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가을이 왔어.

by 구르뮈



찬바람이 불긴 할까 싶었다.

기다리다 지친 계절이 왔다.


올해 여름 참 더웠어.


이 말을 매년 듣는 것 같다.

매년 점점 더 더워지고 있고, 더위가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 가을이 기다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올 가을은 또 얼마나 짧을까.


짧은 계절.

이 계절을 즐기기엔 시간이 짧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이 화창한 가을에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봄에 집어넣었던 등산복을 꺼내 입는다.

구깃구깃 구겨진 옷을 탈탈 털어 그냥 입는다.

어차피 산에 올라가면 구겨지고 더러워지고.

등산복은 그러라고 입는 옷이니까!

구깃구깃한 옷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자! 옷도 입었겠다.

이제 워킹화를 꺼내 보자.

여름 내내 빨아야지 생각만 하고 빨지 않은 워킹화.

냄새가 좀 나는 것 같지만 그냥 신자.

하나밖에 없는 워킹화인데 안 신으면 어쩔 거야. 신어야지.

이것도 어차피 곧 더러워지고 냄새가 날 거니까. 괜찮다.


목적지는 우리 동네 뒷산.

사계절이 모두 예쁘지만 가을이 더 매력적인 우리 동네 뒷산.

가을에 이곳을 가지 않는 것은 이 동네에 사는 것에 대한 배신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거저 주는데 받지 않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시 산은 가을이다.

오르는 내내 사람들과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사엔 힘이 있다.

등산 후 내려오는 사람들에겐 뭔가 좋은 기운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사를 하고 나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바스락 이 소리.

마른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이 소리가 시원한 바람과 어우러지면,

산을 오르는 설렘이 더해진다.


그래. 이 맛이야.


진부한 표현이 늘 진리다.

이보다 더 적당한 표현은 찾기 힘들다.

그녀는 이 맛에 가을 좋아하고,

가을 산을 좋아한다.








매주 수요일 발행.

소설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소설.

그림 같은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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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티 요즘 마음에 들게 잘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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