽는다면? #죽음교육 #갓생

선생이저 요즘에 애들이랑 수업하는데, 방학이잖아요. 어떻게 방학 숙제를 멋지게 줄까 고민하다가, ‘갓생 프로젝트’ 시작했어요. ‘갓생’ 아세요?     


다현이뭐지? 좋은 삶?     


선생이오 비슷해요. 요즘 MZ세대가 좋은 것들에 갓을 붙이잖아요. ‘갓다현이’ 이라고 하면 완전 엄청나다 이런 것처럼. 그래서 인생에다가 요즘 접두사 갓-을 붙여서 갓생!      


다현이MZ세대가 생각하는 좋은 인생이 뭐죠?     


경준이안 쓰고 안 먹고 뭐 그런 거 아냐?     


선생이아뇨. 그 반대!     


경준이아~ 하긴. 포인트가 여러 가지가 있어~      


선생이맞아요. 절약하면서 사는 그런 것도 있는데, 갓생은 보통 좋은 삶을 위해서 막 자기 계발하고 최근에 유행했던 미라클 모닝 이런거랑 바디 프로필 등 완전 열심히 사는 거예요. 제대로 살아보자 이런 뜻?      


경준이오 갓생.. 사시고 계시네 우리 선생이샘은 바프(바디 프로필)도 찍고 ㅋㅋㅋ  

   

선생이아 그래서 제가 또 이 좋은 걸 저만 할 수 없으니, 애들이랑 하기로 한거죠^^ㅋㅋ 방학 숙제 합리화 아님.. 절대 아님..     


경준이ㅋㅋㅋ 강한 부정은 긍정이죠?     


선생이아무튼 갓생을 살자! 멋진 삶 살아보자 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이유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재밌는 활동을 했는데 우리가 해도 재밌을 것 같아서 가져왔거든요. 받아보세요. (다짜고짜)     

나눠준 랜덤 수명 쪽지.

경준이갑자기?ㅋㅋㅋ 이게 뭐죠? 3일?     


다현이저는 10년.     


은지전 20년.     


왕식30년이네요     


선생이각자에게 주어진 기간은 랜덤 수명입니다여러분이 그만큼만 살 수 있다면 어떻게 사시겠어요?     


경준이헐~ 나 3일이라고?     


다현이흠 10년..  / 이미 생각 중. 불평 불만이 없는 다현이이었다.

저는 해외로 선교활동갈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서 전도하고, 어려운 사람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선생이오 가보신 적이 있나봐요?     


다현이네. 그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저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10년이면 길다고 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거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선교갈 것 같아요.   

  

선생이역시 알차게 쓰시네 ㅋㅋㅋ j다.      


다현이시간을 허투루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운동할 때처럼. 사람이 태어나는 건 순서 있지만 가는 거는 순서 없다 그러잖아요. 그래서 항상 준비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선생이경준이샘은요?     


경준이결혼.     


선생이예? 아니 3일밖에 없다니까요?     


경준이오늘 만나서 내일 결혼하고 내일 모레 빠이     


선생이아니 ㅋㅋㅋㅋㅋ 3일 동안 그렇게 한들 무슨 의미가 있어요. 진짜 진지하게!!     


경준이진짠데...     


선생이아 됐습니다. 패스!ㅋㅋㅋ 은지샘은요?      


은지저는 20년인데.. 20년은 좀 긴 것 같아요. 몇 살이지?      


경준이마흔 아홉?      


은지대략 50에 죽는다.. 그럼 크게 생각 없이 평범하게 살 것 같아요. 지금처럼 직장 다니고, 굳이 사람들한테도 안 알리고.. 3일처럼 급하면 알리겠지만.     


선생이역시 현실적 s..     /은지의 MBTI는 ISFP다.


선생이남편한테는 안알려요? 남편은 무슨 죄야, 낚인 거 아니에요? 결혼했는데 50살에 죽으면..     


경준이아니 나는 3일째에 죽는데, 나보다 낫지 ㅋㅋㅋ     


다현이아니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나는 결혼하는 시간도 아까운데. 애기는?     


은지애기는 안 낳고.. 근데 10년이면 ..     


선생이아니 근데 남편은 이혼남 만들고 아니 사별남인가.     


경준이나는 사별녀?ㅋㅋㅋ     


은지그건 뭐 어쩔 수..     


선생이아~ 알 바 아니다?ㅋㅋㅋㅋ 선생님은요?     


왕식저는 5년 전에 시한부 인생을 받았었어요. 실제로.     


일동(숙연) Aㅏ.....     




