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한층 올라가며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누군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 자주 듣는 노래, 독특한 버릇과 몸짓.
상대방에게 조금씩 다가갈수록, 그 상대를 점차 알아가고 닮아가게 된다.
그것은 말라버린 흙에 물이 스며들듯이 그렇게 소리 없이,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마른땅을 적시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들었던 꽃잎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상대에게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고양이에 대한 해박한 지식, 처음 들어보는 노래의 가수가 누구인지 알려주기도 하고, 상대의 직장동료,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문학, 이야기. 좋아하는 색이라든지, 좋아하는 날. 또는 비를 맞고 다니길 좋아하는지 아니면 우비를 준비해서 다니는지. 어떤 향기를 좋아하는지. 코는 예민한지. 좋아하는 향수는 무엇인지. 말투, 생각. 표정. 몸짓까지.
여름이 좋은지 겨울이 좋은지, 어떤 술을 좋아하고 어떤 커피를 즐겨 마시는지. 나와 같은 부분, 다른 부분이 있음을. 많은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서로가 나눈 대화만큼 서로가 붙어있었던 시간만큼.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눈을 바라본 시간만큼.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식물과 닮았다.
혼자서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자라나는 모습이 그렇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같은 향기를 머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를 엮어서 지탱하는 모습 또한 그렇다. 그리고 매일 누군가를 향해 새로운 꽃을 피우는 모습까지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말하자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새로운 세상 하나를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시인이 고백했던 것처럼 그대가 나에게 다가와서 하나의 의미가 되는 순간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을 수많은 이야기. 경험, 인생을 살아오며 자기도 모르게 남겨왔던 수많은 흔적들.
사람은 그렇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러하다. 한 번에 두 가지 종교의 신념을 따를 수 없고 눈은 두 개이지만 한 번에 하나만 바라볼 수 있는 나는 그렇기에 상대를 통해서만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상대를 받아들이는 하나의 행동으로 그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그 상대가 바로 새로운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할 또 다른 세상을 하나 얻은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사랑할 대상을 얻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된다는 것은 바로 그 세상을 떠나보내는 것이 된다. 그래서 상대가 떠난 자리는 크고 공허하고 그림자가 남는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아픔을 먹고 자라며 종종 내 주변을 떠돌다가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거나. 혹은 자주 가는 음식점 앞을 지나거나, 스피커에서 함께 들었던 음악이 나올 때, 또는 지난 시간의 흔적이 기억이란 이름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종종 나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그래서 부서진 공간이 점차 무뎌지고 덜 날카롭게 되면 그리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때 생채기가 나지 않게 되면, 그래서 누군가를 껴안을 때 내 마음속의 억새풀이 상대에게 생채기를 남기지 않게 되었을 때.
그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였노라고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했었노라고
그리고 이제, 새로운 세상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 그랬다. 어느 시인이었나. 길을 가다 문득 지나치다 눈길이 머문 문구였는데.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고.
그래서, 누군가를 옆에 둔다는 것은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나는 준비가 되었지만
내가 언제가 만나게 될 상대에게 나는 최선인가 라는 질문이 남았다.
모든것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됨을.
마음공부가 되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