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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01. 2020

021. 호수에서 수영을

21. Swim in the Lake

21. 호수에서 수영을


내가 솔박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안나가 설명을 했다.

"여기에는 샤워시설이 없어."

"그러면 어떻게 씻나요?"

"15분 정도 걸어가면 호수가 있어. 거기서 수영을 해."

"수영복이 없는데요?"

"발가벗고 하면 돼."

"하하하."

나는 안나가 농담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처음에 갈 때는 라몬을 따라가. 그가 길을 알려줄 거야."


다음날 나는 라몬을 따라서 호수로 갔다.

"수건 챙겼지? 나도 한 번 밖에 안 가봐서 잘 몰라. 일단 숲을 지나야 하는데, 길을 따라가면 될 거야."

나는 라몬을 따라서 숲으로 갔다. 숲 속에 난 길은 선명해졌다가 희미해졌다를 반복했다. 중간중간 나무가 쓰러져서 길을 막고 있었다. 그러다가 길이 희미해져서 도저히 호수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네. 일단 오른쪽으로 가 보자."

라몬과 함께 오른쪽 길을 택한 뒤 2분쯤 걸었다. 그러자 라몬이 말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거야?"

"아니야. 찾을 수 있어. 아까 거기서 왼쪽으로 가야 하는 것 같아."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서 아까 그곳에서 왼쪽으로 갔다.

"호수가 보인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다.

"하지만 여기서는 물에 들어갈 수 없어. 좀 더 가야 해."

라몬은 호수 주변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갔다. 그러자 커다란 바위가 나왔다. 바위는 경사가 있어서 바위를 통하면 물로 들어가기 쉬울 것 같았다. 

그때 바위 위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피아를 만났다.

"안녕. 어서 와."

피아는 알몸으로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발가벗고 수영하라는 것이 농담이 아니었구나.'

라몬과 나는 옷을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라몬도 수영복이 없었지만 팬티를 벗지 않고 수영을 했다. 나도 라몬을 따라서 팬티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을 오염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샴푸나 비누를 쓰면 안 돼."

라몬이 물로 들어가면서 설명을 했다. 어차피 비누는 가지고 오지도 않았다.

바위에 경사가 있어서 물로 들어가기 편할 것 같았는데, 막상 물에 잠긴 부분에는 이끼가 끼어 있어서 무척 미끄러웠다. 그 때문에 나는 미끄러지면서 물에 풍덩 빠져버렸다. 물의 온도는 살짝 차가웠지만 상쾌한 정도였고 조금 몸을 움직이니 완전히 적응이 되었다. 

30여분 정도 물속에서 놀다 보니 나니 몸이 깨끗해졌다. 라몬과 나는 물에서 나와 물기를 닦고 옷을 입었다. 숙소로 돌아올 때 숲 속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발이 다시 더러워졌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두 번째 수영을 하러 갈 때는 라몬, 리카르도, 루크와 함께 갔다. 처음 갈 때는 못 보았던 좁은 바위틈 사이를 지나갔다.

"여기는 우리가 처음 갔던 길이 아닌데?"

내가 말했다.

"괜찮아. 이 길로도 갈 수 있어"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수영을 할 때 루크는 옷을 다 벗었지만 라몬과 리카르도는 팬티를 벗지 않았다. 

세 번째 수영을 하러 갔을 때 나는 옷을 다 벗었지만 라몬과 리카르도는 끝까지 팬티를 벗지 않았다. 사우나를 할 때도 라몬과 리카르도는 팬티를 입고 있었다. 카리는 헐렁한 옷을 입고 수영을 했다. 남자들이 있어서 부끄러워서 일까? 하지만 다른 여자 자원봉사자들은 옷을 벗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다. 남녀 혼욕이라고 하면 문란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 북유럽에서는 누드에 대해 무척 관대했다. 누드는 단지 누드일 뿐 아무도 성적인 것과 연관 짓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호수 건너편에서 이곳 사람들을 구경하는 동네 주민들이 있다고 한다. 

아침과 저녁에는 물이 식었기 때문에 수영을 하기엔 조금 추웠다. 그래서 다들 낮에 수영을 하러 갔는데, 그것 때문에 가끔 호수가 무척 붐빌 때가 있었다. 특히 솔박카에 손님이 놀러 오면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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