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빵 Mar 14. 2017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영화 교사 이야기 4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이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오게 되어 있다. 그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평상시에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거다. 그래서 성경에는 이와 비슷한 말로 ‘항상 깨어 있어라’라는 말이 있다. 심판의 날이 언제 이르러 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기도하며 그 순간을 맞이하라는 얘기다. 과연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나는 잡았을까?               



▲ 토요문화학교에서 영화 만들기를 해보려 기획했다.




기회가 불연 듯 찾아오면  

   

송파마을예술창작소(이하 다락多樂)에서 갑작스럽게 공모사업을 신청한다며 ‘20명 정도의 학생을 데리고 30주 가량으로 진행되는 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의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처음으로 외부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짜게 되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어찌해야하는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토요일에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엄청난 과제를 안은 양 끙끙대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하루를 끙끙 앓았던 것치고는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그래서 승태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도와준 덕에 가까스로 초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 다락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좋은 인연들과 공동으로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끌렸다.



주강사를 두 명 정도 둘 수 있고, 보조강사도 한 명을 둘 수 있지만, 혼자 하던 것이 익숙하여 초안엔 나 혼자만 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그걸 보고 다락의 김정아 대표님은 “웬만하면 주강사와 보조강사를 한 명씩 더 넣어두는 게 좋아요”라고 알려주더라. 그래서 평상시에 무언가를 함께 기획하고 함께 하고 싶었던 미대를 나온 친구와 사서교사로 열심히 살고 있는 후배를 영입하게 됐고 멤버진까지 완벽하게 갖춰졌다. 무언가 완벽한 기획서가 만들어졌고, 멤버진까지 완벽하게 갖춰지고 나니, 이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시작될 4월이 마구 기다려지더라. 어떤 우여곡절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마주침들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변곡점들이 그려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까지 매우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었다. 그러려면 공모전에 당선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라면 다락은 다년간 여러 공모사업을 진행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되리라 기대해도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한결 마음을 편안히 먹고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 진규와는 직장에 취직하면서부터 무언가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이번 기회가 그래서 좋다는 거다.



       

하나의 계기는 다른 계기를 만들고   

  

어렵지 않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떨어졌다. 우리의 컨셉은 ‘영화라는 것을 친근히 느낄 수 있도록 단재 아이들이 만든 영화를 감상하며 영화를 친근히 느끼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어 영화를 만들어보자’라 할 수 있다. 초반엔 거의 강의실에서 영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중반부턴 영화 제작을 위해 여러 장소를 직접 이동하여 촬영하고, 후반엔 컴퓨터 앞에 앉아 편집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특별히 외부활동은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되는 초단편 영화 만들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우리는 어찌 보면 너무도 평이한 수준의 영화 만들기라면, 이번에 당선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영화만을 만드는 것을 넘어 다양한 활동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하더라. 나중에 찾아볼 기회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다양한 활동들을 첨가했는지 살펴보며, 우리의 기획을 보강해가면 될 것이다. 막상 제안을 받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기획서를 완성했고 좋은 멤버들을 모아 올 한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게 이렇게 좌초되고 나니 무척 아쉽더라.   



▲ 영화 만들기를 나는 무언가를 익히는 과정이라기보다, 하나의 놀잇거리라고 생각한다. 공동으로 하나의 주제로 노는 것 말이다.



             

그런 계기들이 모여 삶이 된다     


어찌 보면 한문을 전공하고 영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이 지금은 ‘청소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겠다’고 기획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크나큰 행운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그만큼 상황에 몸을 맡기고 5년을 살아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와 같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계기를 통해 단재학교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됐으며, 새로운 관계든,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든 어느 순간부터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게 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막연함 때문에 머뭇거렸고 낯섦 때문에 주저했다. 그러나 도보여행을 했던 때처럼 내가 당당히 맞서 나가려 하면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가 도와줘 좀 더 수월하게 해나가게 되더라.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누군가가 말했기 때문에 희화화되었지만,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었던 셈이다. 

영화교사로서의 올해의 첫 도전은 이렇게 끝났다. 아쉽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하련다. 평소 생각하는 것처럼 이렇게 무언가를 해본 경험과 새롭게 만들어진 인연들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게 무엇일지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도망치지 말고, 당당히 맞서며 나아가면 된다. 그래 이제 시작인 2017년도 재미지게, 신나게 살아가보자. 



▲ 3월 11일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복해보였고 무얼 하지 않아도 즐거워보였다. 올해 그런 기운으로 살아보련다.




목차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가 되다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 영화팀을 맡다

직업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닌, 정해지는 것     


2.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영화교사의 좌충우돌기

몰라서 만든 영화 『다름에의 강요』

영화팀의 처음으로 언론인이 되어보다

광진IWILL과 영화팀, 영화로 만나다

2017년 영화교사로 한 단계 비약하다


3.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다

컴프레서 가지러 왔수다

컴프레서에서 영화로

오랜만에 설렘에 몸서리치던 밤을 맞이하다

하려고 맘을 먹으니, 일이 풀려간다

     

4.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기회가 불연 듯 찾아오면

하나의 계기는 다른 계기를 만들고

그런 계기들이 모여 삶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