왕식의 라떼썰 라떼는 말이야~’

-너넨 안 죽었지난 진짜 죽었다 살아났어

#뼛속까지_j #죽음도_계획적으로 #오진이_선물한_새로운_     


“모양새가 안 좋은데?”     

5년 전 추석이었어요. 피멍이 들어서 병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의사가 딱 그러는 거죠.      


“모양새가 안 좋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아, 들으셨어요?”      


아니 그럼 듣지 바로 옆에서 얘기했는데.


아무튼 간에 의사 말이, 간에 2.5cm 되는 혹이 있대요. 간경화가 진행된 것 같고. 아니 아파서 간 것도 아니고 피멍이 시퍼렇게 들어있어서 간 건데, 청천벽력이었죠. 큰 병원 가보래서 예약을 했는데 10-11월 예약도 안 잡히고, 빨리 해야 해서 근처에 있는 병원에 예약을 했어요. 그게 10월 1일인가 됐어요. 일주일이... 정말 안가더라고요.     


저는 정리를 했어요. 일단 제 사적인 기록들, 노트들을 정리했어요. 쓰레기 봉투 한가득 차더라고요. 나는 이미 간암 말기라고 받아 들여서 정리를 한 거예요. 그 당시에 대학병원 과장으로 있다고 하시던 의사 분의 얘기가,      


“제가 오래 봐왔는데, 이 사진 결과로는.. 큰 병원 가서 검사받아도, 결과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무리 길어야 앞으로 3개월 정도 남았겠다고 생각한 거죠. 지금 여러분들처럼 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저는 암 4기 말기의 3개월 시한부 인생을 받게 됐어요

가기 직전까지 과정이 헬렌켈러의 ‘3일만 눈 떴으면 좋겠다’ 그 상황인 것이에요.     


‘어떻게 해야 되나, 이제 내가..’      


여기는 결혼도 아직 안 하셨고 하지만, 나는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는데.

계속 거울을 보게 돼요. 내가 이렇게 건장한데, 여기서 무너져야 하나.     


내가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기분이 들면서 정말 사람들을 만나고 싶더라고요. 내가 정리 해야할 사람들이요. 

그리고 하룻저녁이 됐어요. 몸무게가 78kg였는데 73kg가 됐어요. 


샤워를 하고 옷을 양복으로, 속옷도 깨끗이 갈아입었어요. 왜냐하면, 보통 병원에 가서 못 나오더라고요. 큰 병원 가서 암 선고 받고는 거의 다 못 오고 죽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속옷, 양말까지 깨끗이 바꾸어 입고 전화기는 꺼진 상태로 병원에 갔어요. 이제 CT를 찍고 나와서 판독을 했죠. 의사 옆에 앉아있었어요. 보고 얘기해주는데,      


“다른 소견이 없습니다.”     


아 암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시는구나. 

후에 저는 제가 국어 선생인 것을 굉장히 원망했죠. 한마디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소견이 없다는 것은 동네 병원에서 받은 암 진단에 다른 소견이 없다는 것이니, 역시나 암이라는 거구나.’     


“왜 그러고 계십니까?”     


“다른 소견이 없다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은 정말이지 감히 만세를 부를 수도 없었어요.      


“저쪽 병원과 진단이 다른데요.”     


두 병원이 같은 계열이니 탓하지는 않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병원에서 나오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연락이 와있더라고요.


사실 아까 자리를 옮겨서 여러분들께 말했듯 너무나 행복합니다.’ ‘가슴 설렙니다.’ 이런 표현은 소설, 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연출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심이에요저는 그래요그 이후로 정말 저는 다시 태어났어요. 


사람들은 ‘병원에 소송 걸어라’해요. 저는 아니다, ‘분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줬다’고 말해요. 다현이님처럼 한순간도 저는 소홀히 살아갈 수가 없는 거예요.


병원 가기 하루 전 하나님께 정말 간절히 기도했어요.     

“정말 죄송한데요, 하나님. 당신께서 만들어주신 것 맞고 정말 감사한데, 10년만 연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70살에 정말 데려가셔도 깨끗하게 받아들일게요. 과한 부탁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때가 59세였어요. 그때부터 저는 70이 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런 나쁜 생각도 갖게 됐어요.    

 

모든 사람을 70살까지만 살게 하면 안 될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말 숭고하게 알뜰하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청난 범죄자들이 나올 수도 있죠. 어차피 죽을 건데. 뭐든지 갖고 싶은 것은 약탈하고.. 어차피 70까지 살건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런 사람들 또는 아무것도 안 쓰고, 안 먹고 아껴서, 미래를 바라보면서 사는 어떤 MZ세대들에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이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죽었어야 할 오늘에주어진 현실현재를 잘 살면 어떨까. 

