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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Nov 22. 2023

툭하면 하게 되는 말 표현이 있나요?

위대한 유산

243쪽

'작살나는' 벌을 받을 거라는 이 말은 그가 툭하면 내뱉는 가정법 표현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이 말에 어떤 명확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꾸며 낸 세례명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모욕하기 위해서, 그리고 뭔가 잔인하게 해를 끼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사용했다.


나의 질문과 대답

툭하면 하게 되는 말 표현이 있나요?


"정리해"

평소에 엄마가 많이 하는 말이 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아이가 대답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툭하면 내뱉는 말대로 아이가 정리를 잘하면, 무엇을 누릴 수 있는 것인가. 정리와 자기 주도는 어떤 차이를 두고 있는지 엄마는 자신에게 대답할 수 있는가. 대수롭지 않았던, 평소 잔소리에 엄마는 질문을 더해본다. 아이에게 정리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좋은 정리의 기준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질문이 아이와 엄마 사이를 채운다. 아이가 정리를 잘하지 못했을 때, 쏘아대는 화살촉이 담긴 엄마의 말을 거두고, 진지한 엄마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한바탕 잔소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한동안 아이와 엄마 사이에 차가움이 머문다. 이 공간을 온기로 채우기 위해 엄마는 아이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바라보는 것은 쉴 틈 없이 내뱉는 엄마의 말을 멈추게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사실 아이도 궁금해하고 있다. 왜 정리를 지금 당장해야 하는지. 그 일이 지금 즉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에게 어떤 해로움이 있을지 말이다. 엄마와 자신 사이에는 왜 늘 "정리"라는 단어가 있을까.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질문을 품는다. 아이도 자신의 대답을 정당하게 꺼내놓길 원하지만, 바로 해내는 일이 어렵긴 하다. 골똘히 생각하며, 정리와 또 다른 일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따져본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선택과 책임의 가치로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 질문과 사유는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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