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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ug 27. 2018

카자흐스탄의 결혼식과 한국의 결혼식

2013년 6월 22일(토)

무려 6시간 이상 진행되는 예식에 누구 할 것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축하의 말을 건네며 마음을 전하고 함께 춤을 추며 기쁨을 배가시킨다. 카자흐스탄 결혼식은 한 마디로 ‘축제’다. 불을 켜놓고 밤새도록 먹고 마시며 춤추고 놀던 고대의 풍습이 이런 식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 결혼식장 측에서 마련한 가족들을 위한 쇼타임.




카자흐스탄 결혼식의 장과 단 

    

우리나라의 경우, 만월滿月을 숭배하던 옛 풍습에 따라 추석에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강강수월래를 하고 줄다리기와 씨름을 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이건 카작인이건 공통되는 민족적인 흥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한국인은 흥을 잃어가고 공동의 추억을 상실해간 반면, 카작인은 이러한 예식을 통해 여전히 공동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 부러운 장면일 수밖에 없고 이런 부분은 카자흐스탄 결혼식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 대보름엔 강강술래와 같은 대중이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놀이들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해보자. ‘이런 결혼식을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뒤따르는 것이다. 내가 만약 저런 결혼식을 ‘나의 힘으로’ 해야 한다면, 당분간 결혼은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의 결혼식은 우리네 결혼식에 비하면 호화스러워 그런 결혼식을 하려면 돈이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때문에 결혼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논어』 「팔일」 4에 나온다.        

   

임방이 예의 근본을 여쭈었다. 공자께서 “위대하구나, 물음이여! 禮는 사치하기보단 차라리 검소해야 하고, 喪은 형식적 절차를 추구하기보다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林放 問: “禮之本” 子曰: “大哉 問. 禮, 與其奢也, 寧儉. 喪, 與其易也, 寧戚.”    


       

공자의 말은 이런 상황에 딱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교는 예식과 절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 예식과 격식을 차리느라 유교 국가인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형식화되고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는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 겉만 화려하고 형식적으로 잘 갖추어진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고, 차라리 진심어린 마음으로 검소하게 하는 게 낫다. 카자흐스탄 결혼식도 검소하게 예식을 치르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축하해주고 즐길 수 있도록 결혼 풍습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은 카자흐스탄 결혼식의 단점이다.                



▲ 우리는 결혼식에 갈 때 우스개소리로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지, 결혼을 보러 가자고 하진 않는다.




한국 결혼식정신精神은 사라지고 정산定算만 남다

     

우리나라에선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중요하게 여겼다. 인간이 태어나면 이 네 가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면서도 그만큼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 결혼은 더욱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의혼議婚, 납채納采, 납폐納幣, 친영親迎, 폐백幣帛의 다섯 단계를 두어 그 의의를 되새기게 한 것이다. 의혼은 ‘혼인을 의논한다’는 뜻으로, 신랑 측과 신부 측이 혼인을 의논하는 과정이며 납채는 ‘채택함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당신의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다’는 납채서를 보내면 신부 측은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납폐는 ‘폐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신랑 측에서 결혼 전날쯤에 신부의 혼수, 물목을 넣은 혼수함을 보내는 과정이며, 친영은 ‘친히 맞아들인다’는 뜻으로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과정이며 폐백은 신부집에서 혼례를 치르고 1~3일 후에 친정어머니가 싸준 밤, 대추, 마른 안주 등을 차려놓고 시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드리는 과정을 말한다. 절차가 복잡한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한 만큼 이런 절차를 모두 그대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과거의 의미 있는 것들이 제대로 계승되지 않은 게 아쉬워서 그런 것일 뿐이다.                



▲ 밤새도록 함께 먹고 함께 춤추고, 그 순간을 나눈다.




안타까운 현재 한국의 결혼식

     

지금의 결혼식에도 매뉴얼은 있다. 그래서 누구도 듣지 않는 주례사를 하고 천편일률적인 혼인 선서 등의 허례허식으로 꽉 차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상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결혼식의 내용에는 전혀 무관심하다. 어딜 가든 사람만 바뀌었을 뿐 식장의 풍경은 똑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엔, 관혼상제 또한 ‘돈 되는 상품’이 되면서 ‘해치우듯 빨리 빨리 끝내는’ 결혼식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결혼식 날짜를 정할 때,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는 게 ‘결혼식장을 언제 빌릴 수 있는지?’ 여부인 것이다. 지금은 길일吉日을 따져 결혼하지 않고, 결혼식장을 빌릴 수 있을 때에 결혼한다. 되게 씁쓸한 현실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탈디쿠르간에 온 첫 날, 카자흐스탄의 한 단면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중 아주 특별한 경험담인 셈이다. 이렇게 첫 날 저물어 가고 있었다. 



▲ 지금 시간은 10시가 넘었다. 6시에 시작된 예식은 한참 진행되고 있다. 


▲ 나에겐 무척이나 낯선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한국처럼 1시간만 후딱 해치우는 결혼식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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