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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n 26. 2020

016. Faces 페스티벌

16. Faces Festival

16. Faces 페스티벌


어느 날 안나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제안을 했다.

"라스보그에 Faces라는 페스티벌이 있는데 혹시 가고 싶어?"

"어떤 페스티벌인데요?"

"주로 음악 공연을 하는데, 그것 말고도 이것 저거 많아."

"그거 재미있겠네요."

"3일 동안 진행되는데, 당일로 다녀오거나 하룻밤 정도는 자고 올 수 있어."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페스티벌에 가 보기 원했다. 라몬과 리카르도는 하룻밤 자고 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당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입장료가 있으니까 까먹지 말고 잘 챙겨. 일단 들어가면 돈을 쓸 일은 별로 없을 거야. 하지만 밥 사 먹을 돈도 가져가야 해. 거기서 자려면 텐트가 있거나 적어도 침낭은 있어야 할 거야. 아니면 노숙을 해야 해. 벤치에 쪼그려서 자는 방법도 있어."


페스티벌 당일이 되어서 루크, 리카르도, 라몬 그리고 나는 안나의 차를 타고 라스보그로 갔다. 가는 길에 안나는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이 페스티벌은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데 아마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모일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그건 왜죠?"

"작년에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사람과 사례금에서 문제가 있었어. 그 문제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다음번 페스티벌은 열린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어."

"안타깝네요."

이야기를 하는 도중 우리는 페스티벌 장소에 거의 다 도착했다. 

"표지판을 잘 봐봐."

안나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일단정지 표시판이 보였다.

"표지판이 어때서요?"

"공식적인 간판이 아니고 자원봉사자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거야."

가까이서 보니 나무판자를 깎아서 만든 표시판에 빨간색과 하얀색을 칠해서 만들어졌다.

사용하지 않는 밭에 주차하라는 주차 위원을 따라 주차를 하고 걸어서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입구로 가는 길에는 지푸라기와 천을 이용해서 만든 인형들이 서 있었다. 높이는 2 미터 정도 되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몸은 없고 얼굴만 있었다. 멕시코 올멕 문명에서 만든 얼굴 조각의 현대판 버전 같았다. 

"저것들은 다 뭔가요?"

내가 안나에게 물어보았다.

"이 페스티벌의 이름이 Faces잖아. 그래서 그것을 상징하는 작품이야. 다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거야."

"자원봉사자들이 엄청 많이 수고를 했나 봐요."

"응. 맞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일주일 동안 일을 하지. 동네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예산이 없어서 모두 자원봉사자들에 의지를 해."

도대체 어떤 페스피벌이길래 엄청난 준비를 할까 나는 궁금해졌다. 

매표소에서 당일 표를 구매하니 손목에 종이 팔찌를 둘러주었다. 라몬과 리카르도는 하룻밤을 잘 예정이어서 팔찌의 색이 달랐다. 

페스티벌은 라스보그 성과 그 주변에서 열렸다. 14세기 중후반에 지어진 이 성은 한때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수백 년에 걸쳐 계속 보강되었다. 중세시대에는 스웨덴, 덴마크, 해적들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성을 차지하면서 치열한 소유권 다툼을 했다. 16세기 중반에 헬싱키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결과적으로 이 성은 버려졌다. 이후 성이 황폐해졌는데, 100여 년 전부터 보수를 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보수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매표소를 지나자 넓은 평원이 나왔고 거기에 커다란 스테이지에서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고, 반대편에는 음식을 파는 부스가 8개 정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좀 작은 스테이지가 있었다. 길 중간에는 자신의 소원을 적어서 붙여놓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글씨를 쓰는 대신 종이학을 접어서 붙여 놓았다. 숲 속에도 아주 작은 공연장이 있었다. 공간은 좁아도 음악소리는 무척 컸다. 아이들마다 귀마개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너무 큰 음악소리가 아이들의 청각을 망칠까 봐 하는 예비조치인 것 같았다. 성 안의 마당에서는 클래식 악기 공연을 하고 있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니 거기서도 작은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고, 3층에서는 사진 전시를 하고 있었다. 사잔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당시는 몰랐지만 알고 보니 라스보그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마카나 지역은 자매도시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 아이들의 '얼굴'을 전시해 놓은 것이었다.

