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피아노처럼 기타를 접근한다

피아노는 코드를 치잖아요!

by GuitHarmony
중요!! 스피드 메탈만이 기타가 담당하는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해악이 될 내용이 전부이므로 지금 바로 이 글을 그만 읽기를 바람


유학 중에 한국을 다녀갈 때였다. 아마도 버클리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학으로 석사과정 입학예정이었나 보다. 서점에 가서 재즈교육에 대한 책을 몇 권 샀다. 아마도 시장조사(?) 차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와는 다른 접근 법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내려놓았다. 코로나 때 한국으로 와야만 했고, 기타 모니 콘텐츠로 유튜브를 하고 사운드플랫을 운영하고 있을 때, 다시 그 책들 중에 하나를 보게 되었다. (어떤 책인지는 함구하겠다) 그 책의 서문이었나, 도입부에 기타를 피아노처럼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고는 속으로


‘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네, 흥미로운데? 어떤 얘기하는지 볼까?’


하면서 조금 읽어보았는데 그 문단의 결론은, 피아노의 하얀 건반을 강조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기타에서도 피아노의 하얀 건반의 위치를 알아야 한단다. 거기서 바로 그 책을 덮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책의 내용은 기타에서 피아노의 하얀 건반, 즉 C 메이저 스케일의 위치를 외우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책의 논리를 접하고 나서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 있어서 기타를 피아노처럼 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타 트리오 구성을 (기타, 베이스, 드럼) 주로 연주하는 나로서는 기타를 연주할 때 코드를 항상 같이 연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이 내가 기타 트리오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컴핑, 반주를 해주지 않아도 혼자서 코드를 치면서 나 스스로 모든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타 트리오 앨범들 뿐만 아니라 피아노 트리오 앨범도 많이 들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빌 에반스 트리오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기타 연주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에서 피아노의 하얀 건반의 위치를 기타 지판에서 외운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기타 지판을 외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싶어졌다. 그냥 피아노 치시면 잘할 것 같은데 왜 굳이 기타 치세요? 아니면, 그럼 피아노에서 C키의 곡은 기갈나게 잘 치시나요?


그러면 내가 기타를 피아노처럼 생각하고 연주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나는 기타 지판에서 피아노의 하얀 건반을 중심으로 보지 않고,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하길래 라인을 치다가 코드 보이싱으로 컴핑도 했다가, 다시 라인을 연주하고, 코드 솔로하고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일까? 그 핵심은 내가 곡을 어떻게 배우는지에 있다.


코드멜로디


리치 하트 선생님께 배운 방법이다. 아래 링크의 11단계 (총 12단계)를 참고하기 바란다.

How To Learn Tunes


이러한 방법으로 곡을 배우고 나서 곡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사용하여 즉흥연주를 해나가는 것이다. 멜로디와 보이스리딩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연주를 하면서 멜로디도 들리고 코드진행도 들리고 싱글라인을 연주하다가 컴핑도 했다가 그것들이 코드 솔로로도 발전되었다가 다시 멜로디로 이어지는 그러한 자유로운 연주가 가능한 것이다. 마치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듯이 말이다.


그러면 피아노처럼 기타를 친다고 하였으니 실제로 피아노를 어떻게 배우는지 알아보자. (클래식 피아노 바이엘, 하논부터 배우는 커리큘럼 말고 재즈피아노를 생각해 보자) 피아노를 배운다면 과연 무엇을 배울까? 하얀 건반의 음들이 C 메이저 스케일이라는 것은 안다고 해도 그것을 알고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쳐야 할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심지어 이론을 안다고 도미솔이 C코드, 솔시레가 G코드의 구성음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나는 왼손으로 이론시간에 배운 루트포지션의 C코드와 G코드를 치고 있을 뿐 멋있는 코드 보이싱을 왼손에서 치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할 수 없다. 그렇다. 이론을 아는 것과 그것을 악기에 투영하는 것은 어느 악기에서나 한번 거쳐야 할 필터이거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외국어를 배우고 익숙해지면서도 처음에는 모국어의 필터를 거쳐가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가, 꿈속에서 외국어로 말하는 나를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필터를 거치지 않고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피아노에서는 처음부터 그 필터라고 지칭한 내용들을 바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기타에서는 필터를 배우기 위한 필터를 하나 더 갖고 있는 모양새이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내가 아는 음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더라도 내가 음악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기타를 안고 있을 때 내가 어떤 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내가 기타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알파벳만 알면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하는 영어 선생님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상상으로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바보스러운 교수법을 기타에서는 너무 널리 알려져 있어서 답답할 뿐이다.



keyword
이전 04화04 라면수프 같은 펜타토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