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신입이라는 낙인을 마주했을 때》

“그래서 이제는 어디 다니세요?”

by 형ㅈ

이 질문이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지금은 안다.


‘30대 신입’이라는 말 안에는
설명하지 못한 사정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 출근길, 내 마음이 먼저 작아졌던 시간

지금 회사는 집에서 차로 15~30분 거리다.
멀지 않다.
매일 차로 출퇴근하면서
라디오나 음악을 들을 여유도 생겼다.


그런데, 출근 첫날은 다르더라.
운전하는 내 손에 땀이 맺혀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나는 31살에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이다.



�‍� 나보다 어린 사람은 없지만…

사무실에는
나보다 어린 팀장도, 동료도 없다.
모두 나보다 연차도 많고, 나이도 많다.

형식적으로는 ‘신입’이지만,
실제로는 막내가 아닌 이상한 위치.


업무는 새로 배우지만
나이 때문에 당연히 뭔가 ‘알아야 할 것 같은 사람’이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괜히 조심스러웠다.


돌이키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예전에는 대표님소리를 들으며,
“이건 이렇게 합시다”라고 말하던 사람이
이제는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는 말부터 배워야 했다.



�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만 시끄러웠다

그 누구도 나에게
“늦게 들어왔네”라거나
“이 나이에 신입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정작 가장 시끄러웠던 건 내 안의 목소리였다.


“너는 이제 실패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자리를 잡았는데…”

“왜 너만 이렇게 늦었을까?”


출근 첫 주, 그런 말들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보고 배우는 입장이라고 스스로를 말해놓고도,
작은 실수 하나에 밤새 뒤척였다.




� 결론: 낙인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찍힌다

나는 지금도 30대 신입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이 ‘낙인’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알게 됐다.
그 낙인은 세상이 나에게 찍은 게 아니라,
내가 내게 찍었던 것이라는 걸.


조금 늦게 다시 시작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의 의지와 선택은
결코 작거나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 다음 글 예고
《왜 사업을 접었나요? – 면접에서 가장 듣기 싫었던 질문》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진실을 말하는 것도,
포장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로 사람을 잃었던 내가, 다시 대화를 시작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