성에서 나오니 아빠와 딸로 보이는 듀엣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페스티벌의 연주자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놀러 와서 기타를 치고 노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구경꾼들은 꽤 많이 몰려들었다. 시냇가 옆에는 그물침대가 있어서 쉬고 싶은 사람들은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그 옆은 다시 음식 부스와 연결되었다. 배가 고파져서 식사를 하려는데, 러빙헛이 보였다. 비건 음식을 파는 식당인데 음식 부스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붐볐다. 그 와중에 솔박카 호스트의 친구인 마리나를 만났고, 또 솔박카의 다른 친구들도 만났다.

한쪽 평지에는 텐트가 아주 많이 있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페스티벌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은 그곳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텐트촌 옆에는 빨간 실과 하트 모양 장식물로 치장이 되어있는 문이 있었다. 문 위에는 '사랑의 길'이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그 길을 따라갔는데, 길은 시냇가에서 끝이 났다. 시냇가 앞에는 작은 설명이 되어있었다. 이 성의 주인이 잠시 다른 마을에 간 사이 영주의 동생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영주가 돌아와서 그 반란을 진압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덕 위에서 공개처형을 했다. 반란자의 목이 잘렸는데 머리가 언덕을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서 이 시냇가에 빠졌다. 그런데 그 머리가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머리가 변해서 돌이 되었다는 그 돌은 대체 어떤 돌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공연장으로 돌아가니 플라밍고풍의 춤을 추는 무희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젊은 여학생들이 나와서 대중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저 애들은 다 아마추어야."

안나가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런데 마치 프로 같이 춤을 잘 추는데요."

"핀란드에서는 학교나 일이 끝나면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일상이야. 저들도 방과 후에 매일 마다 모여서 몇 달 혹은 일 년 동안 연습을 했을 거야."

"하루에 4시간씩 일 년 아니 몇 년이면 프로 못지않은 실력이겠어요."

"맞아. 그래서 핀란드에는 실력이 뛰어난 아마추어들이 많아."

해는 뉘옄뉘옄 서산을 지고 밤이 찾아왔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미국에 살다 왔다고 한다. 그리고 컨트리음악을 연주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연주하는 음악은 전통적인 미국 남부의 흥겨운 컨트리 음악이었고 사람들은 거기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하지만 일명 개다리춤이라고 하는 바닥을 발로 차면서 무릎을 막 흔드는 춤을 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밤이 어두워져서 나와 루크는 안나의 차를 타고 솔박카로 돌아왔고, 라몬과 리카르도는 라스보그 성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침낭이 없어서 새벽에는 꽤 쌀쌀했다고 한다. 

이듬해에 솔박카로 돌아갔을 때 나는 미국에서 온 라이언과 같은 유르트를 사용했다. 그는 동성연애자였는데, 그가 솔박카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의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 그는 그것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 우울증 때문인지 원래 조용한 성격인지 나와 같은 유르트에 지내면서도 말을 거의 안 했다.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제대로 일을 못 하자 키안이 뭐하고 했는지 라이언은 키안에 대해 불평을 가득 쏟아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좋은데 키안과는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어."

"그는 WWOOF 호스트가 아니라서 그를 위해서 일할 필요는 없어."

내가 대답했다.

"찰리는 정말 친절하고 좋은데 말이야."

페트라는 라이언이 불쌍해 보였는지 다른 제안을 했다.

"라이언. 이곳이 불편하면 Faces 페스티벌에서 자원봉사하는 것은 어때?"

"그게 뭐예요?"

라이언이 물었다.

"이 동네에서 열리는 커다란 음악 페스티벌이야. 거기에 가면 적어도 100여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있을 거야."

"Faces 페스티벌이라고요? 작년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요?"

나는 놀라서 물었다.

"일이 잘 해결되어서 오히려 작년보다 커졌어."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골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치고는 무척 크다고 생각했는데, 작년보다 더 커졌다니 신기했다. 하지만 입장료를 내면서 까지 또 가고 싶지는 않아서 그 해에는 Faces 페스티벌에 가지 않았다.

라이언은 다음날 바로 짐을 챙겨서 솔박카를 떠났고, 나중에 그가 거기에서 활기를 되찾고 재미있게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유럽의 솅겐지역에 온 지 3달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솔박카로 돌아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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