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건수 Oct 28. 2020

겨울 03

2020년 1월 31일









 추위 없이도

 얼어붙은 겨울날

 구멍 난 구름




 별 다른 추위 없이 이번 겨울이 지나갈 줄 알았습니다. 제주에서 맞는 4번째 겨울 중 이번 겨울이 가장 덜 추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위는 단지 기온이 낮아지는 것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며 마음이 점점 얼어붙고 있습니다. 우한 교민을 진천, 아산에서 수용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마찰과 주위에 퍼지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 아니 사실은 멀리 볼 것도 없이 하루 평균 100 ~ 200명 정도의 관광객을 상대하는 저 또한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설마..!' 하는 생각부터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제 자신이 민망해졌구요.

 얼마나 지나야 이 사태가 진정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얼마나 지나야 제 자신이 중국인을 '민폐나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중국'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기침하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그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옥상 위에 올라와 하늘을 보니 구멍 난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 구멍 난 것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 햇빛 같은 것이면 좋겠습니다.






이전 02화 겨울 0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