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뒤에서, 사람 구경

by modern ordinary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두고 친구와 얘기를 한다.


'..... 그냥 뭐, 요즘 좀 그런 것 같아.'

'음, 음. 그치.'


취미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말이 끊긴 틈에 창밖을 본다.


둘 사이가 어색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습관 같은 거다.




차들이 지나간다.


검은색 차, 흰색 차.

이 좁은 동네에 벤츠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지.

집중하는 운전자들.


저기 인도에서는 사람이 하나 둘 지나간다.

한 여자가 터벅터벅.

아이 둘이 손을 꼭 잡고 신나게.


조심히 커브길을 타는 운전자와

추위를 뚫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내가 카페 2층에서 본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낮이라 보이지도 않는 유리창 안쪽에서,

어쩌면 음흉하게.


엇,

혹시 나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관찰 당하고 있나?

건너편 건물의 컴컴한 창문틈으로?

내가 어릴 적 그랬듯 저어기 아파트 10층 쯤에서 어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망원경으로?


집중 받기엔 너무나도 보통인 '커피 마시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언젠가 어디선가라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음...' 하며 분해하는 생각을 하니 신기하다.


좋은 생각만 하는 건 아니겠지..하는 생각에 섬뜩함도 잠깐 느꼈지만

Stranger의 Stranger에 대한 가벼운 감상이라고 생각하니

섬뜩함을 느낄 정도는 아닌듯..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나 보면서 나쁜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 들면 더 좋잖아

라고 생각하며 혼자 삐졌다.




'뭐 보냐?'

'아, 그냥. 사람 구경.'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야, 이거 봐봐. .....'


이러쿵 저러쿵 예기하다가, 사람 구경 하다가,

그러다가 집에 돌아 왔다.


1월 1일. 덜 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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