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봄(사람 맘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저는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집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여러 집을 지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세 집을 지나야 집에 도착합니다.
이미 꽤 오래전 일입니다. 술을 거나하게 영접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복도에 있는 창을 통해 앙칼진 소리로 짖어대는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늦은 밤이라 깜짝 놀라서 짜증이 나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그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인 강아지는 주말 아침에도 짖어대며 자주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게 놀라기도 하고 짜증이 치밀기도 하며 다니던 어느 날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저 강아지에게 내 나름의 이름을 지어주자. 그래 오늘부터 너는 밍키다. 요술공주 밍키. ㅋㅋ'
그 뒤로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밍키야~'하면서 나직이 속삭이며 지나갑니다. 물론 밍키도 우렁차게 짖어대며 제 인사를 받아주곤 합니다. 이제 밍키의 짖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한동안 짖지 않으면 어디 아프지나 않은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밍키는 제 동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주말엔가 밍키의 실물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산책을 시켜주려는지 강아지를 안고 나오는 주인분의 품에 안긴 밍키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맘 같아선 포옹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는 유심히 밍키를 살폈습니다. 앙칼지고 우렁찬 목소리와는 다르게 아주 귀여운 외모를 가진, 도도한 눈이 반짝이는 총명해 보이는 강아지였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저를 올려다보는 밍키에게 살포시 윙크를 해 봅니다.
세상사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 짖어서 놀라고 했을 땐 '저 놈이 저거 복날이 멀어서 저러지'라고 막말도 했었는데, 이름을 지어주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니 더 이상 짜증이 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지쳐서 이런저런 골치 아픈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집으로 향하는 날, 밍키가 저를 깨워 줍니다.
형~ 비우고 들어가. 이제 집에 갈 시간이잖아. 가족들에게 회사 것들을 가져가지 말라규! 오케이?
고맙다. 밍키야. 여기 잠시 내려놓고 갈 터이니 내일 출근길에 챙겨줘.
그렇게 밍키가 저를 깨우쳐 줍니다. 건강해라 밍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