현재는 과거가 되니, 내가 지금 아름답게 살면 내일이면 아름다운 과거가 생기네? 

그렇게 어제도 아름답게 잘 살았으면, 내일도 그렇게 살아지지 않을까


저는 오늘도 이렇게 현재를 살아요. 

지금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하고, 정말 매력적으로 살아야겠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함께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서요.     


...     



왕식이 소재가 저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리얼하게 겪은 거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서도 항상 베스트로 살려고 해요. 지금 이 순간이 베스트. 그러나 집에 가면 이 순간은 또 없어요. 과거가 되는 거죠.     

 

경준이...그 전에 병원은 아무튼, 잘못했네요. 청구는 어떻게..     


다현이: (진지) 저도 근데 그 상황이 똑같이 벌어진다면 그 병원 탓하지 않고 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거 덕분에 극과 극을 달린 거잖아요. 저는 그럴 것 같아요.      


경준이그렇죠. 개인한테는 그럴 수 있고, 교사 입장에서 직업적으로 보면 또 다를 수 있고. 저는 또 그렇게 봤네요.     


왕식또 종교적으로 보면, 간절한 기도 등등이 구원했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그러죠. 그래서 목사님께서 간증을 부탁하시기도 했어요. 진위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정말 동네 병원에서까지는 제가 실제로 암이었을 수도 있죠. 그러니 대학병원 과장으로 있던 분이 매우 의심되니 큰 병원 가보라고 한 것이고.      


왕식실제로, 그 후에 그 자료를 다시 가지고 갔어요. 가서 이상이 없다고 한다고 하니, 그때는 그랬다는 거예요. 판독을 한 대로 얘기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 분이 설령 오진을 내렸어도, 오진으로 인한 수술 때문에 죽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오히려 오진을 내려서 다시 부활한 셈이니,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어요?     


선생이: 그러네요... 흡연자에게 “당신 폐암 4기야.” 그러면 당장 끊는다면서요. 근데 그렇게 끊게 하려면 진짜 말기거나 의사가 거짓을 간증해야 하죠. 근데 선생님의 사례는 담배는 끊고, 진짜 말기이거나 의사가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닌, 엄청난 특이 케이스인 셈이네요.     


...     


우리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당신은 이 대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앉아있는 책상에서도, 소파에서도, 카페에서 밖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운전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원할 것 같은 삶은 생각보다 짧다.      


또 한편으로는 이 덧없는 삶이 생각보다 질길 때도 있다. 

짧고도 질긴, 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게 될 때,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여기에는 각자의 믿는 생각, 곧 신념이 담긴다. 


쉬운 예는 경준이. 경준이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 것으로 보이는가? 

그렇다. 결혼이다. 3일만에 결혼이라니 장난스럽긴 했지만, 

사실 경준이는 정말이지 농담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준이저는 아빠가 타지 생활을 오래 하셨어요. 제가 40살인 지금도 해외 계시고. 어머니랑 저, 형 셋이 살았죠. 제가 모든 운동을 섭렵하고 자격증을 딴 가장 큰 이유는 제 자식들에게 운동만큼은 제 손으로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저는 그런 추억과 기억이 없으니까요.     

 

다음, 다현이는 어떤가? 다현이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운동 선수로 살아왔다. 치열한 경쟁 사회였다. 

매번 성적이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다현이는 항상 다현이의 할 일을 했다. 

꾸준한 열정, 그것이 다현이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지금의 삶,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그것이 다현이가 믿는 생각, 신념이다.      


자, 여러분은 어떤가? 당신은 어떤 생각을 믿고 살아가는가?

아마 여러분은 이미 우리 대화를 보면서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 

내가 곧 죽는다면 무엇을 할지 함께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런 게 교육이면 안 되는걸까?

우리는 치열하게 ‘죽음’을 생각했다. 그러자 ‘삶’이 보였다. 

내가 원하는 삶을 보았고, 이와는 또 다른 서로의 삶을 보았다.

희뿌연 현실에 ‘죽음’이라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대화’로 닦으면, ‘삶’은 한층 선명해진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같은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

나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수업으로 삼았다. 

방학 숙제로는 그 중요한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자신만의 갓생 살기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방학 숙제를 만들도록 했다.                       
                                                                                                   

실제 선생이네 반 아이들이 만든 나만의 방학 숙제.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준 ‘책 oo권 읽기, 줄넘기 하루 100번 하기, 수학 문제집 1권 다 풀기’를 방학 숙제로 한 아이들과, 위처럼 스스로 만든 방학 숙제를 한 아이들이 있다면,

당신의 아이는 어떤 숙제를 했으면 좋겠는가?

