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언젠가 한 번은 내가 말한 적 있었다
당신은 흡사 나무와 같은 사람이라고
그 우직한 줄기에 등을 기댈 때면
나는 그늘에서도 구름에 오른 꿈을 꾸었다
그 우거진 가지를 바라볼 때면
나는 초록의 이파리를 잡고 늪을 빠져나왔다
뻗은 뿌리와, 단단한 표면과, 탐스러운 열매 덕분에
나는 지금 살아있다
그러다 문득, 당신의 형체를 벗어난 그림자를 보았다
다양한 농도로 뒤엉킨 무수한 일렁임
나와 또 다른 나와 또 다른 너의 소유
나는 이제 줄기에 기댈 때면 악몽을 꾼다
나는 미처 가지를 잡지 못해 수렁에 갇힌다
당신의 뿌리에도, 표면에도, 열매에도 나는 목이 졸린다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