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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16. 2024

[職四] 20대가 생각하는 최악의 선배

직장인의 사계 - 겨울 [이른 아침 신문기사를 보다 문득 든 생각]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니 '20대가 꼽은 '막말·갑질' 보다 더 싫은 최악의 직장선배는?'(https://www.fnnews.com/news/202405151931024600)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장에서 좀 더 잘 살아서 꿈을 이루자'가 목표여서 그랬는지 제게 훅 하고 들어 오더군요. 그럼 오늘은 도대체 누가 그렇게 최악인지 그 내용을 잠시 둘러보겠습니다. 




1. 20대가 꼽은 최악이 직장선배

  조사에 따르면 ‘성과를 가로채는 사수(44%)’가 압도적인 1위입니다. 막말이 18%로 2위이니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에게 훨씬 더 큰 실망을 느끼는 것 같네요. 물론 노골적으로 후배의 성과를 가로채는 선배들도 있겠지만, 회사라는 조직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지라 본인의 짧은 판단일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후배님들이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나 회사에서는 '나'라는 사람의 성과보다 조직 전체의 성과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라도 하드웨어에서 구동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선배님들은 내가 후배의 성과를 아무렇지 않게, 출처도 밝히지 않고 타인의 저작을 가져오면 '표절'이 되는 것처럼, 선배들도 출처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고 나서 보고하는 자세는 갖추는 것이 좋겠네요. 


  그렇다고 2위를 차지한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간의 예의가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매너를 갖추지 못하신 분들은 알아서 혼자 하는 일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막말을 굳이 해야 하는 상황이 회사에서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화가 나고 답답한 상황이야 있겠습니다만, 모든 이들이 화가 난다고 무조건 막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뭐 눈에 뭐가 보인다고, 본인이라는 그릇 자체가 막 돼먹었기에 막말이 막 나가는 거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2. 20대가 꼽은 최고의 사수

  그렇다면 20대가 꼽은 최고의 사수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 주는 사수(54%)'라고 합니다. 역시나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으니 최악과 최고는 상당히 분명하게 의견이 드러납니다. 

  

  제가 막 입사했던 20여 년 전에는 선배를 잘 따르고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일정 부분의 노하우는 축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끈끈한 관계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변했지요. 굳이 직장에서 끈끈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노하우라는 것이 사실 시간이 흐르면서 체득한 것들이니 선배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후배들은 '노하우만 빼먹는 날로 먹으려는 분들'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자기 자신을 우선시하는 건 뭐,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표현하는 정도가 바뀐 것뿐인 것 같네요. 저도 제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줬던 선배들을 좀 더 따랐던 것 같습니다. 술만 사주는 선배야 뭐, 술 한잔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선배는 직장을 때려치우지 않는 한 제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지대한 공로가 있으신 분이니 어찌 최고로 꼽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시간이 흘러도 별로 달라진 것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가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사수'로 11%를 차지했다고 하는 걸 보면 '노하우 전도사'의 파워가 어느 정도 인지 대강 감이 잡히네요. 


3. 실수를 했을 때 선호하는 선배 유형

  실수를 했을 때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수(54%)’가 ‘괜찮다며 다독여주는 사수(46%)’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둘의 비율이 비슷한 걸 보니, 해결책을 얼른 제시해 주면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며 달래줘야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네요. 



4.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선배 유형

  '성격 좋지만 배울 게 없는 사수(42%)'보다 '성격 나빠도 배울 게 많은 사수(58%)'를 더 반긴다고 하니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약간의 이 친구들의 생각을 알 것도 같습니다. 두 응답의 비중이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 배울 게 있는 선배가 더 환영받는 것 같아 발전적인 것 같네요. 




  전반적인 답변들을 보면 20대의 생각의 중심에는 '실리'라는 키워드가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좋은 건 뭐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노하우 전수도 안 해주고, 심지어 노하우도 없어 배울 게 없고, 문제가 생겨도 해결책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성과는 쏙쏙 가로채는' 선배가 젤루다가 나쁜 놈인 것 같습니다. 성과 가로채는 놈이야 나쁜 놈이 맞긴 합니다. 그래도 예로부터 이런 놈은 나쁜 놈이었으니 뭐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항목들은 전부 '나에게 너는 어떤 도움이 되는 놈이냐'라는 근원적 질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다소 씁쓸해지기도 하네요. 설문이야 하는 방식이나 문항의 표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긴 하겠지만, 확실히 세대가 갈수록 '나'를, '나의 효용'을 추구하는 경향이 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경향이 꼭 나쁘다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요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선배분들이 시라면 이런 내용을 참고하셔서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20대 후배님들이라면 선배들은 약간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잠시 생각하고 지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기본적인 바탕은 모두 비슷하니까요. 


  그럼 선배들이 선호하는 후배는 어떨까요?  '알아서 자기 일 마무리 잘해주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기에 정확히 보고해 주고, 노하우를 가르쳐 주면 다 받아먹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고마워는 하고, 실수를 하면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 후배 아닐까요. 


  각자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함께 가야 하는 곳이 직장이지요. 우리네 삶과도 많이 비슷하구요. 인연이 닿아 나와 마주 보고 일하는 사람들이니 좋고 나쁨을 따지지 말고 내가 먼저 좋은 선배, 좋은 후배가 되기 위해 조금만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조금'이 모여 여러분이 계신 그곳이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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