아니 그보다 당신은, 어떤 숙제를 하고 싶은가?     


이런 대화를 꼭 어른이 되어서, 수많은 경험을 가져야만 할 수 있을까? 

‘술 한잔 들어가야지~’ 하는 말마따나, 알콜에 의존해야지만 할 수 있을까?

학교의 아이들이, 해가 창창한 대낮에, 수업에서 ‘죽음’을 말할 수는 없을까?

대화가 수업이 되고, 생각이 공부가 되며, 실천이 방학 숙제가 되면 안 될까?   

   

우리는 잊고 산다. 

우리도 한때 아이였다는 것을. 그때 나름의 경험과 추억과 역사가 있고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산다. 

아이들의 배우는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은 ‘이래라, 저래라’ 주어지는 과제가 아니라,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말과 쏟아지는 질문을 덤덤히 받아주는 어떤 어른이라는 것을.     


...     


선생이자 그렇다면, 내일 당장 죽는다면요?


다현이저는 크리스찬이어서, 교회 갈 것 같아요. 죽음을 오롯이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준이슬퍼서 상상조차 하기 싫어요.     

은지가족들이 알지 못하게 혼자 조용히 갈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시간도 없고, 가족들은 알면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냥 혼자...      


...


당신의 생각은? 

남은 수명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인생의 신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내일 죽는다고 했을 때는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현이에게는 ‘나’라는 사람과 가족들, 지인들. 인정. 관계가 소중한 대상이다. 

먼저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고 정리한 뒤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로 간다. 

관계를 중시하지만, 자신의 컨디션이 바로 서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경준이는 감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죽음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며 엉엉 울고 있다. 

아마 죽음을 앞두고도 감정에 휩싸여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은지는 ‘나’가 가장 소중한 대상이고, 현실적인 ‘상황’이 중요한 사람이다. 

혼자서 마지막을 정리하지만, 그 바탕에는 가족들이 감당할 슬픔의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평소에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인물들의 대답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당신은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가? 아니라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당신은 어떤가? 당신이 내일 당장 죽는다면?     


언제든 당신의 생각을 여기로 와서 나눠달라.

밥상은 언제나 풍성할 것이며, 당신을 위해 차려져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대답을 반찬 삼아 함께 나누는 것도 좋다. 

나는 언제나 여기 이 밥상머리에서 함께 하겠다.     


<메뉴판>

인생/인성 교육vs 지식 교육, 앞으로 공교육은 어떤 교육에 방점을 둬야 할까요?

당신이 3년 뒤 죽는다면, 또는 내일 죽는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요?

당신의 답변으로 알게 된 삶의 신념과 소중한 대상은 무엇인가요?

지금 생각한 것을 10살 때 학교에서도 생각해봤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곁들이는 반찬>

▶우리나라 죽음 교육의 현주소

네이버에 죽음 교육을 검색하면 ‘시니어’ 즉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 주를 이룬다. 

이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죽음’을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교육에서도 죽음에 대해 별로 다루지 않는다. ‘미래교육’은 많은데, ‘죽음 교육’은 없다. 생소하다.

 

우리는 현재를 살며 미래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더욱 멋지게 ‘잘 살기’ 위한 방법은 모순적이게도, 멋지게 ‘잘 죽는’ 방법을 생각해볼 때 도출된다.

현실을 직시할 때 과거와 미래는 통합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를 선사한다. 

왕식에게 있었던 일이 우리에게 없을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헬렌켈러의 책.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저/박에스더 역 | 사우 | 2018년 11월 27일 | 원제 : Three days to see

<책 소개>

헬렌 켈러가 스물세 살에 쓴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50대에 쓴 에세이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어려서 열병을 앓고 난 후 시력과 청력을 잃은 뒤 가정교사 앤 설리번을 만나 장애를 극복하고, 평생 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헌신한 헬렌의 삶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영화나 요약본, 아동용 동화를 통해서 그 내용을 접했을 뿐이다. 이 책은 번역자가 헬렌이 쓴 한 단어, 한 문장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고 완벽하게 번역해낸 결과물이다. 헬렌이 직접 쓴 「내가 살아온 이야기」에는 사라진 감각 대신 촉각과 후각, 상상력으로 세상을 살아간 그녀의 삶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50대에 이르러 3일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쓴 에세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한 작품이기도 하다.     

평생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그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다. 단지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글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전 11화 06.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