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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Feb 02. 2019

공생 능력을 키우는 방법

우치다 타츠루의 공생의 필살기15

그 전까지의 내용을 통해 ‘몸과 정신이 각각 어떻게 공생의 조건이 갖추어지는가?’를 볼 수 있었고 또한 공생의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백색의 삶’이 아닌 ‘잡색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공생의 능력’은 어떤 노력을 해야만 길러지는 것일까? 이에 우치다쌤은 ‘공생의 능력은 자연히 길러진다’라고 힘껏 강조해준다. “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상당한 노력을 해야지만, 그런 절치부심의 노력을 해온 예외적인 사람만이 공생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입니다”라는 선언이 그것이다. 공생이 하나의 중요한 기술이 되어 습득하고 익혀야만 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인간 사회는 형성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공생의 기술노력해야 키워진다 NO! 자연히 키워진다 YES!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고, 시간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람만이 공생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공생 능력=특수 기능’으로 만들어 버리면, 이 사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고 누구도 딴지를 걸지 못하는 엘리트주의와 같은 권력이 되어 버린다. 그건 소수의 권위를 위해 다수를 굴복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치다 타츠루는 ‘공생능력’은 그런 식으로 소수를 차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이상 자연히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보편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왠지 이 말 자체가 되게 이상적인 말처럼 들렸다. 지금의 한국사회에선 저절로 길러진다는 공생 능력을 상상하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접때도 예를 들었듯이 ‘고급 아파트에 살며 임대아파트 사람들이 아예 못 지나다니게 한다’든지, ‘남성혐오여성혐오와 같은 성 대결 양상을 보인다’든지, ‘산업화시대의 어른들은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을 나약하고 의지 없는 존재로만 보는 세대 갈등 양상이 보인다’든지 하는 것 등이 버젓이 현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이런 식으로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어서인지 우치다쌤은 중동의 이야기를 곧바로 해주신다. 

중동은 사람이 살기에 힘든 환경이어서 언제든 굶을 수 있고 ‘언젠가 나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 사이에는 ‘먹을 것은 함께 나누고, 언제든 누가 문을 두드리더라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만약 예외적으로 박애주의자만 문을 열어주고 나머지는 열어주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번은 나카타 코우라라는 율법학자가 이슬람에서 택시에 탔는데, 택시 운전사가 물을 마시며 “당신도 마실래요?”라고 권하더라는 것이다. 우리의 관점으론 그건 박애주의지의 행동처럼, 이슬람 사회에서 그건 상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국토종단을 하던 당시가 떠올랐다. 그 땐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잠자는 비용을 아끼는 게 늘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잠 좀 잘 수 있냐?’고 통사정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럴 때 노골적으로 싫은 소리를 하며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였고, 대부분은 정말로 미안해하며 거절을 하셨고, 70% 이상은 잘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다. 일면식도 없고 요즘처럼 ‘사람이 가장 무섭다’가 상식이 된 세상에서 말이다. 그 분들은 잠자리를 살펴주시고 저녁과 아침까지 챙겨주셨다. 예전엔 ‘거지에게도 밥 한 술 주는 문화’가 있었으며, 어느 집엔 ‘과객을 후히 대접하라’는 가훈까지 있었다고 한다. 나의 이런 경험과 우리네 전통을 통해 봤을 때 이슬람의 얘기는 결코 이상적인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길 위에 서니 사람들이 보이더라. 어쩌면 우리는  그냥 살아갈 때 더 자연스럽고 행복한지도  모른다.



       

공동체 존속을 위한 것들은 노력이나 대단한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의 예에 덧붙여 “결혼, 부모가 되는 것, 가르치는 것,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는 사람과 공생하는 것에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든지, 자격이 있어야 한다든지 하는 식이라면 누가 부부가 되려 하겠으며 누가 교사가 되려 하겠으며 누가 공생하려 하겠습니까?”라며 그런 것들 또한 자연히 습득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 말과 같은 말이 『대학』이란 책에 ‘자식 기르는 법을 배운 후에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다(未有學養子, 而後嫁者也).’라는 구절로 등장한다. 어떤 지식적인 부분이 없어도 인간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심성으로 인해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우치다쌤의 말과 통한다.  

결혼, 부모가 되는 것, 가르치는 것,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지만 함께 사는 것 자체가 ‘공동체의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이러한 정서는 타고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우치다쌤은 『15소년 표류기』라는 책을 예화로 들었다. 무인도에 갇힌 아이들 중, 15살 아이들이 학교를 만들어 8살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내용이다. 이에 대해 “15살 아이가 학교를 만들어 8살 아이를 가르치는데 이들에겐 가르칠 만한 지식과 정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15살 아이들은 한 가지만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학교가 없으면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이 8살인 아이들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되며 자신이 아는 지식을 전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라는 얘기를 통해 애초에 ‘학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 최초의  학교는 삶과 앎이 일치가 되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학교가 점차  체계화되어 갈 수록 그 괴리는 커져갔다.




인류의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위의 예화를 통해 공동체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것들은 자연히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우치다쌤은 “난민캠프가 만들어져서 생활이 안정되면 맨 처음엔 죽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종교시설, 추모 공간을 만듭니다. 그 다음엔 병원을 만들어 치료를 합니다. 조금이라도 기술을 가진 사람이 치료를 하는 것인데, 이때 술꾼에게 소독약을 쓰기 위해 소주를 달라고 해도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게 바로 인류의 지혜이고, 공생의 기술입니다. 그 다음이 재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며, 그 다음이 바로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르치게 됩니다,”라며 난민캠프에서 어떻게 사회가 형성되어 가는지 설명해 줬다. 

이처럼 ‘집단이 유지되는데 중요한 일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우치다쌤은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누구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집단의 가치관을 공유하기에 경쟁의식과는 당연히 다릅니다. 그걸 확장하여 미의식, 종교관이 다른 집단과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함께 살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없다면 집단 간엔 전쟁이, 개인 간엔 다툼이 수시로 일어날 것입니다”라고 명확히 말하신다.      



▲ 우리도 건물도 없이 천막에서 공생의 능력을 불태우던 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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