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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pr 05. 2016

롯데월드에 트래킹을 가다

롯데월드 트래킹 1 (16.03.25)

2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단재학교의 특성 상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 아닌, 어느덧 익숙해져서 때론 나태해지기까지 한 마음을 다잡는 달이라 할 수 있다. 

2월엔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학교로 꾸며졌다면, 3월부턴 원래 단재학교의 커리큘럼대로 프로젝트 수업 및 교과수업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재작년부터 했던 트래킹도 다시 시작됐다.                



▲ 2014년 3월 21일에 처음으로 단재학교 트래킹이 시작되었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롯데월드

     

올해 학교 회장은 지민이다. 중1때 들어와서 어느덧 단재학교를 3년 동안 다니고 있으며, 그 땐 선배들도 많아 늘 어리광을 부리며 감정적으로 날카로워져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민이는 자랐고 생각도 많은 부분에서 성숙해졌다. 더욱이 학교에서 선배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서 자신감과 함께 책임감도 부쩍 자랐다. 



▲ 지민이가 학교에 왔을 때 처음으로 한 야외활동은 '두시탈출 컬투쇼' 참관이었다. 그러던 지민이가~



그런 지민이가 앞에 서서 트래킹 장소를 정한다. 이때의 회의 분위기는 저번 트래킹 후기에서 밝혔다시피 장난으로 일관한 회의였지만, 그럼에도 지민이는 최선을 다해서 진행했고 나름 괜찮은 장소들이 트래킹 장소로 지정됐다. 그래서 이번엔 롯데월드로 트래킹을 떠나게 된 것이다.                



▲ 지금은 당당히 회장이 되어 회의를 진행하고 학교를 이끈다.




롯데월드로 트래킹을 떠난다?  

   

아마 ‘트래킹 장소=롯데월드’란 말에서 누구나 괴리감을 느낄 것이다. 트래킹이란 도시 생활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이 자연을 벗 삼아 거닐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롯데월드는 도심 한 복판에 있을뿐더러, 자연이 주는 안락함과는 달리 놀이기구가 주는 짜릿함을 느껴야 하며, 인적이 드문 곳의 여유로움과는 달리 인산인해의 복잡함을 맛봐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트래킹이라기보다 오히려 ‘놀러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 2013년에 영화팀은 지리산을 종주했다. 트래킹은 등산보단 가볍지만, 도보보단 약간 무서운 느낌의 야외 여행의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트래킹 장소로 롯데월드를 택했다. 아마도 아이들은 트래킹을 ‘학교가 아닌 야외에서 노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예전의 나 같았으면, 그런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장난으로 일관하지 말고, 좀 진지하게 장소를 정해”라며 성질을 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지금은 아이들의 활발발한 정신을 억누르고 창의적인 생각을 기존의 틀에 맞춰 끼우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 그건 어찌 보면 ‘트래킹’이라 네이밍한대서 불거진 오해 때문이기도 하고, ‘트래킹의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름을 지을 때 ‘밖에서 신나게 놀기’로 했거나, ‘다양한 경험하기’로 했다면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애초의 목적도 ‘교실을 벗어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운다’였으니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 



▲ 2013년 5월엔 에버랜드를 찾았다. 이땐 트래킹이 아닌 영화팀 야외 활동의 일환이었지만, 지금의 트래킹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터라 ‘롯데월드’란 아이들의 의견을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트래킹’이란 이름은 관성으로만 남아 있을 뿐, 아이들이 밖에서 맘껏 뛰놀며 한껏 어우러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 말이다. 

더욱이 롯데월드는 단재학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면 거리상의 문제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이 들 테지만, 가까운 곳이다 보니 아이들도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러니 오히려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는 셈이다.                



▲ 잠실역에 모인 현세와 민석이.



롯데월드 입장권 끊기 1 - 카드면 만사오케이

     

이 날엔 9시 30분에 잠실역 4번 출구에서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저번 트래킹 때 재익이는 감기 때문에 나오지 못했고, 상현이와 준영이는 아예 나오지 않아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모두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트래킹 전날 밤엔 학교에서 잠을 자는 거였다. 이날 학교에서 잔 사람은 이재익, 양준영, 이태기 세 명이었고 관리자론 승태쌤이 남았다. 



