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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Nov 07. 2016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센터와의 마주침

단재 영화팀 두 편의 영화를 만들다 1 (15.12.12)

하나의 선분과 다른 하나의 선분이 어떤 계기를 통해 마주친다. 우린 그런 마주침에 대해 ‘필연’이란 딱지를 붙여 설명하기도, ‘우연’이란 딱지를 붙여 설명하기도 한다.                



▲ 우주는 우리의 인식을 벗어난 어떤 것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거기에서 법칙을 발견하려 한다.




천지창조에 관한 두 가지우연이냐필연이냐? 

    

에피쿠로스Epicurus(BC 341~271)는 그런 마주침에 대해 ‘우연’이란 딱지를 붙여 설명한다. 일직선으로 떨어지던 원자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며 약간 사선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옆에 있는 원자와 부딪히고, 그 부딪힘은 또 다른 원자와의 연쇄적인 부딪힘으로 이어진다. 원자들이 부딪히며 점차 커지더니, 결국 지구가 되었다는 얘기다. 지구는 이와 같은 우연한 사건으로  생성되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클리나멘, 약간의 어긋남이 천지창조의 단초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하여 어떤 절대자의 의지가 세상에 있었다. 그의 의지는 낮과 밤을 만들고, 짐승들을 만들었으며, 흙에 생기를 넣어 남자를 만들었고 그의 갈빗대를 꺾어 여자를 만들었다. 이런 천지창조는 6일간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졌고, 많은 피곤을 느낀 절대자는 7일에 쉬어야만 했다. 어떤 절대자의 의지란 결국 필연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의지는 어떤 계획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의지는 ‘세상을 창조한다’는 원대한 계획 하에 순차적으로 진행되었고 6일째 되는 날에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살게 되었다.                



▲ 그에 반해 누군가는 절대자의 의지가 천지를 만들었다고 보기도 한다.




우연이 필연이 되기까지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연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판단하거나, 어떤 필연적인 흐름에 의해 일어난 사건으로 판단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선 어떤 판단이 옳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한다는 얘기를 하고자 한다. 즉, 대부분의 사건은 우연스레 시작되어,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필연적인 사건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애인과의 만남을 떠올리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첫 눈에 반했어요’, ‘ 보는 순간 삘이 팍 왔어요’라는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별 느낌 없었어요’, ‘그저 평이한 날 중 하나였어요’라는 식으로 만남은 시작될 것이다. 별스럽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어떤 만남이, 여러 과정을 거치며 감정의 변화가 생기고, 그게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결국 특별한 관계로 접어든다. 그럴 때 우리는 ‘필연이 아니고서야 이 사람과 내가 어떻게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라며 사후적인 감정의 변화에 의해 짜 맞추기식 해석을 덧붙이게 마련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일들은 우연히 일어나, 여러 과정을 거치며 필연으로 정리된다.                



▲ 사랑이란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특별한 관계가 되는 순간 필연처럼 느껴진다.




우연처럼 찾아온 광진청소년수련관 간사들 

    

올해 광진청소년수련원과의 관계는 정말로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었다. 우연처럼 만났지만(광진청소년수련원 입장에선 계획된 만남일 터다), 그 만남이 단재학교 영화팀과는 좋은 하모니를 이루어 필연적인 만남이 되었기 때문이다. 

6월 15일은 평소와 다름없는 목요일이었다. 학교의 모든 일정이 끝나 정리를 하고 나가려던 그 때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두 사람이 학교 출입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학교를 정리하던 나와 출입문으로 들어서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기에 잠시의 정적이 흘렀지만, 학교란 특성상 낯선 사람의 출입이 자연스러운 곳이기에 자연히 인사를 나눴다. 그 때 난 ‘승태쌤 손님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승태쌤은 대표교사로 대외적인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자주 있기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 영화팀 방에서 전찬혁쌤과 김미경쌤과 건빵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그 때 승태쌤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이어서, 승태쌤이 올 때까지 내가 그 분들을 안내해줘야 했다. 그래서 2층으로 안내했고 차를 한 잔씩 마시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그 때 비로소 그 분들이 승태쌤을 찾아온 것이 아닌, 영화팀에 대한 내용을 듣고 찾아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IDEC(세계 민주화 교육 한마당)에 참석하여 촬영 및 취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이후, 1년 만에 다시 외부 기관에서의 요청이 들어온 것이니 내 입가엔 미소가 절로 번졌다. 어떤 루트로 단재학교를 알게 되었고, 영화팀을 알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함께 해나갈 무언가가 있다는 게 감사했기 때문이다.  



▲  2014년에 우린 IDEC에 가서 세계 교육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들었다.

              



광진청소년센터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게 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니, 전찬혁 간사님(이하 푸쌤)은 단재학교 영화팀 아이들과 ‘컴퓨터,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영화를 찍어보고 상영회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더라. 자세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시나리오를 짜고, 찍고 편집까지 할 것이라는 대략적인 그림을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귀가 번쩍 열릴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팀 아이들은 영화를 찍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걸 선뜻 하기엔 부담스러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였는데, 이런 식으로 정식적인 제안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얘기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간사님이 주도적인 입장이 되어 아이들을 이끌고 활동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주가 되어 직접 진행하며 간사님은 의견을 조율하고 전체 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긴 말을 나누진 않았지만, 두 분 간사님의 진정성이 읽혀질 정도로 훈훈한 시간이었고 기본적인 교육에 대한 마인드도 비슷하다는 게 느껴져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 아이들과 잘 상의하여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며 그 날의 이야기는 마쳤다. 

다음 날 영화팀 아이들이 모였고 간사님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며 의사를 물어보니, 4명의 영화팀 아이들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이로써 8월 마지막 주부터 12월 중순까지 4개월간의 우연 같은 동고동락이 시작되었다. 



▲ 그 인연 덕에 3년 만에 다시 남양주종합촬영소를 체험할 수 있었다.





목차     


1.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센터와의 마주침

천지창조에 관한 두 가지, 우연이냐? 필연이냐?

우연이 필연이 되기까지

우연처럼 찾아온 광진청소년수련관 간사들

광진청소년센터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게 되다     


2. 교사는 전문가이어야만 할까?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자신감도 상승한다

교육 전문가란 따로 있다?

교사는 비전문가여야 한다

교사는 반보 앞서 가는 존재가 아닌, 반보 뒤에서 따라가는 존재다

김민석 감독의 영화, 『Game Over』

오현세 감독의 영화, 『FakeBook!』

제작진과의 대화

단재학교 영화팀 제작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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