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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15. 2020

020. 베리 채취

20. Blueberry Hunt

30. 베리 채취


며칠 뒤 페트라가 자원봉사자들을 모았다.

"오늘 안나도 없는데 혹시 시간 되면 블루베리 따는 것을 도와줄 수 있겠니?"

"블루베리를 따러 간다고요? 한 번도 따 본 적이 없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키안의 부엌에서 일하고 페트라, 샤비에, 라몬 그리고 나는 블루베리를 따러 갔다. 부엌에는 블루베리를 따는 도구와 20리터짜리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블루베리를 따는 도구는 티슈 상자보다 조금 컸고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손잡이의 반대쪽은 빗처럼 되어있었다. 우리들은 도구를 싣고 차에 탔다.

"차를 타고 가야 하나요?"

"멀지는 않은데 호수 반대편에 가면 블루베리가 많이 나는 곳이 있어."

차를 타고 가는 길에 페트라가 설명을 했다.

"어젯밤에 비가 와서 블루베리가 조금 싱거울 수 있어. 풀이 다 말라야 따기 쉬운데."

"블루베리를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요?"

"베리 채취는 허가되어있어. 마트에 가 보면 마트의 한 구석에서 테이블을 차려놓고 동네 사람들이 숲에서 채취한 블루베리를 파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채취한 것도 파나요?"

"팔 수는 있지. 하지만 우리가 채취한 건 우리가 다 먹을 거야."

차는 비포장 도로로 조금 들어갔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서 길을 막고 있었다.

"더 이상 못 들어가겠다. 여기서부터는 걸어 가자. 나중에 찰리에게 치워달라고 부탁해야지."

우리들은 각자 블루베리 채취하는 도구와 플라스틱 통을 들고 페트라를 따라갔다. 블루베리가 듬성듬성 나 있었다.

"흩어져서 블루베리를 찾아보자. 블루베리가 많은 곳을 찾으면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을 부르기로 해."

페트라의 말에 우리는 각자 숲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페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로 와!"

"여기도 많아요."

내가 있는 곳도 블루베리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대답했다. 사람들은 페트라가 있는 곳으로 갔고, 나는 혼자서 블루베리를 채취했다. 블루베리 따는 도구를 이용해 블루베리 나무를 훑으면 빗 사이로 블루베리 열매만 걸러졌다. 몇 번 그렇게 흝은 뒤에 채취한 블루베리를 플라스틱 통에 옮겨 담았다. 

그렇게 열심히 블루베리를 딴지 30분 정도 후 페트라가 나를 다시 불렀다.

"이제 돌아가자."

페트라와 샤비에의 통에는 블루베리가 가득 담겨있었다. 라몬의 통은 2/3 정도 찼고, 나는 겨우 1/2 밖에 못 채웠다. 

"아까 내가 부른 장소로 오지 그랬어. 거기에 블루베리가 엄청 많았거든."

페트라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정말 많이 따셨네요. 하지만 제가 있는 곳도 많긴 했어요. 아마 제 실력이 부족해서 많이 못 땄을 거예요."

나는 나름대로 변명을 했다.

솔박카의 부엌으로 돌아와서 페트라는 우리가 모아 온 블루베리를 처리했다. 일부는 바로 먹고 일부는 잼을 만들고 일부는 열려 두었다. 자연산 블루베리라서 농장에서 비료를 사용하면서 키운 블루베리에 비해 훨씬 작았다. 게다가 비가 온 뒤에 채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매우 강했다. 지금 까지 내가 먹어온 밍밍한 맛의 블루베리와는 정말 달랐다. 


이듬해에는 내가 머물던 유르트 근처에서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블루베리를 따러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 근처 숲에서 그냥 땄는데, 많이 있지는 않았다. 알렉스는 빌렘과 블루베리를 따러 숲에 갔는데, 도대체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올 때는 온몸이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남은 자원봉사자들도 그것을 보고 블루베리 과즙으로 얼굴과 몸을 장식을 하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음악도 없는 레이브 파티가 되어 버렸다. 나는 당시 머리카락이 없었고, 인도에서 가지고 온 하늘색 꾸르따를 입고 있어서 애니메이션 에어벤더 아앙을 코스프레 한 블루베리벤더가 되었다. 

숲 속으로 가지 않아도 길 옆에 라즈베리가 엄청나게 많았다. 따도 따도 끝이 없었다. 나는 그 라즈베리를 사용해서 소스를 만들었다. 라즈베리를 깨끗하게 잘 씻어서 설탕과 함께 끓인다. 라즈베리의 형태사 사라질 정도로 물러지만 채반에 걸러서 씨를 뺀다. 그러면 달달하면서 새콤한 새빨간 라즈베리 소스가 만들어진다. 페쉐 멜바를 만들면서 라즈베리 소스를 만든 적이 있었다. 페트라는 나의 라즈베리 소스를 보더니 솔박카 요리책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스는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멜바를 위해 만든 작품을 내가 따라 했을 뿐이라고요. 아나티나는 여러 종류의 베리와 식용 꽃을 사용해서 파이를 만들었는데 손을 대기 아까울 정도로 너무 예뻤다. 굽지 않고 만든 생 파이였는데 맛도 일품이었다.

호수 옆에서도 빨간색의 동그란 베리가 열렸다. 나는 몇 개를 따서 먹어 보았다. 새콤하기만 하고 단 맛이 별로 없었다. 잼을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알고 보니 그 열매에는 독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라즈베리는 결국 다 따지 못하고 너무 익어 버렸다. 베리는 가지에 붙은 채로 발효가 되어서 술 냄새가 났다. 숲에 있던 순록이 신나게 베리를 따먹다가 결국 취했다. 300kg의 거구를 지닌 동물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솔박카 주변을 걸어 다녔다. 우리 쪽으로 왔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지만, 잠시 어슬렁 거리다가 숲으로 돌아갔다. 술에 취했을 땐 집에 가서 쉬는 게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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