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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는 Nov 13. 2022

일상에 헐거운 빗장을 걸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

고백한다. 요몇주 나는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달뜬 나날을 보냈다. 숙연해지다가도 조증 환자처럼 밝음을 꾸며냈다. 이기적으로 나의 행복을 좇았다. 내가 두른 테두리 안 내 사람들만은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글을 쓰기도 싫었다.


나를 뒤덮은 생각은 불운과 사고였다. 타인의 불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내 불운과 내 가족 얘기를 다시 꺼내기도 싫었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가족을 보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갔다. 침묵하고 외면하기로 했다.




2022년 6월 주변의 권유로 얼렁뚱땅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왕 시작한 거 브런치북도 만들어보자 싶었고 결국 목표인 브런치북을 마감 당일에 끝냈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밥상을 원합니다>는 가족 밥상에 얽힌 내 경험들을 풀어내면서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과 화해하기 위해 쓴 글이다.


남들에게 읽히기보다 내 안의 분노를 비우기 위한 글이었다. 사실 더 많은 ’할 말‘이 있었지만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미완의 글이다. 브런치북 응모하기를 누르며 언젠가 내 첫 브런치북을 다시 다듬을 날이 있겠구나 싶었다.


글은 특수성을 가지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보편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 밥상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내 가족의 불운은 도무지 보편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내 글이 ‘솔직한 편’이라고 했지만 내 안에서는 그 말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런데 이 엉터리 브런치북이 어이없게도 브런치 메인에 일주일 넘게 떠 있었다. 우연히 들어온 브런치에 프롤로그 글이 ‘조회수가 8000을 돌파했다’는 알람이 떠 있었다. 갑자기 하루 방문자 수가 몇 백 명이 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내 브런치를 찾아오는 사람은 하루 1-2명이었다. 읽히지 않는 글보다 읽힐 수 있는 글이 낫다며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은 불편했다.


3일이면 브런치북이 내려가겠지 했는데 놀랍게도 일주일 넘게 조회수의 쏠쏠한 단맛을 보았다. ‘아, 이렇게 조회수를 쫓는 글을 쓰게 되나?’ 싶었다. 그럼에도 내 감정을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글을 쓰기 싫은 나날이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지 못하는 그 기간 동안 나는 가족과 과거의 불운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처음으로 아빠와 단둘이 어색한 외식을 했고, 엄마와 함께 오름을 오르며 사진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나 하며 이제껏 읽은 것의 열 배는 읽을 정도로 브런치를 돌아다녔다. 오늘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알람을 보내왔다. 이제는 통계 속 방문자가 다시 5명 이하로 내려갔기에 글을 쓴다.




to. 제 글을 구독해주신 분들께

안녕하세요. 문는입니다. 최근 왜 글을 쓰지 않았냐면… 제 마음에 헐거운 빗장이 걸려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요.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무겁네요.


이왕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셨으니,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아래의 글도 읽어주시겠어요? 저는 재밌게 읽었는데 구독자님들 취향에도 맞을지 모르겠네요.



음악 에세이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웃기게도 제가 첨부한 노래보다도 더 글이 길더라고요. 투머치 토커의 한계입니다. 다들 웃는 날이 더 많은 나날이 되기를, 진심을 다해 바랍니다. 오늘 하루가 버겁다면 일상에 헐거운 빗장을 거세요. 당신을 지키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렇더라고요.




22년 11월 13일

브런치 알람에 쫓겨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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