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은, 그냥 나 하고싶은 대로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간다. 하루종일 오래 엄마와 떨어져 지낸 우리 아가 얼굴이 빨리 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아이 생각이 나서.
그런데 오늘 같은 날도 있다. 아이를 빨리 보고싶지만 운동도 하고 싶다. 운동도 잘 모르고 온 관절이 성치 않아 무게도 횟수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닌데다 몸에 밸 정도로 꾸준히 해 온 것도 아니지만 가끔씩 아파트 헬스장 가서 아무 생각없이 기구 운동하는 시간이 좋다. 집에 도착해 아이랑 놀다가 아이 재우고 헬스장 가야지, 하고 늘 생각하지만 아이가 잘 시간 즈음 되면 나도 녹초가 되고 휴대폰만 만지다 잠들 때가 많다.
치마 입고 구두를 신고 출근한 오늘. 다행히 고구마랑 단백질 쉐이크는 챙겨왔다. 저녁은 이걸로 먹고, 남편에게 집 문앞에 츄리닝, 운동화 좀 놔둬달라 부탁했다. 들어가서 갈아입고 가면 아이한테 미안한데다 괜히 실랑이 벌어질 것 같기에. 오늘 하루 남편에게, 아기에게 미안하지만 집에 안 들리고 바로 운동을 좀 하고 와야겠다. <엄마의 20년>을 쓴 오소희 작가님이 그랬다. 우리는(엄마들은) 본전 뽑는다고. 사랑하는 애까지 두고 뭘 하러 가는데, 그 시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가서 1시간 바짝 본전 뽑고 와야겠다. 내게 충실히 보낸 그 힘으로 우리 아가 힘껏 안아줘야겠다.
2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