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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겨울 05

2020년 2월 17일









 옷을 껴입고

 또돗한 차 마시며

 바라보는 눈




 2년 만입니다. 제주 산간이 아닌 해변가에 눈이 내리는 것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창가에 섰습니다. 그리고는 괜히 마음도 들떠서 서울에 있는 아버지와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물어보니 서울은 어제 오늘 눈이 많이 왔다고, 그것도 펑펑 이-쁘게도 내렸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제주에서는 눈이 위에서 아래로 사뿐히 떨어지는 걸 바라보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보통 대각선으로, 때론 심지어 수평으로 오지요. 사실 내린다는 표현도 맞지 않습니다. 거의 몰아친다에 가깝습니다. 워낙 바람이 세기 때문입니다.


 지금 바닷가에는 멀리서부터 세찬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들어오고 있고, 나무들은 어젯밤부터 오늘 해 질 녘까지 내내 한쪽 허리가 꺾인 채 흔들리고 있어 지켜보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부근이 아닌 해안가에서, 이렇게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두꺼운 옷을 껴입은 채 뜨거운 차를 손에 쥐어서라도 보고 싶었던, 모처럼 만에 창문을 열어볼 까닭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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