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계'를 알기, 그리고 실행하기

그냥,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 잘 씻기고 준비물 잘 챙겨보내는 것부터

by 은준




아이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클래식이나 영어동요를 틀어 놓고, 간단하지만 영양은 담뿍 든 아이 식사를 준비하며 아이가 일어나면 환하게 웃으며 안아 아침을 깨워주기. 아이가 아침 놀이를 하는 동안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하며 아이 등원을 도와주기. 중간 중간 아이와 눈맞춤하며 웃어주기. 꿈꾸는 나의 하루 시작의 풍경,

말그대로 ‘꿈꾸는’ 아침 풍경이며, 워킹맘으로 사는 동안, 아니 전업맘일 때도 이런 날이 있었나싶다.


현실 속 내 모습은 어떤가.


내가 아이를 깨우기는커녕 아이가 나를 깨운다. ‘엄마 5분만 더 잘게!’를 한 서너 번 한 후에야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키는 나. 클래식이고 뭐고 후다닥 머리를 감고 말리며 출근 준비할 동안 멸치반찬에 밥을 비벼주거나, 식빵에 우유 한잔을 식탁에 차려준다.


며칠 전 아침도 어김없이 똑같은 풍경이었다. 그날은 심지어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일어났고, 그래서 더 바빴고, 고작 양치를 빨리 안 한다고, 양말을 뒤집어 신는다고 아이에게 버럭 소리 지르고 말았다. 곧바로 사과하고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들은 참 마음 넓게도 어른들의 사과를 쉽게 잘 받아주었지만 감정의 속도는 넓은 마음의 크기만큼, 맘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놀래고 다친 마음은 꼭 뚝배기같았다. 훌쩍거리며 엄마 이제 화내지마, 하면서도 놀랜 마음이 오래가는 우리 아이. 그 마음을 알면서도 늦을까 초조해 시계를 보며 급하게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 나.


집 앞에 오는 유치원 버스 시간엔 일찌감치 늦었고 나의 직장과 반대 방향인,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유치원엘 번갯불에 콩볶아먹듯 아이를 재촉해 겨우 도착했다. 그 와중에 아이 실내화를 놔두고 와 실내화 없다고 갑자기 대성통곡하며 안 들어가겠다며 아이가 떼쓰기 시작했다. 우는 애를 뒤로 하고 선생님께 급하게 아이를 토스하고 운전대에 앉았다. 지금부터 미친 듯이 밟아야 겨우 정각에 회사엘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출발하면서.

울 것 같았다.

울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이상적이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격에(전혀 완벽에 가깝지 않으면서) 뭔지는 모르겠는데 늘 어떤 기준에 도달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품으며 살아온 나. 그러나 돌아보면 늘 높은 이상과 달리 현실은, 게으르고 아침잠 많고 미루기 좋아하는 내가 서 있다.


욕심을 버리든지, 노력을 더 하든지 둘 중 하나라도 해야 뭔 해결이 날텐데, 둘 다 나는 해결을 못했다.


아이를 등원시킨 후 운전대를 잡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해야되는 건 어떤 거창한 게 아니다. 내가 가야할 단계는 어떤 높은 단계의 어떤 곳이 아니다. 인정하기가 속이 쓰리지만 나는 아침에 아이에게 어떤 학습에 좋을 만한 어떤 무언가를 곁들여 할 게 아니라, [10분만 더 일찍 일어나 잘 먹이고 잘 입혀 준비물 잘 챙기고 시간 맞춰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 그게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이었다. 아이와 방긋방긋 웃으며 콧노래 나오는 아침 등원을 하면 좋겠지만 내가 지금 해야할 건 아이가 적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게, 속상하지 않은 상태로 등원을 시키는 게 더 내 상황에 더 맞는 일인거였다.


즐겁게, 기분좋게까지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신 없지는 않게, 아침부터 정신 하나도 없이 스스로가 불쾌하고 엉망인 하루로 시작하지는 않게.

그게 될 때, 더 한 단계 원하는 방향으로 또 조금 노력하기.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한 아이으로 키울 게 아니라 좋은 습관을 가진 아이로 키워주고 싶다. 시험을 잘 못보더라도 지각하지 않고 숙제는 꼬박꼬박 성실하게 하는 아이였음 좋겠다.


그런 아이로 커가게 하고 싶다면 내가 바뀌어야한다. 한번에 안된다. 조금씩 5분, 10분씩, 한걸음 두걸음 바뀌어봐야겠다.


내가 정신없이 아침을 보내면 아이도 정신이 없다. 내가 정신없는 삶을 살면 아이도 그렇게 살지도 모른다. 말과 행동 뿐 아니라, 삶의 태도, 사고방식, 가치관.. 모든 걸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아이들이다. 당연하고도 무서운 얘기. 희망이라면,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해당이 된다는 것.


내가 변하면 아이도 변한다.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은 더 마음에 드는 나, 어떤 이상향에 가까운 나가 되기 위해가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를 기쁨이 넘치게가 아니라, 적어도 내가 너무 싫지는 않게, 적어도 내 하루가 불평과 짜증으로 시작하지는 않게, 여기서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일 때 즈음 나와 아이를 위해 해야 할 또 좋은 걸 그때 생각해봐야겠다.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엄마. 말만 들어도 참 좋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를 위해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 아주 조금만, 조금만 달라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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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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