▲ 현재 시간 11시 30분. 밤 새지 말고 자란 말야.



9시 30분이 되니 현세는 미리 와 있었고, 민석이는 약간 늦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승태쌤에게 “우린 지금 걸어가고 있으니, 민석이와 현세와 함께 먼저 표를 끊으세요”라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현세와 민석이와 함께 들어가서 표를 끊었다. 

여태껏 롯데월드엔 여러 번 와봤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내가 굳이 표를 끊지 않아도 됐었다. 그래서 어떻게 표를 끊는지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처음으로 표를 끊는 셈이다. 어제 설핏 승태쌤이 얘기할 때는, “학생증(여권)을 지참하면 할인이 됩니다”, “10시 이전에 들어가면 할인된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 준비물로는 여권이 적혀 있었지만, 여권을 가져온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매표소에 가서 보니 학생 할인이 있긴 한데, 여전히 비싼 게 문제였고, 10시 이전에 들어가면 할인해준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 표를 끊고 있다. 보통은 단체로 끊었는데, 이 날은 개인별로 끊었다.




롯데월드 입장권 끊기 2 - 자유이용권이 입장권보다 싼 기현상 

    

롯데월드에서 가장 싸게 표를 끊는 방법으론 당연히 카드사 할인을 통해 끊는 방법이었다. 카드 실적에 따라 15.000원에서 17.000원이면 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민석이는 엄마 카드를 가져왔기에 그걸로 결제하니, “카드 실적이 별로 없어 17.000원에 결제 가능합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걸로 결제했고 현세는 아무런 카드도 가져오지 않아 내 카드로 대신 결제해줬다. 



▲ 표를 끊으며 모인 아이들. 지금은 9시 40분 정도인데,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일이 하나 발생했다. 승태쌤을 만나 교사들 티켓을 끊을 때의 일인데, 이걸 보더라도 자본주의는 엉뚱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그냥 단순히 롯데월드 안으로 입장만 할 수 있는 ‘입장권’과 들어가는 것은 물론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자유이용권’ 중 어떤 게 더 비쌀까? 너무도 당연하지만 자유이용권이 당연히 비싸다. 여기까지는 너무도 일반적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카드로 결제할 땐 어떤 게 더 비쌀까? 이 땐 모든 관념이 확 깨져 버린다. 직원이 말하길 “입장권은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저기 제시된 가격으로만 결제가 가능하고, 자유이용권은 할인이 됩니다”라는 것이다. 즉, 자유이용권은 만원대에 끊을 수 있는 반면, 입장권은 삼만원대에 끊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놀이기구를 탈 생각이 없던 승태쌤도 입장권이 아닌 자유이용권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는 황당한 얘기되시겠다. 

이처럼 상식을 깨는 예들이 꽤 있다. 보통 공산품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살 경우, 적은 양을 살 때보다 싸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양이 있음에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위안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식에 반하는 물건이 있어서 화제다. 그건 바로 ‘페로로쉐’라는 초콜릿이 그렇다. 이 초콜릿은 많은 양을 사더라도 가격이 깎아지는 게 아니라, 더 비싸지는 기현상이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며 우린 ‘꿈과 희망의 나라’ 롯데월드로 들어갔다. 



▲ 꿈과 희망의 나라로 고고씽.





목차     


1. 롯데월드에 트래킹을 가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롯데월드

롯데월드로 트래킹을 떠난다?

롯데월드 입장권 끊기 1 - 카드면 만사오케이

롯데월드 입장권 끊기 2 - 자유이용권이 입장권보다 싼 기현상     


2. 롯데월드에서 한바탕 놀아지다

롯데월드 실내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기기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즐기기

롯데월드엔 롯데리가 없다, 하지만 폭리는 있다

오후엔 사람도 많아지고 탈 것도 많지 않다

롯데월드는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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