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기에 수영반에 가입했습니다. 실은 수영을 배우고 싶은 목적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같은 반 여학생이 수영반이었거든요. 그 아이의 이름은 *수은이었습니다. 상온에서 액체인 금속 <수은>! 그래서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름입니다.
물론 수은이 사진은 아닙니다
수영반은 초급, 중급, 상급반이 있었는데 <수은>이는 중급반이었죠. 저는 물에 뜰 줄도 모르는 초보 중에 왕초보였지만, 그 아이 따라 가느라 덜컥 중급반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 아이는 제가 좋아하는 줄도 몰랐지만요.
수영반의 운영은 방과 후 수영반 30여 명 전체가 체육 선생님의 인솔 하에 인근 수영장으로 이동해서 수업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가 수영 연습을 하는 얕은 풀(POOL)이 보수공사를 하는 바람에 2미터 깊이의 경기용 레인에서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도 저는 자유형의 호흡법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기에 3-4미터쯤 헤엄치다가 숨을 쉬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물속으로 가라앉는 정도의 수영실력이었습니다.
완전한 호흡법은 터득 못했지만, 수은이 앞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무모한 용기 하나로 물속에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수영하고 호흡법도 웬만큼 성공하여 많이 헤엄쳐 왔는데, 끝에 다다르기 전에 결국 힘이 빠져 버린 것입니다. 코와 입으로 물이 마구 들어오고 온몸을 허우적거리는 순간,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발버둥 치는 저의 머리를 잡고 수면 위를 향하게 한 뒤, 안정감 있게 물 밖으로 이동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살았구나!” 당시엔 익사 직전이라 할 만큼 물을 흡입한 상태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기에 누가 나를 구해 주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살았구나 라는 안도감. 그리고 수은이가 이 모든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라는 쪽팔림(?)이었죠.
내 곁에 있던 민간 119
나중에 수영반 친구들에게 들었는데 저를 구해준 사람은 그 경기용 레인에서 수구 연습을 하고 있던 고등학생 형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체육교사나 안전요원은 보지 못했고 심지어는 친구들도 보지 못했는데, 그 형이 단숨에 구해주러 온 것이라고요.
그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더 이상 수영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이사로 인해 전학을 가는 바람에 수은이의 소식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아찔했던 그 순간의 기억은 아직 선명합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죽을 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해준 그 고등학생 형이 너무도 고맙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지금은 50대의 중년이 되어있을 그 멋진 <아쿠아맨>을 만난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