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토너> 존 윌리엄스
픽션치고는 다소 밋밋하다. 어쩌면 다소 따분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스토리에 매력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주인공 스토너의 인생사가 우리의 인생살이와 닮아있기 때문일듯하다.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연한 기회에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전공을 정하고 모교에서 정교수의 위치까지 올라간다. 평생을 교직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는데 매진한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슬하에 외동딸 하나를 두었는데 잠시 다른 여성과 진정한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후 퇴직을 앞두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업적을 이루지도 못했다. 직장 내 인간관계도 뛰어나지 않았고 자식 교육에서도 그랬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우리와 같은. 그의 이런 평범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와 같아서.
스토너는 일하고 사랑하며 그리고 죽었다. 어떤가. 우리네 인생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이 벌어진다고는 하지만 조금 길고 넓게 보자면 인생에서 그렇게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스토너의 인생처럼 잔잔하게 흘러간다. 우리는 우리네 인생에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가슴 뛰고, 즐겁고, 흥분된 무언가를.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린다. 스터너를 통해. 그런 일 없다고.
윌리엄 스토너는 착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작중에 항상 타인에게 당하거나 손해 보는 타입으로 그려진다. 다소 답답하지만 나도 비슷한 성격이라 정감이 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보다 스토너 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을 좋아해서 스토너는 나에게 잘 맞았다. 하지만....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떨까. 만약 이 작품이 유럽에서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었을까. 글쎄.... 회의적이다. 맛으로 비유하자면 매운맛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밋밋한 순한 맛이 미식가들을 사로잡기는 힘들었을 테니.
조금만 더 끄적여 보자면, 보통의 경우 작품을 읽고 느낀 감상을 즉시 글로 옮긴다. 감상을 적기 위해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른 이의 주관에 영향받지 않고 작품에 대한 나만의 감상을 적고 싶기 때문이다. 스토너 또한 그랬다. 바로 적어 내렸다. 그리고 그 이후, 작품의 반응들이 궁금해 조금 서치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반응이 예상대로였다. 일단 유명하니까 무언가 있겠지 하는 그런 반응들. 약간 과대포장된 느낌. 현재 한강 작가의 작품을 비판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아, 물론 한강 작가의 작품을 깎아내릴 의도는 전혀 없다. 나 또한 한강 작가의 오랜 팬이기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