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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pr 06. 2016

롯데월드에서 한바탕 놀아지다

롯데월드 트래킹 2 (16.03.25)

오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팀으로 나누어져 다니게 되었다. 준영, 지훈, 태기가 한 팀이 되어 다녔고, 민석, 현세, 지민, 규민이가 한 팀이 되어 다녔다. 난 자연스럽게 두 번째 팀에 합류하여 함께 놀이기구를 탔다. 이 아이들은 오전엔 실내에서 탈 수 있는 것을 다 탈 생각이었나 보다. 다행히 아직은 소풍 시즌은 아니기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 처음에 롯데월드에 들어와서는 같이 다녔지만, 바로 두 팀으로 나누어져 걷기 시작했다.




롯데월드 실내에서 즐기기

     

연거푸 ‘스페인 해적선(롯데월드 바이킹)’을 두 번이나 탔다. 타고 난 후에 바로 가면 다시 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은 많지 않더라. 하지만 바이킹은 뭐니 뭐니 해도 맨 뒷좌석의 쾌감이 제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중간 자리는 늘 텅텅 비어 있게 마련이고 뒷좌석은 금방 매진되어 한 번이라도 더 기다렸다가 타게 된다. 



▲ 겁에 질렸지만, 재밌게 타고 있는 현세와 민석이



그 다음에 타러 간 것은 후룸라이드다. 정글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의 놀이기구로 4명이 한 팀이 되어 탈 수 있다. 대부분은 길에 흐르는 물을 따라 가다가 두 번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놀이기구가 지나는 길엔 물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당연히 물이 튀게 마련이고 앞에 있는 사람들은 물바가지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예전에 탔던 기억으론 그렇게까지 물이 많이 튄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편안하게 탔는데, 운이 좋게도 뒷좌석에 앉았다. 그래서 떨어질 때 보니 앞 사람들은 튀는 물에 완전히 생쥐꼴이 되어 있더라. 그걸 보고 나니, ‘역시 후룸라이드는 뒷좌석이 스릴을, 물에 젖을까 두려워하기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후룸라이드를 타고 돌아오는 아이들. 앞에 탄 민석이와 현세는 물에 샤워를 하고 왔다.



롯데월드는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져 있다. 에버랜드처럼 부지 자체가 넓지 않다 보니, 자구책으로 그렇게 디자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게 오히려 어린 아이를 둔 가족에겐 밀집된 동화의 나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청소년 이상이 놀기엔 너무 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내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는 단연 ‘후렌치 레볼루션’이다. 레일을 달리는 놀이기구 중 실내의 구석구석을 잘 활용하여 만든 놀이기구라 할 수 있다. 틈과 틈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한껏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미 아틀란티스를 타봤다거나, 티익스프레스를 타본 사람에겐 진한 아쉬움을 한껏 남기며 끝나는 놀이기구다. 우린 무려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 탈 수 있었다.                



▲ 후렌치를 탄 사진은 없다. 바이킹은 4번 정도 탔는데 이 때 드디어 처음으로 맨뒷좌석에 앉았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즐기기

     

그 다음은 단재학교의 운동 장소인 석촌호수에 있는 매직아일랜드로 나왔다. 여기선 단연 자이로 시리즈를 타야 한다. 자이로드롭, 자이로스윙과 함께 아틀란티스를 타야 제맛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틀란티스 근처를 공사하는 관계로 앱을 통해서 예약해야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예약을 시도해봤는데, 시간대가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는 사례가 연거푸 일어났다. 이걸 보고 있으니 명절 때마다 열차표 예매할 때가 생각나더라. 



▲ 15년 10월 14일의 어느 날 우린 체육시간에 석촌호수를 걸었다.



▲ 평소엔 한산하던 호수 산책로가 벚꽃이 만개하며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16년 4월 6일의 석촌호수 풍경.



