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베르테르에겐 미안하지만, 젊은..은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한 여인을 향한 한 사내의 열정적인 사랑을 볼 수 있는 데다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사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죽어야 사는 남자, 베르테르의 로테를 향한 감정이. 작품을 접할수록 독자들은 이미 로테에게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다. 베르테르처럼. 오 로테, 로테여.
청춘이던 시절, 난 베르테르였다. 그의 슬픔이 곧 나의 슬픔이요, 그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었다. 어디론가 나의 로테를 찾아 떠나야 했다. 로테를 향한 불타는 정염으로 보내야만 했던 무수한 불면의 밤들, 수많은 여인들이 내 상념 속에서 로테가 되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었고 그 시절 우리 모두는 베르테르였다. 청춘이란 이름으로.
현재 중년이 된 나에게 베르테르란, 여전히 가슴 뛰는 이름이자 청춘의 그 시절로 데려가는 존재다. 내 청춘이 거기 있으니까. 다만 그 시절과 차이가 있다면 조금 다른 면이 보인다는 것이다. 베르테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작가의 잔인한 설정 말이다. 우선 로테의 부모들이 금슬이 좋아 슬하의 자식 아홉인데, 하필 로테는 그들 중 장녀다. 모친의 죽음으로 로테는 연로한 아비와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할 처지에 놓인다. 또한 약혼자 알베르트는 모친의 임종을 지키고 로테를 부탁한다는 부탁까지 받는다. 차라리 알베르트가 망나니였다면 베르테르에게 기회겠지만, 야속하게도 그는 훌륭한 신랑감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로테가 베르테르와 사랑의 야반도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베르테르의 한계다.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다음은 언제일까. 이 고전 명작 소설을 다시 접하는 시기가. 내 생의 끈이 더 길어진 이후에 베르테르는 어떤 슬픔을 나에게 보여줄까. 벌써 부터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