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85세 대구의 꼬장 할매 정말임 여사는 자식 도움 1도 필요 없다며 인생 2막을 내돈내산 나홀로라이프로 즐기려 했건만 이놈의 몸이 말썽! 오랜만에 외아들 종욱의 방문 탓에 팔이 부러지고, 이 사고로 요양보호사 미선을 들이게 된다.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이는 아들과는 마음과 다르게 모진 말만 오가고, 요양보호사는 어쩐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영 맘에 안 든다. 그렇게 마찰과 화해를 반복하던 중 종욱 가족이 불쑥 찾아온 명절날, 묻어두었던 관계의 갈등이 터져버리는데…. 가족이 뭐 별거야? 이제 함께 살 테니 “우리 말임씨를 부탁해!”(‘말임씨를 부탁해’ 네이버 설명)
추석이었다. 작년 같았으면 시댁과 친정을 오갔을 최씨와 나는 더 이상 친정에는 가지 않는다. 친정이 우리 집으로 와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하나뿐인 친정엄마 혁이씨. 나의 하나뿐인 친정엄마 혁이씨에게도 나는 하나뿐이다.
사실 나는 하나이기에 좋은 점이 있는 것처럼 힘든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남편 최씨는 그런 상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맞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 전 직장동료이자 나보다 케어 선배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여럿이라고 여럿이서 사이좋게 케어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다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하나라서 좋은 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추석 날, 명절 음식을 몇가지 만들어 나누어먹고 잠시 쉬는데 tv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남 같은 가족, 가족 같은 남’이라는 주제로 고령화 시대 부양 부담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은 독립적인 엄마(말임씨)와 그러기에는 나이가 들어버린 말임씨의 몸.
나와 같은 걱정 많고 성질 있는 외동아들의 고민.
요양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치매환자 코스프레를 하는 현실. 그에 따른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고충과 대안 가족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나머지는 스포일 수 있으므로 직접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혁이씨 슬픔 포인트
요양사 선생님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상을 말임씨네 제사상에서 대신 지내는 모습을 보며 불쌍해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둘기씨의 포인트
말임씨의 강아지 하루는 정말 귀엽고, 외동아들과 말임씨의 관계가 꼭 혁이씨와 나 같아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냥 이 영화 자체가 있다는게 위로가 됐다.
방문요양보호사 선생님 면접은 방문요양센터를 통해 이루어지며, 어르신 댁 (편의상 어르신이라고 하겠다) 방문 당일에 진행된다.
센터에 속해서 계속해서 일하셨던 요양사 선생님이 오시는 경우도 있고, 센터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요양복지사 선생님이 유선상으로 면접 이후 합의가 되어 면접날 처음 만나게 되는 초면인 경우도 많다.
아무튼 그러한 면접 후 어르신과 요양복지사 선생님이 서로 잘 맞을 것 같으면 방문요양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보호사 선생님과 어르신, 보호자의 합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존중하면서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나는 또 다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 집에는 선생님 공백기가 있었다. 공백기는 참 난감하다. 얼마 전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우리 신혼집에서 혁이씨의 공간은 작아서 청소할 일은 없기에 주로 혁이씨만 먹을 소량의 반찬 만들기와 다리 재활에 신경을 써주신다.
햇빛이 있는 시간에 집 앞에서 보행기로 산책을 도와주시고 말벗을 해주시는데, 혁이씨가 유일하게 산책 메이트로 신뢰하게 된 분이다.
주말 산책 담당은 나지만, 일하는 시간에 혁이씨와 산책이 어려운 나는, 국가의 지원과 15-20만원 남짓한 내 소중한 월급으로 하루 세 시간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세 시간이 지나면 또 그것은 온전히 가정과 환자의 몫이 된다.
나는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참 고맙다. 최근 갱년기가 심해지셔서 불면증이 생겨서 일하는데 지장이 생긴다고 하신다. 갱년기로 본인도 병원 신세를 지게되서 그만두시게 될 것 같다고도 하는데, 우선은 계속 오시기로 했다.
선생님의 건강도 하루속히 좋아지길 바란다. 타트체리 주스를 선물해드려야 하나 고민이다.
건강히 계속 오시면 좋겠는데..
하루에 세 시간 동안 우리 혁이씨를 잘 부탁드립나다.
영케어러 구둘기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