그래서 우린 바로 ‘자이로드롭’을 타러 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당연히 손사래를 치더라. 아무래도 높이 올라가서 한 번에 떨어지는 놀이기구이다 보니,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 타기엔 어려울 수도 있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2014년 카자흐스탄 프로그램 때 아이들과 함께 와서 처음으로 타봤는데, 안전바가 내려가고 모든 점검이 끝날 때까지도 ‘내가 이걸 왜 탔지?’하는 후회를 했으며, 막상 기구가 올라가기 시작할 땐 두려움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기도 했다. 그러다 최고점에 이르러 잠시 멈춰 있는 그 순간엔 ‘내가 미쳤지’하는 생각이 들며 엄청난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처럼 온 몸이 굳었으며, 급기야 떨어지는 순간엔 정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포기’를 외치려던 순간 놀이기구가 멈춰 섰던 기억이 있다. 



▲ 무섭기에 쉽게 올라오지 못한다. 지민이와 현세는 자이로드롭을 결국 타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까지 왔으니 꼭 한 번 타고 싶었다. 이미 그 이후로 번지점프도 뛴 적이 있으니 그것보다 훨씬 나을 거란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지 않겠다는 민석이를 데리고 오니, 규빈이도 함께 따라와서 같이 타게 되었다. 규빈이도 점검하던 그 순간엔 얼굴이 잔뜩 겁에 질리며 떨기 시작했고, 민석이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순식간에 올라가고 순식간에 떨어지자, 아이들은 ‘뭐 별 거 없네’라고 소감을 말하더라. 솔직히 내 입장에서도 처음에 느꼈던 그런 불안과 공포는 없었고, 분명 무섭긴 하지만 즐길 만한 정도의 두려움만이 느껴졌다. 



▲ 자이로드롭을 타러 기다리고 있는 건빵.



혜성특급을 타자고 해서 그곳에 왔다. 혜성특급이 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혜성특급은 무섭진 않지만 재밌는 놀이기구라는 평이 있더라. 우린 거의 50분 정도를 쉼 없이 기다렸나 보다. 이 놀이기구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지만, 좌석이 돌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레일 위를 달리는 통쾌함과 빙빙 도는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배경은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은 없었다. 무서운 걸 거의 타지 못하는 현세도 이 놀이기구를 타고 나선 “탈 만하던데요. 하지만 좀 시시했어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 규빈이, 지민이와 혜성특급을 타러 기다리며.



롯데월드엔 롯데리가 없다하지만 폭리는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실내로 들어왔다. 우린 회전목마 옆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자리를 잡았더니, 나머지 아이들은 그 시간에 회전목마를 타고 있더라. 세 남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신선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거의 코빼기도 못 보다가 이렇게 보니 반갑기도 했다. 회전목마를 다 탄 후 햄버거를 같이 먹자고 하니, 아이들은 그걸 보더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더라. 그래서 점심도 서로 나누어져 먹게 되었다. 



▲ 회전목마에 탄 세 명의 남학생. 그리고 그걸 열심히 뛰어가며 카메라로 담고 있는 건빵.



롯데월드는 당연히 ‘롯데그룹’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그 안엔 같은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안에 그게 있을까? 결론은 ‘없다’다. 분명 롯데리아에서 파는 종류와 똑같은 햄버거를 파는 가게인 ‘dazur’이라는 정체불명의 햄버거 가게는 있지만, 롯데리아는 어딜 찾아봐도 없다. 

그렇다면 이 가게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롯데리아와 같은 품목의 햄버거와 음료들이 있다는 점은 같은 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차이점은 너무나 ‘어마무시’하여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손은 ‘된통 당했다’는 생각에 바르르 떨린다는 게 문제다. 가격은 ‘창렬’스럽고, 내용물은 ‘질소과자’스럽다. 이쯤 되면 ‘왜 롯데월드엔 롯데리아를 두지 않았을까?’하는 부분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롯데가 바보가 아닌 이상, 돈이 알아서 굴러 들어올 이곳에 자체 브랜드로 남는 장사를 하는 게 ‘개이득’일 것이다. 그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내는 일이니 말이다.                



▲ 가격은 헉하고, 맛은 웩하고, 양은 눈물난다.




