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Mar 26. 2020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자녀를, 누군가를 가르치기 이전에



이 길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실은 생각이 참 많았다.


이 책은 한 친구가 자신의 자녀를 페미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작가에게 조언구한 것에 대해 작가가 그 답으로 쓴 책이다. 작가 아디치에는 이런 저런 제안들을 친구에게 건넨다.

충만한 사람이 될 것, 흔히 쓰는 표현에 의구심을 가질 것, 호감형이 되도록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등등.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성역할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으로, 여자라는 이유 혹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와 억압받았던 것들을 당당하게 거부하고 내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자녀를 만들도록 돕는 제안을 한다. 쉽게 읽히며 또한 길지도 않은 텍스트를 읽으며 내가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런 제안을 하나하나 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나는

내 자유를 위해 다른 이들의 호감을 사는 것을 매순간 포기할 용기가 있을까. 내게 딸이 생긴다면, 딸아이가 흔히 '여성스럽다'고 여겨지는 옷들, 레이스달린 드레스나 리본 옷이 아닌 '남자아이스러운' 옷을 좋아한다면 난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존중해줄 수 있을까, 반대로 아들이 '여성스러운' 놀이를 하고 외모를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면 있는 그대로로 그를 좋아할 수 있을까.
불편하고 불쾌하기도 하지만 좋은 게 좋은거라고, 너무 예민하게 일일이 따지는 것이 스스로도 피곤하게 느껴져 상황 자체에 눈을 감아버리려고 하는 순간들에 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할 마음이 있을까.

다른 누군가에게 제안을 하는 사람 이전에 내가 먼저,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나아가 행동으로, 그렇게 변화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했다.

그래서 내겐 이 책이 쉽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그치만,
좋았다.
고민을 하게 해주어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어줘서.

실은 아디치에의 말들은 그저 평범한, 응당 그래야만 했어야하는 이야기들일 뿐인걸 머리로는 알고는 있으니까. 마음으로도 그래야한다고 느끼니까. 때론 머리와 마음으로 아는 것들이 행동이 천천히 옮아갈 때도 있는 거니까.

이전 11화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