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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Dec 25. 2018

삶의 여정을 쏙 빼닮은 카자흐스탄 여행

2013년 7월 1일(월)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절로 누그러지더라. 그래서 두 가지만 부탁했다. 첫째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다보면 일정이 바뀌는 건 다반사니, 바뀔 때는 당연히 먼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둘째는 다음에 한국에 오게 될 학생은 카작어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좀 더 바란다면 한국어를 하거나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왔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관건은 다시 만나고 싶으냐?’ 하는 것

     

그랬더니 디아나 선생님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한국에 갔던 학생 외에 홈스테이를 구하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복有福한 아이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에 관심이 있는 경우엔 돈이 없어서 홈스테이를 신청하지 못하니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 이번에 새롭게 참여하게 된 학생이 슈른과 아르토르다. 슈른과는 혜린이가, 아르토르와는 근호가 함께 지냈는데, 다행히도 새로운 두 학생 모두 최선을 다해서 잘 해줬다. 혜린이는 시골경치를 만끽하며 하루동안 피크닉을 다녀오기도 했고, 근호는 고려인 식당에 가서 한국음식을 먹거나 사우나에 가는 등 호사를 누렸다. 내년에 이 친구들을 한국에서 보게 된다면, 무지 반가울 것 같다. 지원한 인원이 적은 중에, 그나마 좋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축복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비용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홈스테이를 했던 친구들이 다음 해에도 만나고 싶은 친구여야 한다는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이중에서 ‘계속 보고 싶은 친구냐’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비록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사이지만, 서로의 진심이 통했다면 언제든 다시 만나고 싶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신 보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힘에 의해, 그리고 카자흐스탄 친구들과의 인연에 의해 추진력 있게 진행될 것이다.    


            

▲ 우리의 일정을 챙겨주신 아이노르 선생님에게 한국 전통 선물을 드렸다. 볼멘소리도 많이 했지만 늘 감사했다.




헤어짐은 단절이 아니라 더 큰 만남을 위한 것 

    

10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대통령학교 학생들과(물론 방학이라 모든 학생을 다 본 건 아니다) 좋은 인연을 맺었다. 우리가 대통령학교를 여기저기 구경 다닐 때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던 여학생들, 발표회 때 투간졔름Туған жер을 부르니 같이 열렬하게 호응해주던 학생들, 수영장에서 격의 없이 서로 장난 치고 함께 놀던 학생들까지 감사하고도 또 감사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탈디쿠르간에서의 시간이 즐거웠고 이 순간은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 법. 헤어질 수 있기에 우리의 만남은 가슴 깊이 아로새겨지는 지도 모른다.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다면, 설렘도 만나고 싶다는 감정도 작은 행동에 감명 받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헤어짐 속에 가슴 깊은 아쉬움을 안고, 또 다른 인연의 장으로 들어간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이야말로 세 번의 장소 이동, 세 번의 만남, 세 번의 헤어짐을 경험하는, 어찌 보면 ‘삶의 여정’을 쏙 빼닮은 여행이다. 정말 밀도 높은 2주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금 우린 헤어짐을 준비함과 동시에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 이 시간을 지나온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 마지막을 기념하며 단체사진 찰칵. 반가운 얼굴들 내년에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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