오후엔 사람도 많아지고 탈 것도 많지 않다 

    

오후엔 비도 꺼뜨릴 겸 간단한 것부터 타기로 하여 범버카를 타는 곳으로 갔다. 보통 다른 곳은 자동차 위에 전기를 공급받는 선이 안테나처럼 천장에 닿아 있는데, 이곳은 그런 장치가 없더라.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아래쪽에 전기가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자동차 바닥부분에 집전장치가 있다고 알려줬다. 

그곳에도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린 후에 탈 수 있었다. 예전에 탔을 땐 후진이 맘대로 되지 않아 제자리에서 뺑뺑 돌다가 끝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다른 것들과 맞닿아 있지 않은 범버카에 앉았다. 시작되자마자 부딪히는 것보다 달리는 것에 더 집중했고, 열심히 달렸다. 꼭 ‘카트라이더’라도 된 듯 말이다. 간혹 아이들을 만나 서로 강하게 부딪히며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 출발하기 전에 준비하고 있을 때 찍은 사진.



그 다음엔 파라오의 분노를 타러 열심히 3층까지 올라갔더니, 글쎄 시설을 정비 중이라며 그 시간 동안을 탈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린 다시 밖으로 나와서 ‘자이로드롭’을 한 번 더 탔다. 역시 놀이기구는 타면 탈수록 처음의 신선한 느낌보다 그 감각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러니 더 이상 어떤 쾌감이나 느낌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거기서 자이로스핀을 마지막으로 타고 오늘의 공식일정은 마쳤다.                



▲ 우리가 타기 전에 먼저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준영이와 지훈이.




롯데월드는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3시 30분에 마쳤다. 여학생들은 아쉬운지 좀 더 타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고 남학생들은 물고기방에 가겠다며 나와서 함께 나왔다. 



▲ 마무리 하기 위해 드디어 모든 멤버가 모였다. 오늘 하루 한없이 걸어다니고 즐기느라 애썼다.



처음에 잠깐 말했다시피 ‘트래킹’의 장소로 롯데월드는 맞지 않고 ‘노는 장소’로 적합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끝나고 난 그 때엔 ‘트래킹 장소로도 제격이다’는 거였다. 이렇게 생각이 바뀐 데엔, 어느 곳을 돌아다닐 때보다 아이들은 정말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 걸어 다녔고, 누구 하나 “힘들다”, “그만 걷자”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 둘레길을 걷던지, 저번처럼 통인시장 일대를 걷던지 아이들은 금방 지쳐 하며, “이제 그만 가요”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하지만 그 때에 비하면 롯데월드에선 훨씬 많이 걸었음에도, 그리고 한시도 앉아서 쉰 적도 없음에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역시 가슴 속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는 게 가장 좋은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 땐 누가 말린다 해도, 누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한은 맘껏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이야말로 ‘맘껏 뛰어놀기’, ‘맘껏 걷기’라는 트래킹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역시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교사의 생각만으로 세팅하고 ‘그렇게 세팅했으니 그런 학습결과가 있을 거야’라고 단언하기보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러모로 롯데월드 트래킹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은 순간이었다.                



▲ 롯데월드는 좁지만 그래도 실내에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단재학교 과거 트래킹 기록

    

14.03.21 서울 둘레길 트래킹

14.09.29 중랑천 트래킹

14.10.17 율동공원 트래킹   

14.11.14 여의도 트래킹

15.07.10 남산트래킹

16.03.11 통인시장 트래킹





목차     


1. 롯데월드에 트래킹을 가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롯데월드

롯데월드로 트래킹을 떠난다?

롯데월드 입장권 끊기 1 - 카드면 만사오케이

롯데월드 입장권 끊기 2 - 자유이용권이 입장권보다 싼 기현상     


2. 롯데월드에서 한바탕 놀아지다

롯데월드 실내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기기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즐기기

롯데월드엔 롯데리가 없다, 하지만 폭리는 있다

오후엔 사람도 많아지고 탈 것도 많지 않다

롯데월드는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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